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문화영 기자] 커피 원재료인 원두값이 급등하자 저가 커피 브랜드까지 가격을 인상하고 나서면서 '커피플레이션'(커피+인플레이션)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 FIS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아라비카 원두 가격은 전일 대비 0.81% 오른 톤당 8397달러(한화 약 1225만원)를 기록했다. 이는 전월 대비 19.54%나 급등한 가격으로 최근 1년 동안 기록한 가격 중 최고가다.
같은 기간 로부스타 원두 가격은 톤당 5534달러(한화 약 807만원)로 전월 대비 9.9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두값이 이처럼 급등한 원인으로는 이상기후로 인한 가뭄, 폭우 등이 꼽힌다. 세계 커피 생산량의 약 55%를 차지하는 브라질과 베트남이 지난해 폭우와 가뭄을 겪으면서 생산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커피나무는 열매를 맺기까지 통상 3~5년이 걸리기 때문에 원두 가격 안정화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원두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자 일부 고가 커피 프랜차이즈들은 가격을 올리기 시작했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지난달 24일부터 톨 사이즈 음료 22종의 가격을 200~300원 인상했고 할리스 역시 같은 날부터 일부 제품 가격을 올렸다. 매일유업 관계사 엠즈씨드가 운영하는 폴바셋은 지난달 23일부터 제품 23종 가격을 평균 3.4% 가량 인상했다.
다만 이런 와중에도 저가 커피 브랜드들은 1000원대 커피값을 유지하며 버텼지만 나날이 치솟는 원두 가격에 결국 백기를 들었다.
가격 인상 신호탄은 컴포즈커피가 쐈다. 컴포즈커피는 오는 13일부터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디카페인 아이스 아메리카노 가격을 각각 300원씩 인상한다고 공지했다. 이에 아이스 아메리카노 가격은 1500원에서 1800원으로 디카페인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2500원에서 2800원으로 오른다.
컴포즈커피가 아이스 아메리카노 가격을 인상한 것은 지난 2014년 브랜드 출시 후 10년 만이다. 컴포즈 관계자는 "원두 가격 급등, 인건비 상승, 물류비 증가, 원자재 가격 인상 등 제반 비용이 상승해 기존 가격 정책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메뉴 가격 인상 배경을 밝혔다.
또 다른 저가커피 브랜드인 메가MGC커피, 빽다방 등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원두값 급등세가 심상치 않은 만큼 업계에서는 이들의 가격 인상 여부에도 주목하고 있다.
메가커피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소비자 가격이나 가맹점 원두공급가 인상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국제시장에서 원두가격이 상승하고 있는데 이 부분을 본사가 감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두 국제시세는 통제하기 어려우나 당사는 사용량이 많은 장점을 이용해 규모의 경제 효과를 높여 원두 비용 부담을 경감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빽다방 역시 아직 예정된 가격 인상은 없다고 밝혔다. 빽다방 관계자는 "시장을 계속해서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브라질 지역 농장과 계약을 맺고 수확한지 1년 미만인 뉴크롭 생두에 대한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는 등 가맹점주의 운영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당장 가격 버티기를 유지할 순 있어도 계속 원두 가격이 오르다 보면 이마저도 힘들 것"이라며 "본사에서 일부 감내하는 것도 한계가 있기에 저가 커피의 가격 인상이 줄줄이 일어나고 이는 결국 고스란히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