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문은혜 기자] 삼양식품이 '불닭' 브랜드의 글로벌 열풍에 힘입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 상승 효과까지 겹치면서 '영업이익률 20% 달성'이라는 역대급 성적을 올렸다.
다만 이같은 환율 효과가 올해도 삼양식품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지고 있는 1400원대 고환율이 결국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때문에 삼양식품의 진짜 성적은 올해부터라는 분석이 나온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에서 '불닭' 브랜드로 돌풍을 일으킨 삼양식품이 지난해 영업이익률 20%를 기록하며 1961년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올렸다.
삼양식품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1조7300억원, 영업이익은 3442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도와 비교하면 매출은 45%, 영업이익은 무려 133%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20%로 12%를 기록한 지난 2023년 대비 8%p나 상승했다.
지난해 기록한 역대급 실적의 바탕에는 '수출'이 자리잡고 있다. 수익성 높은 해외 매출 비중이 증가하면서 영업이익이 사상 처음으로 3000억원을 넘어선 것이다.
실제로 삼양식품의 수출 비중은 지난 2023년 68%에서 2024년 3분기 기준 77%로 1년 만에 10%p 가까이 확대됐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에서 불닭 브랜드 인기가 확산되면서 물량을 맞추기 어려울 정도로 해외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20%에 달하는 영업이익률이 식품업계에서는 보기 드문 수치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라면의 경우 내수 시장에서는 정부의 가격 통제가 심해 영업이익률 10%도 달성하기 어렵다. 삼양식품과 함께 국내 라면 3사로 꼽히는 농심과 오뚜기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4~7%대를 기록했다.
이에 증권업계에서는 삼양식품이 지난해 '환율 상승'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원·달러 평균 환율은 지난해 1분기 1329.4원에서 2분기 1371.24원으로 올랐다가 3분기 1358.35원으로 소폭 하락했으나 4분기에 다시 1398.75원으로 반등했다. 특히 4분기에는 금융위기가 왔던 지난 2009년 1분기(1418.30원) 이후 15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환율이 치솟았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중 매월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지속됐는데 삼양식품은 국내 공장에서의 선적 시점과 현지 해외 법인에서의 판매 시점 차로 환 효과가 기대 이상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류은애 KB증권 연구원 또한 "우호적인 환율 속 북미 매출 비중이 상승한 점이 매출 서프라이즈의 주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지난해 말부터 이어지고 있는 1400원대 고환율이 올해 실적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주목된다. 환율이 오르면 달러로 거래되는 밀가루, 팜유 등 원료 가격이 비싸지는데다 수출 비중이 큰 삼양식품의 경우 해상운임에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환율이 안정되더라도 지난해와 같은 기저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지난 2023년 대비 2024년에 환율이 한 차례 큰 폭으로 오른 탓이다. 지난해 연간 평균 환율은 1363.98원으로 전년도 평균 환율(1305.41원) 대비 58.57원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출이든 내수든 올해는 강달러로 인한 비용 상승의 영향을 안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특히 수출 비중이 80%를 향해 가는 삼양식품의 경우 올해는 진출 국가들에서 불닭 브랜드를 얼마나 안착시킬 수 있는지가 실적에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현재 글로벌 100개 국가에 불닭 브랜드를 수출 중인 삼양식품은 올해 유럽과 동남아, 중동 등 국가에서 판매 채널을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진출한 국가들에서 발생하는 수요를 100% 다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오는 6월 밀양2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판매량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