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도약' 외친 이찬우 농협금융 회장, '만년 5위' 극복할 승부수 있나
  • 이선영 기자
  • 입력: 2025.02.05 10:48 / 수정: 2025.02.05 10:48
지난해 내부통제 부실 등 각종 이슈로 몸살…신뢰 회복 과제
계열사별 핵심 역량 강화, 잠재력 극대화 혁신안 수립 포부 밝혀
이찬우 NH농협금융지주 신임 회장이 4일 오전 서울 용산 농협금융 고객행복센터(콜센터)로 첫 출근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이찬우 NH농협금융지주 신임 회장이 4일 오전 서울 용산 농협금융 고객행복센터(콜센터)로 첫 출근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이찬우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공식 임기를 시작했다. 이찬우 회장은 별도의 취임식 없이 농협은행 고객행복센터를 찾아가 현장경영으로 첫 행보를 보였다. 지난해 내부통제 부실 등 각종 이슈로 몸살을 앓았던 농협금융은 내부통제 강화와 더불어 경쟁사 대비 뒤처진 '만년 5위' 탈출 등 과제가 산적하다. 농협중앙회와의 관계 설정도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어 그의 어깨가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3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거쳐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했다. 이 회장의 임기는 오는 2027년 2월 2일까지 2년이다.

농협금융 임추위는 "금융환경의 불안정성이 확대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금융산업과 거시경제에 대한 폭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농협금융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 적임자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1966년 경북 영덕 출신인 이 회장은 부산대 사대부고,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등을 졸업하고 행정고시(31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재정경제부 복지경제과장·경제정책국 경제분석과장과 기획재정부 장관정책보좌관·미래사회정책국장·경제정책국장과 차관보를 지냈다. 이후 경남도청 경제혁신추진위원회 위원장과 금감원 기획·보험 담당 수석부원장 등을 역임했다.

농협금융 임추위는 "이 회장이 정부 부처에서 경제 정책부터 실무까지 폭넓은 업무 경험으로 금융과 거시경제 전반에 대한 통찰력을 갖췄다"며 "금융산업에 대한 전문성과 이해도가 높아 금융지주 대표이사(CEO)로서 필요한 역량을 갖췄다"고 했다.

이 회장은 지난 4일 오전 별도의 취임식 없이 NH농협은행 고객행복센터에 방문해 상담 현장을 체험하고 직원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현장경영으로 첫 일정을 시작했다.

농협금융은 핵심 자회사인 농협은행에서 대형 금융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금융당국과 정치권으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전날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지주·은행 주요 검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농협은행에서는 90건, 649억 규모의 부당대출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금감원은 이날 검사 결과가 발표된 농협은행을 비롯해 우리·KB국민은행 등에 대해 "여신 취급부터 심사·승인·실행·사후관리 등 여신 프로세스 전반이 부실하다"고 꼬집었다.

이에 고객 신뢰 회복과 내부통제 강화가 이 회장의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이 회장은 4일 서울 용산구 고객행복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고객 신뢰가 기본"이라며 "금융사고를 최소화·제로화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금융감독원이 제시한 책무구조도 등 무엇보다 시스템을 통한 내부통제 관리가 중요하다"며 "내용을 살펴보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 회장은 경쟁사 대비 뒤처진 '만년 5위' 탈출을 위해 비은행 수익성 확대가 절실할 것으로 보인다.

농협금융의 실적은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 중 가장 낮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3151억원으로, KB금융(4조3953억원)과 신한금융(3조9856억원)의 반토막 수준이다. 하나금융(3조2254억원), 우리금융(2조6591억원)과도 차이가 크다.

이에 수익구조의 다변화를 통한 성장을 꾀해야 하는 실정이다. 현재 NH농협금융은 은행 부문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농협금융 순이익에서 은행 비중은 71.5%에 달했다. 농협금융은 3대 증권사 중 하나인 NH투자증권과 NH농협생명, NH손해보험을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으나 비은행 계열사들의 경쟁력 강화 역시 주요 과제다. 해외시장 공략을 가속화, 퇴직연금 등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도 필요하다.

이와 관련 이 회장은 "자산 규모와 수익성을 높여 재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찬우 회장이 4일 서울 용산구 소재 고객행복센터에서 직원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농협금융
이찬우 회장이 4일 서울 용산구 소재 고객행복센터에서 직원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농협금융

농협금융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농협중앙회 중심의 지배구조 개선도 숙제다. 현재는 농협금융의 인사 및 경영 과정에서 중앙회의 입김을 배제할 수 없는 구조다. 이석준 전 농협금융 회장은 강호동 농협중앙회장과 인사권을 두고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앞서 농협금융은 지난해 말 5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했다. 이 중 은행 및 생명·손해보험 등 핵심 계열사 신임 대표는 강 회장과 동향인 영남 출신의 측근 인사로 꼽힌다.

이처럼 임기 동안 이 회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한 만큼 그가 농협금융의 변화와 혁신을 이뤄낼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부당여신 취급, 횡령 등 여러 사건이 발생했으며, 최근 금감원 검사결과에서도 내부통제 및 건전성 관리를 지적 받은 만큼 기재부, 금감원을 거친 이찬우 신임 회장이 우선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그룹 수익성을 확대하는데 적임자라고 생각된다"며 "출근길에서도 언급한 만큼 수익성 확보를 위해 총력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찬우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불확실성 속 새로운 전략과 방향 설정이 필요한 전략적 변곡점에 있다며 고객 신뢰를 거듭 강조했다.

이 회장은 4일 취임사에서 "금융의 가치는 고객 신뢰에 기반하고 있고, 신뢰가 없다면 성장과 지속가능성도 담보할 수 없다"며 "금융사고 제로화의 초석을 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부통제 체계를 시스템에 의해 관리될 수 있도록 재정비하고 실효성 있게 작동될 수 있도록 관리하겠다"며 "책무구조도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한편 금액의 대소를 떠나 금융사고에 대해서도 엄중히 책임을 묻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리스크 관리에 전념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회장은 "인구구조 변화, 기후 변화, 디지털 기술 혁신 등 메가트렌드에 대해서도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이자 수익 성장이 한계에 직면하고 있어 계열사별 핵심 역량을 강화하고 잠재력을 극대화할 혁신안을 수립해 지속 가능한 손익기반을 마련해가자"고 강조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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