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황준익 기자] 삼성물산이 지난달 서울 강북 재개발 '대어'로 꼽히는 한남4구역 시공권을 거머쥔 데 이어 방화6구역을 통해 방화뉴타운 사업에도 첫발을 들일 예정이다. 최근 '래미안' 브랜드를 앞세우며 도시정비사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는 삼성물산은 서울 주요 정비사업장 수주 경쟁에서도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지난달 31일 마감된 서울 강서구 방화6구역 시공사 선정 수의계약 입찰에 참여했다. 방화6구역 조합은 오는 22일 조합원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다음달 초 시공사 선정 총회를 열 계획이다. 방화6구역 재건축 사업은 서울 강서구 방화동 608의 97일대를 재개발해 지하 3층~지상 16층, 10개 동, 총 557가구를 짓는다.
방화6구역 조합은 지난해 말 두 차례 유찰로 수의계약에 나섰다. 앞서 현장설명회에 참석했던 삼성물산이 입찰 마감일에 극적으로 참여했다.
삼성물산이 방화6구역 시공사로 선정되면 방화뉴타운 사업에 처음 참여하게 된다. '제2의 마곡'으로 불리는 방화뉴타운은 방화 2·3·5·6구역에 4300여 가구가 조성되는 사업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1·4·7·8구역은 뉴타운에서 해제됐다.
삼성물산은 지난해부터 정비사업 수주에 적극 나선만큼 올해는 더욱 공격적인 수주 전략을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한남4구역을 따내며 향후 서울 정비사업 수주에서도 경쟁력을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남4구역 수주전은 서울 정비사업 '최대어'로 손꼽히는 압구정3구역의 전초전으로 평가받았다.
압구정 3구역은 5800가구 규모의 50~70층 높이의 대형 마천루 아파트로 재탄생시키는 초대형 사업이다. 업계에서는 압구정 3구역 재개발이 완료되면 기존 최고급 주거단지인 서울 서초구 반포동도 밀리게 될 정도로 파급력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택경기 침체와 수익성 저하로 사업성이 있는 주요 입지 위주로 선별 수주에 나서고 있다"며 "그동안 정비사업에 소극적이던 삼성물산이 그룹사 일감이 줄면서 적극 시장에 뛰어든 결과 주요 사업지 중심으로 경쟁 입찰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삼성물산은 주택사업 수주에 소극적이었다. 2015년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통합 재건축을 마지막으로 공백기를 가졌다. 이후 2020년 신반포15차 시공권을 따내며 5년여 만에 정비사업 시장에 복귀했다. 이후 2020년 1조487억원, 2021년 9117억원, 2022년 1조8686억원, 2023년 2조951억원으로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을 늘려갔다. 지난해에는 3조6398억원을 기록했다.
삼성물산은 올해 정비사업 수주 목표액을 5조원으로 설정했다. 지난해 목표액 3조4000억원 보다 크게 올렸다. 당장 오는 5일 입찰 마감 예정인 신반포4차 재건축 사업 수주 경쟁에 뛰어들었다. 예정 공사비만 1조310억원으로 3.3㎡당 공사비는 950만원에 달한다. 1979년 준공된 신반포4차는 재건축 사업을 통해 1828가구 및 부대복리시설 지하3층~지상49층 12개 동으로 탈바꿈한다. 신반포4차는 반포 일대 핵심 재건축 단지 중 하나로 꼽힌다.
삼성물산은 신반포4차 수주를 통해 반포 지역 내 래미안 단지를 형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앞서 삼성물산은 이 지역에서 △신반포3차·경남 재건축(래미안 원베일리) △신반포15차 재건축(래미안 원펜타스) △반포3주구(래미안 트리니원) △반포주공2단지(래미안 퍼스티지) 등 사업을 따낸 바 있다.
이외에도 개포주공6·7단지, 잠실우성1·2·3단지, 압구정 일대, 여의도 대교아파트 재건축 등 올해 서울 대어급 정비사업장에 뛰어들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5년 동안 정비사업에 나서지 않으면서 래미안 브랜드에 대한 희소가치가 올랐다고 평가한다. 실제 삼성물산은 수주 재개에 나선 뒤에도 사업성이 높은 곳에 한정해 접근하는 등 래미안 브랜드 파워 강화 전략을 펼쳐왔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신반포4, 개포주공6·7 등을 중점적으로 수주 참여를 준비하고 있다"며 "2027년까지 압구정 현대 등 강남권을 비롯해 여의도 일대의 우수한 단지들이 줄곧 예정돼있어 적극적으로 입찰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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