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문화영 기자] "'대장모사시스템'에서는 마이크로바이옴(미생물)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대장을 그대로 재현했기 때문이죠." 지난달 21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에 위치한 hy 중앙연구소에서 홍동기 미래성장센터 신성장팀 수석연구원은 '대상모사시스템'을 이렇게 설명했다.
'대장모사시스템'은 가상의 대장을 만들어 실시간으로 마이크로바이옴의 변화를 추적하는 기계다. 기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불가능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됐으며 인체 대장 환경의 특성을 모사해 미생물 배양 연구를 진행한다. 가격은 지난 2019년 기준 약 1억원으로 국내 식품기업 중에는 hy만 소유하고 있다.
홍 수석연구원을 따라 연구실 깊숙이 들어가니 '대장모사시스템'이 자리잡고 있었다. 성인이 양 팔을 벌린 길이 정도인 '대장모사시스템'은 사람의 대장의 모습을 최대한 똑같이 구현하기 위해 자외선과 햇빛을 차단하는 암막커튼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대장모사시스템'은 크게 2개로 구성된다. 왼쪽은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는 대장 상태이고 오른쪽은 실험할 균을 넣은 상태다. 두 개를 비교해 실험을 진행한다. 각각 시스템은 대장의 상행-횡행-하행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상행-횡행-하행을 모사한 반응기(vessel)에는 각각 300㎖, 400㎖, 325㎖의 배양액이 들어있다. 이는 장내 미생물이 자라는 환경을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다. 실제 사람의 대장에 있는 내용물의 양을 그대로 재현했으며 사람 몸과 비슷하게 온도와 PH를 조절한다.
균은 산소와 만나면 죽기 때문에 산소가 없는 상태를 만들기 위해 질소를 주입한다. 여기에 배양액의 증발을 막기 위한 장치와 온도를 유지해 주는 장치 등이 달렸다. 배양액에 사람의 변 혹은 균을 넣고 관찰하는 게 기본적인 루틴이다.
실험이 진행되면 마이크로바이옴이 어떻게 바뀌고 유용한지 실시간으로 확인하기 위해 부위별로 담당자가 카메라를 통해 모니터링을 진행한다. 또 매일 주사기로 내용물을 추출해 날짜별로 정리한다. 이는 중간 결괏값을 확인하지 못하는 사람의 대장과 확연하게 다른 점이다.
시스템의 가동주기는 균들이 정착하는 안정화 과정 일주일과 본격적인 실험 한 달로 돌아간다. 이 과정에서 워시아웃(미생물의 성장률이 느려 미생물이 충분히 번식하기 전에 시스템에서 배출되는 경우)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날 '대장모사시스템'에는 HY7715가 담겨있었다. 변이 아니기에 냄새가 나진 않았다. HY7715는 식물성 프로바이오틱스(적절한 양을 섭취했을 때 건강에 이로운 생균)로 전국 26개 전통시장에서 수집한 50개 발효 김치에서 분리했다.
앞서 hy는 자체 스크리닝을 통해 HY7715가 타 균주 대비 비타민B2를 많이 생성하는 균주임을 확인했다. HY7715는 배양액 1리터당 34.5㎎의 비타민B2를 만들어 낸다. 이날 비타민B2의 영향으로 '대장모사시스템'의 오른쪽은 노랗게 변해갔다.
최근 hy는 HY7715와 다른 균주를 결합해 L3BBS를 만들었다. 그리고 지난달 L3BBS를 담은 신제품 '바이오리브 100억 유산균'을 출시했다.
'대상모사시스템'에 들어가는 균주는 어디서 오는 걸까. 궁금증을 안고 중앙연구소 2층으로 가니 hy가 수집한 약 5000종의 균주가 눈앞에 펼쳐졌다. 전국 최대 규모의 '균주 보관 냉동고'인 이곳에서 식품 혹은 인체에서 발견한 균주를 볼 수 있다.
영하 70도의 냉장고 문을 열자 흰색 사각형의 상자가 층층이 쌓여있었다. 한 상자당 균주 50개씩 들어가 있다. 이곳에서 실험에 필요한 균을 가지고 오고 여러 균을 혼합하기도 한다.
홍동기 미래성장센터 신성장팀 수석연구원 "hy는 유산균 실험을 오래 해왔기에 마이크로바이옴, 균총에 대한 정보가 많다"며 "전문성, 노하우, '대장모사시스템'을 작동하는데 필요한 스킬 등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