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토크<하>] 1조5000억원 아워홈 인수전서 한화비전 발 뺀 까닭
  • 최의종 기자
  • 입력: 2025.02.09 00:03 / 수정: 2025.02.09 00:03
공사비 갈등에 정비사업 지연 시 조합·시공사 모두 '손해'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아워홈 인수전에 최대 3000억원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던 한화비전이 이같은 계획을 철회했다. 사진은 아워홈 인수를 주도하고 있는 한화그룹 3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 /뉴시스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아워홈 인수전에 최대 3000억원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던 한화비전이 이같은 계획을 철회했다. 사진은 아워홈 인수를 주도하고 있는 한화그룹 3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 /뉴시스

☞<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최의종 기자]

◆한화비전, '3000억' 투자 계획 접어…주주 반발 의식

-이번에는 한화그룹 3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이 야심 차게 추진 중인 '아워홈 인수전'에 제동이 걸렸다는 소식입니다.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인수대금 중 최대 3000억원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던 한화비전이 주주 반발을 의식해 발을 뺀 건데요.

-3000억원이면 적은 금액이 아닌데요, 한화비전이 투자 계획을 접은 이유가 있나요?

-네, 한화비전이 이처럼 갑작스러운 결정을 한 이유는 주주들의 반발 때문입니다. IT 솔루션 사업이 주력인 한화비전이 급식업체 인수를 위해 수천억원의 자금을 투입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한화비전 주가가 한때 4% 넘게 급락하는 등 부정적인 반응이 번졌습니다. 이처럼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한화비전이 "아워홈 관련 투자 참여 의사가 전혀 없음을 밝힌다"며 황급히 발을 뺀 겁니다.

-당장 오는 11일 한화 측과 아워홈 구본성 전 부회장, 구미현 회장의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이 예정된 걸로 알고 있는데요. 자금 확보에는 문제가 없나요?

-금융권 차입에 나서거나 계열사가 아닌 외부에서 인수 금융을 조달하는 방안 등이 제기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알려진 내용은 아직 없습니다.

-김동선 부사장이 아워홈 인수에 나섰을 당시부터 인수 주체인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자금력 부족이 논란이 됐던 걸로 아는데요. 결국 발목을 잡는 상황이 된 것으로 보이네요.

-네. 한화 측이 아워홈 지분 전체를 인수하려면 총 1조5000억원이라는 자금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 기준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보유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약 1294억원에 불과합니다. 김동선 부사장이 이끄는 또 다른 계열사 한화갤러리아도 현금이 부족한 것은 마찬가지인데요. 백화점 사업 부진으로 수익성 둔화하면서 한화갤러리아의 현금흐름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8억원을 기록했습니다.

-결국 외부로부터의 자금 지원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어 보이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한화 측이 아워홈 몸값으로 1조5000억원을 베팅한 것은 너무 과도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한화 내부적으로는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고하면 1조5000억원이라는 몸값은 과도하지 않다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금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또 다른 과제가 있죠?

-네. 구지은 전 아워홈 부회장이 여전히 아워홈 매각을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죠. 매각에 긍정적인 장남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과 장녀 구미현 회장은 이들이 가진 지분 총 57.84%를 한화 측에 매각할 예정인 반면 차녀 구지은 전 부회장과 구명진 씨는 회사에 대한 경영 의지가 아직 확고합니다.

-문제는 다른 형제들이 아워홈 지분을 제3자에 매각하려고 시도할 경우 구지은 전 부회장에게 같은 조건으로 먼저 살 권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한화 측은 매각에 반대하는 구지은 전 부회장과 구명진 씨에게 지분 동반 매각을 제안했지만 이들은 현재 침묵으로 일관하는 상황입니다.

