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선영 기자]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국내 4대 금융지주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경기불황 속 이자장사로 순이익이 전년 대비 1조5000억 가까이 증가한 16조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리딩금융'은 KB금융지주, '리딩뱅크'는 신한은행이 차지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7일 우리금융을 끝으로 4대 금융지주가 지난해 실적 발표를 마무리했다.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순익은 총 16조420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로 전년(14조9279억원) 대비 10% 증가한 수치다. 고금리였던 2022년 거둔 최대 실적(15조5309억원)도 갈아치웠다.
지난해 '리딩금융' 타이틀은 KB금융이 차지했다. KB금융은 사상 첫 5조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2년 연속 리딩금융 왕좌를 지켰다. KB금융이 지난해 5조78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 전년(4조5263억원)대비 10.5%(5519억원) 증가했다. 이는 국내 금융지주 최초 '5조 클럽' 진입이다.
신한금융은 전년 대비 3.4% 증가한 4조5175억원을 기록했다. KB금융과 비교하면 5607억원 가량 차이가 난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3조클럽'에 다시 이름을 올렸다. 하나금융의 지난해 순익은 전년 대비 9.3% 오른 3조7388억원으로 집계됐다. 우리금융은 같은 기간 23.1% 증가한 3조860억원의 순익을 냈다. 우리금융은 4곳 중 가장 높은 실적 성장률을 기록했다.
통상 금리 하락기엔 은행의 수익성이 나빠진다.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가 빠르게 내려가면서 은행의 예대마진(대출금리에서 예금금리를 뺀 값)이 줄어들어서다. 실제 시장금리 하락으로 순이자마진(NIM)이 축소됐다. 지난해 우리금융의 NIM은 1.7%로 전년 대비 0.08%포인트 떨어졌다. 같은 기간 하나금융은 1.69%로 0.07%포인트, KB금융은 2.03%로 0.05%포인트, 신한금융은 1.93%로 0.04%포인트 하락했다.
그럼에도 대출자산 확대를 통해 성장했다. 지난해 말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대출자산은 1284조4130억원으로 전년 대비 80조9534억원 늘어났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의 이자이익은 41조8760억원으로 전년 대비 1조2552억원 늘면서 42조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수수료이익 등 비이자 이익은 10조9390억원으로 4443억원 늘어났다.
지난해 '리딩뱅크' 타이틀은 신한은행이 차지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3조6954억원의 순이익을 시현했다. 이는 2023년(3조677억원) 대비 무려 20.5%(6277억원) 급증한 수치다. 이로써 신한은행은 2018년 이후 6년 만에 순이익 기준 1위를 기록했다.
이어 △하나은행(3조3564억원) △국민은행(3조2515억원) △우리은행(3조394억원) 순이다.
금융지주는 주주환원에 중요한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CET1) 방어에도 성공했다. 지난해 4분기 환율이 급등하면서 금융지주 재무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적극적인 자본관리로 금융당국의 권고치를 대부분 충족했다. 지난해 말 기준 △KB금융 13.51% △신한금융 13.03% △하나금융 13.13% △우리금융 12.08%를 기록했다.
다만, 금융권에선 트럼프2.0 시대의 출범과 무역전쟁의 재점화, 경기 불확실성의 지속 등으로 대출자산 성장세에 정체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이 크게 불어난 것이 은행과 금융지주의 실적이 좋아진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실적 전망과 관련해 "2025년은 기준금리 하락 추세와 함께 가계대출 안정화를 전제로 자산 성장도 다소 둔화된다는 가정 하에 NIM이 하향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각 금융그룹들은 은행의 이자이익 외에 은행의 비이자이익, 비은행 계열사의 수익증대를 위한 다양한 포트폴리오 확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