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기는 정유사 실적…野 횡재세 주장 자취 감추나
  • 장혜승 기자
  • 입력: 2025.02.05 00:00 / 수정: 2025.02.05 00:00
올해 들어 정유사 정제마진 지속 하락
횡재세, 정유사 실적 따라 정치권서 논의 반복
정유업계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이 바닥을 기고 있다. 정제마진이 높을수록 정유사 수익이 증가하는데, 올해 들어 이 수치가 계속 추락하면서 그동안 야권에서 추진하던 횡재세 불씨도 사그라들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
정유업계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이 바닥을 기고 있다. 정제마진이 높을수록 정유사 수익이 증가하는데, 올해 들어 이 수치가 계속 추락하면서 그동안 야권에서 추진하던 횡재세 불씨도 사그라들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정유업계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이 바닥을 기고 있다. 동절기 난방 수요를 감안해도 좀처럼 반등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분기별 업황 변동성도 커졌다. 정제마진이 높을수록 정유사 수익이 증가하는데, 올해 들어 이 수치가 계속 하락하면서 그동안 야권에서 추진하던 횡재세 불씨도 사그라들 전망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마지막 주 기준 평균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5.4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정제마진이 배럴당 15달러까지 치솟았던 것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정제마진은 휘발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윳값과 운송비 등 비용을 제외한 값으로 정유사 수익성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다. 유가가 오르면 석유제품 가격이 따라 상승하면서 정제마진이 커진다. 반대로 유가가 떨어지면 석유제품 가격이 동반 하락하고, 정제마진도 줄어들게 된다.

정제마진의 손익분기점은 5달러 안팎으로 알려졌다. 현재 수치는 정제공장 가동이 곧 적자가 되는 상황이다.

업계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실적 부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1분기까지만 해도 정유 4사(SK이노베이션·에쓰오일·GS칼텍스·HD현대오일뱅크) 합산 영업이익은 약 1조7000억원대를 기록했다. 2023년 4분기 2000억원대 대비 7배 넘는 돈을 벌어들이며 '일시적 호황기'를 기록하자 야권을 중심으로 횡재세 재논의가 대두됐다.

횡재세는 정유업체들이 에너지 가격 변동에 따라 초과 이익을 얻었을 때 추가로 부과하는 세금을 의미한다. 더불어민주당, 기본소득당 등 야권은 정유 4사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2022년 이후 "정유업계가 역대급 영업이익을 거뒀다"며 횡재세 도입을 주장했다.

정유업계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이 바닥을 기고 있다. 정제마진이 높을수록 정유사 수익이 증가하는데, 올해 들어 이 수치가 계속 추락하면서 그동안 야권에서 추진하던 횡재세 불씨도 사그라들 전망이다. /에쓰오일
정유업계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이 바닥을 기고 있다. 정제마진이 높을수록 정유사 수익이 증가하는데, 올해 들어 이 수치가 계속 추락하면서 그동안 야권에서 추진하던 횡재세 불씨도 사그라들 전망이다. /에쓰오일

법안도 발의했다. 소득금액이 직전 3개 사업연도 평균 소득금액보다 일정 수준 이상 많을 때, 초과금액의 20~50%를 법인세에 추가 납부하는 내용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민생 위기 극복, 그리고 민생 고통을 분담할 수 있도록 횡재세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힘을 보탰다.

그러나 2분기 들어서 실적이 꺾이고 3분기 들어서까지 부진이 이어지면서 정유사 횡재세 환수 주장은 힘을 잃을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실적에 따라 횡재세 논의는 얼마든지 또 불붙을 수 있다.

정유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비교 대상으로 든 미국 등 해외기업들과 국내기업들의 수익구조가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해외 메이저 석유기업들은 원유를 직접 탐사, 채굴해 대규모 수익을 낼 수 있지만 국내 정유기업들은 수입한 원유를 정제해 판매하기 때문에 수익 규모가 낮다"며 "해외 기업들과 국내 정유사들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원유를 직접 생산하면 국제유가 상승 자체만으로도 막대한 수익을 거두지만 국내 정유사들은 유가가 오르면 비싼 가격을 주고 원유를 사와야 한다는 설명이다.

국내 산업계와 비교했을 때 정유사가 특별히 더 큰 수익을 거둔 것도 아니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대한석유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7년부터 2022년까지 국내 정유업계 정유사업부문 평균 영업이익률은 1.7%이다. 같은 기간 국내 40대 제조업 평균 영업이익률 6.3% 대비 크게 낮은 수치다.

적자 손실에 대한 보전은 없고 이익이 발생할 때만 과세하려 한다는 점에서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국내 정유사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유가 급락과 수요 급감 등으로 5조원대 적자를 기록했듯이 국내 정유산업은 외부 경영 환경 변화에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다"며 "대규모 적자 발생 때 손실 보전은 없고 일시적 수익 급증에만 세금을 부과한다면 과세 형평성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기업의 경영활동과 투자 의욕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꼬집었다.

zz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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