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창업자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4일 한국을 찾아 광폭 행보를 보였다. 이날 오전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만나 AI 협력 방안을 논의한 뒤 카카오 미디어데이에 모습을 드러냈고, 오후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 3자 회동을 가졌다. 중국산 AI 모델 딥시크의 깜짝 등장 속, AI 프로젝트 '스타게이트'를 함께 추진할 동맹을 서둘러 찾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해석이다.
재계에 따르면 전날 늦은 밤 한국에 도착한 올트먼 CEO는 이날 오전 곧바로 미팅 일정에 돌입했다. 먼저 비공개 개발자 행사 빌더 랩이 열린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최태원 회장 등 SK그룹 경영진과 만났다. 이들은 약 40분 동안 AI 반도체와 AI 생태계 확대를 위한 전방위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딥시크 이슈에 대해서도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올트먼 CEO는 최 회장과 만남에 대해 "원더풀"이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올트먼 CEO는 AI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게임사 크래프톤의 김창한 대표와도 만났다. 이어 카카오 AI 전략 발표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정신아 카카오 대표와 함께 협업 내용을 발표했다. 이날 카카오와 오픈AI는 혁신적인 사용자 경험 제공을 목표로 AI 서비스 고도화 및 비즈니스 기회 창출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올트먼 CEO는 "카카오는 기술이 일상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방식에 대해 깊은 이해를 갖고 있다"며 "카카오의 수많은 이용자에게 첨단 AI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소통과 연결 방식을 혁신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올트먼 CEO가 국내 주요 기업인들과 연쇄 회동을 가진 건 그만큼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의미다. 올트먼 CEO는 직접 빌더 랩에서 "한국이 반도체, 에너지, 기술 친화적 환경 등 AI 발전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갖췄다"며 "한국 기업들과 협업 확대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그는 또 "로봇 공학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한국에 온 이유도 현지 기업들이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라고 밝히기도 했다.
나아가 올트먼 CEO의 한국 방문은 저비용·고효율 AI 모델 딥시크의 등장으로 글로벌 AI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현 시장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 우군 확보에 본격 나섰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오후엔 한미일 3국의 주요 기업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AI 협력을 모색하는 자리가 만들어졌다. 올트먼 CEO는 삼성 서초사옥을 찾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을 만났다.
앞서 올트먼 CEO와 손 회장은 지난달 AI 합작사 '스타게이트'를 만들고 향후 4년간 5000억달러(약 730조원) 이상을 투자해 미국에 AI 데이터센터 등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동참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기업 중 유일하게 메모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스템LSI 등을 모두 보유한 종합 반도체 기업으로, 모바일과 가전 사업도 영위하고 있어 협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게 업계 안팎의 평가다. 올트먼 CEO는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AI 반도체, AI 전용 단말기 개발 등을 언급한 바 있다.
당초 이날 회동은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 등 삼성전자 경영진과 올트먼 CEO 중심으로 이뤄질 예정이었다. 이후 이재용 회장이 직접 참석하기로 하면서 3자 회동 논의가 급진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은 이날 오전 김포공항을 통해 급히 입국했다. 이 회장 입장에서는 전날 부당합병·회계부정 의혹 관련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후 첫 공식 행보에 나서는 셈이다.
이 회장은 이날 오전 서초사옥에서 업무를 보다가 올트먼 CEO와 손 회장을 차례로 맞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 회장은 3자 회동에 앞서 취재진을 만나 "'스타게이트' 업데이트 상황, 삼성전자와의 잠재적 협력을 논의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재용 회장에게 투자 요청을 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구체적 사안은 아직 없다. 단지 잠재적 협력에 대한 논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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