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서울행정법원=이성락 기자] '택스노마드'(세금유목민)로 지목된 윤관 블루런벤처스(BRV) 대표가 123억원의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과세당국을 상대로 제기한 종합소득세 부과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패소했다. 윤관 대표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거래한 혐의로 함께 불구속 기소된 LG가(家) 장녀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의 남편이자,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사위다.
서울행정법원 제5부(부장 김순열·김웅수·손지연)는 6일 "원고(윤관 대표)의 청구를 기각하고, 재판 비용을 원고가 부담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윤관 대표는 종합소득세 123억원을 내야 한다.
해당 재판은 2016~2020년 윤관 대표가 국내에서 벌어들인 배당 소득 221억원에 대해 종합소득세 신고를 누락했다는 서울지방국세청의 판단이 내려진 이후 강남세무서가 종합소득세 123억원을 청구했고, 이에 윤관 대표가 불복함에 따라 진행됐다. 앞서 윤관 대표는 조세심판원에 불복 심판 청구를 제기했으며, 여기에서 기각 결정이 나오자 소송전에 돌입했다.
미국 시민권자인 윤관 대표는 소득세법상 국내 거주자로 분류되면 내국인과 동일하게 납세 의무를 진다. 그간 윤관 대표는 자신이 미국인이고, 국내 거주자도 아니라 세금을 낼 수 없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윤관 대표의 주장은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악의적으로 세금 납부를 회피하려 한다는 의혹만 더욱 커졌다.
대표적으로 윤관 대표가 미국에서 세무 신고를 할 때 주거지를 '일본'으로 기입한 사실이 재판을 통해 밝혀지자, 납세 의무를 지지 않으려 한국에서는 '미국 거주자', 미국에서는 '일본 거주자' 행세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들끓었다. 이와 관련해 윤관 대표는 상황에 따라 국적을 취사선택하는 '택스노마드'라는 비판을 받았다.
윤관 대표는 수차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10여년간 관계를 이어온 유명 연예인의 아내 A씨에게 자녀 국제학교 학비, 아파트 등 10억원 이상의 경제적 지원을 한 사실이 <더팩트>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이는 "중대한 이해관계의 중심지는 미국"이라는 윤관 대표의 주장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거액의 지원이 아깝지 않은 긴밀한 관계의 인물이 국내에 있었다면 윤관 대표의 '중대한 이해관계의 중심지'를 국내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적 위조 의혹도 제기됐다. 위조 서류로 과테말라 국적을 만들어 이를 기반으로 미국 시민권을 획득했다는 것이다. 이는 가짜 외국인 신분을 활용한 탈세 시도뿐만 아니라 병역 기피 문제로도 확대될 수 있는 대목이다.
강남세무서 측 법률대리인인 강남규 법무법인 가온 대표변호사는 "정의의 승리"라며 "윤관 대표처럼 한국에 아내와 자녀를 둔 채 미국에서 14일 정도밖에 머무르지 않았음에도 미국 시민권을 앞세워 세금을 내지 않으려는 것에 대해 법원이 단호하게 책임을 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윤관 대표 측은 이번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법조계 안팎에선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주를 이룬다. 강 대표변호사도 "윤관·구연경 대표가 이혼하거나, 구연경 대표가 이주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윤관 대표의 거주자성에 큰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윤관 대표와 구연경 대표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취득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윤관 대표가 투자 발표 전에 호재성 정보를 제공하고, 구연경 대표가 이를 활용해 코스닥 바이오 업체 메지온 주식 3만주(당시 시세 기준 약 12억원어치)를 취득, 부당 이득을 얻었다는 내용이다. 검찰은 지난달 23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윤관 대표와 구연경 대표를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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