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퇴직연금 100조 시대, '원톱' 미래에셋 쫓는 '중형사' 현대차證
  • 이한림 기자
  • 입력: 2025.02.06 00:00 / 수정: 2025.02.06 00:00
한국투자·삼성·NH투자증권보다 적립액 높아
계열사 의존도 낮은 DC형·IRP 비중 확대는 과제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퇴직연금 적립액이 100조원을 넘어섰다. 미래에셋증권이 30조원에 육박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중소형사인 현대차증권이 17조원으로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더팩트 DB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퇴직연금 적립액이 100조원을 넘어섰다. 미래에셋증권이 30조원에 육박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중소형사인 현대차증권이 17조원으로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지난해 10월 정부의 퇴직연금 실물이전 시행 이후 국내 증권사의 퇴직연금 누적 적립액이 100조원을 돌파한 가운데 증권사별 퇴직연금 리그에서 낯선 광경이 이어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퇴직연금만으로 대형 증권사로 우뚝 선 미래에셋증권이 부동의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중소형사 현대차증권이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대형사를 제치고 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어서다.

6일 금융감독원 퇴직연금 포털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액 29조1945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증권사 전체 적립액 중 28.1%에 달하는 수치다.

2위는 현대차증권이다. 현대차증권은 같은 기간 17조515억원의 퇴직연금을 적립해 3위 한국투자증권(!5조8148억원), 4위 삼성증권(15조3857억원)을 앞선다. 5위인 NH투자증권부터는 10조원 미만 수준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현대차증권이 초대형 IB 자격을 갖춘 대형 증권사들보다 퇴직연금을 많이 적립하고 있다는 것에 의문을 보낸다. 현대차증권의 자본총계는 1조3021억원 수준이나, 퇴직연금 만큼은 5조원이 넘는 자본총계를 보유한 대형사들과 어깨를 견주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현대차증권이 퇴직연금 적립금 상위에 오른 배경으로는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을 활용한 자사 계열사 실적에 의존하는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이 압도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까닭으로 풀이된다. 현대차증권의 적립금 규모는 종류별로 DB형이 15조원을 넘겼지만 확정기여(DC)형은 5000억원대, 개인형 퇴직연금(IRP)가 1조원대 수준에 머물고 있다.

DB형 퇴직연금에서 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1%가 되지 않은 미래에셋증권의 적립금 규모와 대조적인 수치다. 현대차증권 다음으로 이름을 올린 한국투자증권 역시 DB형과 DC형에서 자사 계열사 비중이 모두 3%대를 넘지 않는다.

이에 현대차증권이 증권사 퇴직연금 100조 시대에 기여를 하고 있으나, 계열사에 의존한 포트폴리오에서 DC형이나 IRP 등 신규 고객을 유치해야 하는 과제를 동시에 떠안고 있는 결과로 풀이된다.

현대차증권 역시 퇴직연금 규모에서 계열사 의존도가 높다는 것을 인지하고 점차 줄이기 위해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특히 최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5년 내 배당 성향 40% 이상 달성 등을 골자로 한 밸류업 공시를 이행하고 차세대 시스템 구축과 현금흐름 개선 등을 위한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강점이 있는 퇴직연금 분야에서도 대형 증권사에 맞는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복안이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DC형 퇴직연금 적립금은 5611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27.52% 늘어났다. 이는 업계 내에서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DB형에서 계열사 비중 역시 70%대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나 90%에 육박한 2014년 대비 점차 개선되는 모양새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비계열사에 대한 영업 강화를 통해 운용관리 계열사 비중을 지속 줄이고 있다"며 "인력, 시스템 인프라, 적립금 운용 수익률 제고 등 퇴직연금 부문 전반에 대한 사업 역량 강화 지속으로 고객사와 가입 고객에게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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