-김동선 부사장의 아워홈 인수가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크겠네요. 아워홈 4남매의 경영권 분쟁 불씨가 여전한 상황에서 한화의 인수전이 어떻게 흘러갈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철산주공8·9차 아파트를 새롭게 지은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는 입주를 넉 달여 앞두고 GS건설이 철산주공8·9단지 재건축 조합에 1032억원의 공사비 증액을 요구해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 조감도. /GS건설
철산주공8·9차 아파트를 새롭게 지은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는 입주를 넉 달여 앞두고 GS건설이 철산주공8·9단지 재건축 조합에 1032억원의 공사비 증액을 요구해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 조감도. /GS건설

◆ 입주 앞두고 싸우는 철산주공8·9 vs GS건설…반복되는 공사비 갈등

-오는 6월 입주를 앞둔 경기도 광명시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철산주공8·9단지 재건축)이 시공사 GS건설과 갈등으로 입주를 못할 수도 있는 상황에 부닥쳤다고요.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는 철산주공8·9차 아파트를 최고 40층 23개 동 3804가구로 새롭게 지은 아파트인데요. 입주를 넉 달여 앞두고 GS건설이 철산주공8·9단지 재건축 조합에 1032억원의 공사비 증액을 요구해 왔습니다. GS건설은 조합에 계약 금액 조정 청구가 되지 않는다면 입주 키를 주지 않는 방식으로 입주 제한을 하겠다는 공문을 지난달 보냈다고 합니다.

-GS건설이 철산주공에 공사비 증액을 요구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라는데, GS건설이 공사비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2019년 12월 최초 계약 체결 당시 이곳의 총공사비는 8776억원이었습니다. 이후 2022년 2월, 2023년 12월 두 차례 조정을 거쳐 1001억원을 올렸습니다. 이번에 GS건설이 요구한 1032억원이 더해진다면 총공사비는 1조809억원으로, 6년 전보다 2033억원이 오르게 됩니다. GS건설은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갈등에 따른 원자재 가격 폭등, 수급 불안정 등으로 인한 급격한 건설 환경 변화 탓에 공사비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재건축 조합은 어떤 입장인가요.

-조합은 이미 두 차례나 공사비를 인상했기에 이번 공사비 증액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현재 철산주공8·9단지 재건축 조합의 인원은 2041명으로, GS건설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1인당 약 5000만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합니다. 조합 이사회는 자신들의 주장이 모두 관철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최소 금액은 인정해 주자며 100억원 정도 올리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문제로 광명시와 조합, GS건설 3자 간 공사비 분쟁조정위원회가 개회됐다는데 협의는 원만히 진행되고 있나요.

-지난달 21일 첫 분쟁조정위원회가 개최됐고, 2월 중 한 차례 더 열릴 예정이라고 합니다. GS건설은 우선 "분쟁조정위원회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며 "조합과 원만한 협의를 통해 성공적인 사업의 마무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합니다.

-최근 여러 정비사업지에서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는데요. 이러한 일이 빈번하게 생기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철산주공8·9단지 외에도 GS건설은 현재 장위4구역 재개발 조합과도 공사비 갈등으로 협상을 진행 중입니다. 또 방화6구역 재건축 조합이 공사비 문제로 시공사 HDC현대산업개발과 갈등을 빚다가 지난해 9월 계약을 해지한 사례도 있습니다. 전반적인 물가 수준에 비해 공사자재원가가 유독 많이 오른 것을 공사비 갈등의 주요 원인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건설공사비지수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26% 상승했는데,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지수는 12.3% 상승했다고 합니다. 2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것이죠.

-반복되는 공사비 갈등을 해결할 방법이 없을까요.

-업계에서는 사업 초기에 적정 공사비를 책정해 갈등을 방지하자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건설산업 경쟁력 강화와 건설안전을 위한 토론회'에서도 건설기술진흥법을 개정해 발주자에게 건설공사의 품질을 확보할 수 있는 적정한 공사비를 산정할 책무를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 등이 나왔습니다. 공사비 갈등으로 정비사업이 지연되면 조합과 시공사 모두 큰 손해를 입게 됩니다. 빠른 시일 내에 이러한 갈등이 더는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 방안이 마련됐으면 합니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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