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이중삼 기자] 뚜껑을 열어보니 반전은 없었다. 국내 대형 건설사들도 경기불황을 피해가지 못한 것. 지난해 실적이 전년 대비 뒷걸음질 친 곳이 대다수다.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들은 올해 내실경영을 핵심 키워드로 삼고,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주요 대형 건설사들의 지난해 실적은 전년보다 후퇴했다. 업계 맏형 격인 현대건설은 '어닝쇼크'(실적충격)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결기준 1조220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01년 이후 23년 만에 적자전환이다. 조 단위의 적자를 내면서 위기가 본격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현대건설 측은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의 해외 일부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일시적 비용에 기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수익성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도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4031억원)은 전년(6625억원) 대비 39.2%나 줄었다. 진행 현장 수 감소와 지속되는 원가율 상승·일부 주택 현장의 일시적 추가 원가 반영 등으로 수익성이 줄었다고 대우건설 측은 전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수익성 중심의 내실경영 강화로 건설시장 위기를 극복함과 동시에 올해 목표를 초과 달성하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DL이앤씨도 전년 대비 18.1% 줄어든 2709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부진했다. 자회사 DL건설의 일부 현장 원가율 조정과 대손 반영에 따라 수익성이 줄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수익성이 담보된 양질의 신규 수주를 이어가면서 올해 점진적인 실적 개선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HDC현대산업개발 역시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5.5% 감소한 1846억원에 그쳤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서울원 아이파크 등 대규모 분양과 수주에 따른 비용이 발생했고, 일부 현장에서 원가 상승이 있어 영업이익이 줄었다"고 했다.
◆ 삼성물산 건설부문 '선방' GS건설 '흑자전환'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업황 악화에도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10억원으로 전년보다 3.2% 줄었지만, 2년 연속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해서다. 다른 대형 건설사와 비교하면 양호한 성적을 거둔 셈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건설부문은 대외 환경 변화 등으로 전년 대비 매출과 이익이 소폭 줄었지만, 수익성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견조한 실적 유지했다"고 했다.
GS건설은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1년 만에 적자 수렁에서 빠져나왔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2862억원으로 전년(영업손실 3879억원)과 비교해 흑자로 돌아섰다. 2023년 검단신도시 지하주차장 붕괴사고가 기저효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GS건설 관계자는 "안전과 품질에 기반해 건설업의 기본을 강화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의 기반과 내실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대형 건설사들은 올해 내실경영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등 재무구조 안정화를 꾀하면서 영업 경쟁력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올해도 건설경기가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내실을 다지고, 수익성 위주의 선별수주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기업은 건설경기 침체에 대응해 재무적 리스크의 적극적인 대응 등 내실경영체제의 강화가 필요할 것"이라며 "기술과 인력, 재무 등 핵심 경영자원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노력도 병행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