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세종=정다운 기자] ‘동해 심해 가스전(이하 대왕고래 프로젝트)’ 첫 시추 결과 가스 징후 등이 발견됐지만, 결정적으로 경제성을 확보할만한 수준의 탄화수소는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상 대왕고래프로젝트는 실패했다는 평가다. 다만, 정부는 이번 데이터를 토대로 2차 유망성 평가를 진행하고 다음 달 해외 투자 유치를 개시한다는 구상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6일 대왕고래 프로젝트와 관련해 정부세종청사에서 백브리핑을 열고 향후 추진 방향을 설명했다.
이날 백브리핑에서 산업부 고위관계자는 "대왕고래 시추 과정에서 가스 징후가 잠정적이지만 일부 있었다"며 "다만,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어 "잠재 자원량이나 여러 가지 가능성을 종합해 시추 위치를 정했지만, 탄화수소가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통상 가스·석유가 발견되려면 가스가 생성되는 근원암이 양호해야 하며, 이를 가둘 수 있는 저류층·트랩 및 덮개암이 필요하다. 하지만 탄화수소(부존량 확인 주요지표) 검출이 낮다는 것은 실제 내용물이 없을 확률이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때문에 대왕고래 관련 추가적인 시추는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이 고위관계자는 "가스 자체가 그냥 이 구조 내에 있던 유기물이 사라지면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은 근원암에서 이동을 했는지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시추 과정에서 다양한 시료와 기초 데이터를 수집했고, 전문 용역기관을 통해서 분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석유 시스템 구조 자체는 양호한 시스템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해 나머지 6개 유망구조에 관한 후속 탐사 시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고 부연했다.
앞서 웨스트 카펠라호는 지난달 20일 대왕고래 첫 시추작업에 착수했고, 해수면 아래 1㎞ 이상 깊이의 대륙붕 해저까지 시추공을 뚫어 암석 시료를 확보했다. 시료 분석은 미국 유전 개발 회사인 슐럼버거가 맡았다. 산업부는 구체적인 수치가 포함된 정밀 분석 결과를 5~6월쯤 공개할 예정이며, 최종 조사 결과는 8월 중 받아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부는 나머지 6개 유망구조 추가 탐사를 위해 다음 달 해외 투자 유치를 개시한다는 방침이다.
고위관계자는 "아직 추가 시추에 필요한 광구분할이 이뤄지지 않아, 해외 주요 메이저사의 광구 평가 등에 따라 투자유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다음 달 말쯤에는 투자유치 절차(입찰공고)가 개시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2차 유망성 평가 용역이 중간 단계에서 검증 작업을 거치고 있다"며 "아직 신뢰성 검증이 되지 않아서 공식 발표를 안했지만 지질 관련 6개 학회와 전문가들이 검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동해 심해 가스전 탐사는 자원개발 생태계 관리 측면에서 중요하다"며 "추후 탐사가 이뤄지면 나머지 6개 유망구조에 대한 오류를 보정할 수 있을 것이다. 가이아나는 13번, 노르웨이 에코피스크는 23번째에 유전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종합하면 이번 시추를 통해 실제 석유·가스 부존량을 확인하지는 못했다. 때문에 추가적인 시추가 더 필요한 실정이지만, 대왕고래 관련 예산이 국회 검토 과정에서 대부분 삭감된 상황으로 향후 시료 분석 결과가 향배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고위관계자는 "해외 투자 유치 조건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정부 예산 필요성 여부가 갈릴 것으로 생각한다"며 "6개 유망구조의 탐사는 예산이 필요하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해 검증을 받겠다고 국회에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가 탐사·시추는 리스크와 국익 관점에서 세심하게 결정해야 하는 문제"라며 "정부가 분석을 통해 성공적으로 투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부연했다.
danjung638@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