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최저가 찍고 목표가 줄하향…'이재용 무죄' 전화위복 될까
  • 이한림 기자
  • 입력: 2025.02.04 10:55 / 수정: 2025.02.04 10:55
4일 장 초반 4%대 반등세
외국인 보유율 2년 만에 50% 밑으로
최악 흐름 털고 일어날지 관심 집중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 부당합병 혐의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 회장은 전날 이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예원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 부당합병 혐의'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 회장은 전날 이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예원 기자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삼성전자 주가가 올해도 속절없이 주저앉고 있다. 해를 넘긴 지 한 달 만에 올해 최저가를 찍고 매수로 버티던 증권가도 목표가를 줄하향하면서 주주들과 함께 기대치를 내려놓고 있어서다.

이 와중에 주가를 끌어올릴 만한 요소들이 남아 있어 눈길을 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무죄판결과 상반기 중 고대역폭메모리(HBM)의 품질 인증, 플래그십 스마트폰 모델 '갤럭시S25'의 출시 등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힘을 쓰지 못하는 삼성전자 주가가 잠재적 호재들로 뛰어오를지 주목된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장 초반 4%대 강세를 띠고 있다. 전날보다 1.17% 오른 5만1600으로 출발해 오전 10시 7분 기준 4.51% 오른 5만3300원대까지 뛰고 있다. 전날 코스피를 2.52% 끌어내린 미국발 관세 충격이 트럼프 행정부의 한 달 유예 결정으로 다소 해소되자 급락한 주가들의 하락 분이 일부 매워지는 모양새로 풀이된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만 놓고 보면 반등세는 더욱 도드라진다. 지난해 말 10조원 규모의 자사주 계획 발표, 시장 기대치에 충족하지 못했으나 불황 대비 선방했다는 평가도 받는 연간 실적,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 기대 등 상승 여력이 존재했으나 외인의 수급 이탈로 박스권에 갇힌 코스피 흐름에 편승해 저점에 머물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3일 기록한 주가인 5만1000원은 올해 최저가였다. 지난해 11월 14일(4만9900원) 단 하루 5만원 선이 무너진 것을 제외하면 최근 3년 기준으로도 5만1000원대 종가는 유래를 찾기 어려운 수준이다. 전날 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국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관세 정책 발표와 중국 인공지능(AI) 딥시크 충격 등 여파로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형주들이 모두 급락했으나, 삼성전자는 최근 주가 흐름마저 좋지 않았기에 낙폭에 대한 체감도도 남달랐던 이유다.

증권가도 삼성전자의 시장 기대치를 밑돈 실적과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 딥시크 충격 등 반도체 관련 전망도 밝지 않은 것에 주목하면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목표가를 하향하는데 동참했다. 유안타증권이 기존 8만5000원에서 7만원까지 목표가를 내리면서 기대치를 가장 많이 내렸고, 한국투자증권(7만7000원→7만1000원), 신한투자증권(7만7000원→7만3000원), 다올투자증권(7만7000원→7만2000원), 유진투자증권(7만5000원→7만2000원), 현대차증권(7만6500원→7만1000원) 등도 대거 눈높이를 수정했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 저점에 대한 가시성이 확인될 때 연간 실적 컨센서스의 하향이 종료될 수 있으나 현시점에서 그것이 1분기일지 2분기일지 판단이 어렵다"며 "경기 방향성에 연동되는 좁은 폭의 박스권 트레이딩이 유효한 구간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딥시크의 충격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인공지능 반도체의 대중 수출 제재를 강화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중국으로의 HBM 판매 비중이 높고, 미국 고객향 HBM 판매는 대부분 재설계 제품 출시 이후를 기약해야 하는 삼성전자에 더 불리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전날 올해 최저가는 물론 2년 만에 외국인 보유율 50%선도 내주면서 부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이 회장 무죄 등 잠재적 호재들이 향후 주가 흐름을 바꿔놓을지 주목되고 있다. /더팩트 DB
삼성전자 주가가 전날 올해 최저가는 물론 2년 만에 외국인 보유율 50%선도 내주면서 부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이 회장 무죄 등 잠재적 호재들이 향후 주가 흐름을 바꿔놓을지 주목되고 있다. /더팩트 DB

동시에 삼성전자 주가가 바닥을 다졌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는 매수 구간이라고 보는 견해도 나왔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0.96배였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최근 0.85배까지 내려오면서 악재가 선반영됐고, 무엇보다 사법리스크를 해소한 이재용 회장이 올해 3월 주주총회를 통해 등기이사로 복귀하면 그가 보유한 순현금 약 93조원가량을 활용해 주주환원 확대나 대형사 인수합병 등 기업가치 제고 측면에서 기대감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해석에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 "이재용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일단락되며 경영 복귀가 현실화됨에 따라 지난 10년간 최고 경영자의 사법 리스크가 해소됐다"며 "지난 11월 발표한 10조원 규모 자사주 외 추가적인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대형 M&A 빅딜, 글로벌 업체와의 AI 분야 합작법인(JV) 설립 등이 가능한 시나리오로 추정된다"고 관측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시각도 팽배하다. 삼성전자가 이날 반등으로 장을 마감해도, 50% 밑을 맴돌고 있는 외인 보유율을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상승 여력이 빨리 소진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전날 외인 보유율은 49.99%로 지난 2023년 1월 11일 이후 약 2년 만에 50% 이하로 떨어졌다. 또 당시 주가는 6만500원이었으며, 3년 중 최저가를 기록한 지난해 11월 14일 외인 보유율도 51.72%에 달해 외인의 수급 이탈은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사법 리스크는 해소됐으나 결국 고부가가치 메모리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워야 주가도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시장 기대치를 하회하는 잠정 실적 발표 이후 악재 소멸로 인식하는 투자자들도 있다"며 "주가가 하방 경직적이지만 본격적인 반등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한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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