[더팩트ㅣ이라진 기자] ETF 업계 1,2위로 ETF 시장을 70% 넘게 점유하고 있는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미국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ETF 상품의 총보수 인하를 연이어 단행하며 경쟁에 불이 붙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총보수 인하에 삼성자산운용이 하루 만에 맞불을 놨는데,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뒤이어 추가로 총보수를 인하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금융당국에서 지나친 보수 인하 경쟁에 우려를 표하기도 해 '최저 보수' 타이틀은 삼성자산운용이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10일 삼성자산운용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은 'KODEX 미국S&P500'과 'KODEX 미국나스닥100' ETF의 총보수를 기존 연 0.0099%에서 0.0062%로 내린다고 지난 7일 밝혔다.
삼성자산운용 측은 "지난달 기획재정부의 세법 개정안 입법 예고에 따라 더 이상 TR(분배금 자동 재투자) 구조를 유지할 수 없게 된 점에 대해 아쉬워하는 고객들을 위한 보은 차원"이라며 "삼성 KODEX 미국 대표지수 2종 투자자들은 업계 최저 총보수로 미국 투자를 계속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박명제 삼성자산운용 ETF사업부문장은 "이 상품들의 총보수를 최저 수준으로 인하한 것은 TR형 구조의 소멸을 아쉬워하는 기존 투자자분들에 비용을 더 낮추고 배당금을 더 드리기 위해 그리고 아직 투자에 익숙하지 않은 신규 연금 투자자들에게 좋은 투자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자산운용의 이같은 총보수 인하 수순은 지난 6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의 총보수를 인하한 것에 대응해 맞불을 놨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삼성자산운용이 두 상품의 총보수를 낮춘 전날 'TIGER 미국 S&P500'과 'TIGER 미국나스닥100' ETF의 총보수를 기존 연 0.07%에서 10분의 1 수준인 연 0.0068%로 인하했다.
ETF 시장이 약 185조원 규모로 성장한 가운데 ETF 시장 점유율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양강'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보수 인하 경쟁을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4월에도 삼성자산운용은 'KODEX 미국S&P500TR' 등 미국 대표지수 추종형 ETF 4종의 총보수를 연 0.05%에서 0.0099%로 인하했다. 이에 미래에셋자산운용은 'TIGER CD1년금리액티브(합성)'의 총보수를 연 0.05%에서 0.0098%까지 내리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양사의 보수 인하 경쟁에 불이 붙은 것은 시장 점유율을 조금이라도 더 끌어올리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ETF 순자산 총액은 지난 7일 기준 185조760억원이다. 이 가운데 삼성자산운용의 ETF 순자산 총액은 70조3746억원, 미래에셋자산운용은 66조303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른 시장 점유율은 삼성자산운용이 38.02%, 미래에셋자산운용이 35.68%로 각각 업계 1,2위를 굳건히 하고 있는 가운데 양사의 점유율 차이는 2.34%포인트에 불과하다.
업계 1위 탈환과 최저 수수료 타이틀을 쟁취하기 위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이번 총보수 인하에 삼성자산운용이 하루 만에 맞불을 놓으며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한번 더 총보수 인하를 실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추가 총보수 인하는 정해진 바 없다"고 일축했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운용사 간 보수 인하 경쟁에 대해 우려를 표한 만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추가로 총보수를 인하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보수 인하 경쟁에 대해 "소비자 비용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질적 성장을 간과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단 점을 인지하고 있다"며 최근 과당경쟁 관련 담당자들과 면담한 적이 있다. 질적 경쟁이 결여된 채 시장이 혼탁해지지 않도록 업계와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총보수 인하 경쟁을 촉발했지만, 삼성자산운용이 업계 최저 총보수를 내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추가로 내리지 않을 경우, 삼성자산운용은 'KODEX 미국S&P500'과 'KODEX 미국나스닥100' ETF 상품에 대해 '업계 최저 총보수' 타이틀을 유지하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