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의종 기자] "2030년 그룹 합산 매출액은 2배, 영업이익은 4배로 성장해 그룹 합산 시가총액 200조를 목표로 소재분야 최고의 기업가치를 가진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하자."
지난해 7월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취임 후 진행한 100일 현장 동행을 마무리하며 개최한 타운홀 미팅에서 밝힌 포부다. 지난해 2월 포스코홀딩스 CEO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가 장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한 지 1년이 됐다. 하지만 1년 성적은 뒷걸음질 쳤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는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 72조6880억원, 영업이익 2조174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5.8%, 38.4% 감소한 수치다. 그룹 매출 절반을 차지하는 철강 부문은 영업이익 1조637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36% 줄었다.
김승준 포스코홀딩스 재무·IR본부장은 3일 콘퍼런스콜에서 "중국 철강 공급 과잉과 건설 경기 침체로 중국 수출 물량이 증가하면서 아시아 지역 철강 가격이 지지부진했다"며 "에너지 소재 사업은 전기차 성장률이 둔화해 핵심 광물 가격이 하락했고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장 회장은 2030년 그룹 합산 시가총액 200조원을 달성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취임 1년 성적은 계획과 역행했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포스코그룹은 지난해 말 기준 시가총액 42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54.7% 줄어든 수치다.
포스코그룹은 투하자본이익률(ROIC)을 6~9%로 끌어올리는 등 기업가치 제고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달에는 미래 성장 투자를 본격화해 효율적인 투자자본 관리를 하겠다며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ROIC는 기업이 자본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지 측정하는 지표다. ROIC 수치가 증가하면 효과적으로 자본을 투자하고 있다는 의미다. 포스코그룹은 그룹 내 단위사업별로 수익성과 투입자본을 동시에 평가하는 ROIC 지표를 사업관리에 적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상황이다. 지난해부터 저수익 자산 등을 매각하고 있다. 구조조정을 통해 현금 6625억원을 확보했다. 이중 약 1000억원은 자사주 매입·소각에 활용한다. 올해도 자산 매각을 통해 1조5000억원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원료비와 정비비도 줄이고 있다. 허정열 포스코 재무실장은 "지난해부터 대대적인 원가 절감 노력을 하고 있다"며 "저가 원료를 투입하는 등 원료비를 절감하고, 정비비나 협력 작업비도 줄일 수 있는 부분은 줄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저수익 자산 매각만으로 위기를 극복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업황 악화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어서다. 한국경제인협회의 올해 2월 BSI(기업경기실사지수) 전망치 중 철강 등 금속 및 금속가공 제품은 9개월 연속 100을 밑돌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2기 출범으로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진 점도 장밋빛 미래와 거리가 멀어지게 하는 요인이다. 다만 당장 포스코는 관세 부과 등에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한 달간 추가 관세가 유예된 멕시코를 거쳐 미국으로 들어가는 물량의 비중이 작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본업인 철강 사업 경쟁력 강화와 이차전지소재 사업 입지 구축 등을 위해서는 그룹 안팎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실제 장 회장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정기섭 전략기획총괄과 김준형 이차전지소재총괄 등을 교체하는 등 인사를 단행했다.
장 회장은 지난해 10월 포스코포럼에서 "혁신하지 않으면 그룹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항상 가지고, 위기와 기회를 균형 있게 바라보며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하자"라며 "그룹의 역량과 자원을 객관적으로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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