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무역전쟁 개막…예정된 위기 봉착한 현대차그룹
  • 최의종 기자
  • 입력: 2025.02.03 10:51 / 수정: 2025.02.03 11:04
기아 멕시코 공장 직접 영향…배터리업계도 위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멕시코·중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해당 국가는 상응 조치를 하겠다고 반격을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워싱턴 캐피털 원 아레나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모습.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멕시코·중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해당 국가는 상응 조치를 하겠다고 반격을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워싱턴 캐피털 원 아레나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모습. /AP·뉴시스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동맹조차 예외 없는 미국발 관세전쟁이 시작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캐나다·멕시코·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를 공식화했고, 해당 국가는 상응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자동차 업종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대표 주자인 현대차그룹이 내수와 수출 모두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지난 2016년부터 멕시코 몬테레이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해당 공당은 지난해 1~11월 K3 17만5000대, K4 6만4000대, 투싼 1만4000대 등을 생산했다. K3 12만8000대는 미국에서 팔렸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은 북미·중남미 시장 공략 교두보로 멕시코 공장을 만들었다. 정 명예회장은 준공 당시 "기아 멕시코 공장은 혁신적인 디자인과 세계 최고 품질 자동차를 생산하며, 세계 각국에 수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멕시코를 주목했던 배경은 1989년 미국·캐나다가 체결했고, 1992년 멕시코까지 포함돼 체결한 북미자유무역협정(USMCA)이다. 해당 협정에 따라 캐나다와 멕시코는 관세에서 자유로웠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일 고율 관세 부과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무역전쟁이 시작됐다.

◆그룹 계열사, 직·간접적 영향…기아 "공급망 관리"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에 따라 기아는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하는 차량을 미국에서 판매하는 과정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 이에 단기적으로는 멕시코 물량 목적지를 미국이 아닌 캐나다와 남미, 유럽 지역 등으로 바꾸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정성국 기아 IR·전략투자담당 전무는 지난달 24일 2024년 4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캐나다로 더 선적한다든지 목적지를 바꿔야 할 것 같다"며 "실제 시행된다면 공급망 관리를 효율적으로 바꿔 부담을 낮추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트랜시스와 현대모비스 등 다른 현대차그룹 계열사도 멕시코에서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가뜩이나 미국·중국 무역 갈등으로 북미 공략에 힘을 주는 현대차그룹은 계열사가 관세전쟁 영향권 안에 들어오면서, 밸류체인 자체에 고민이 생기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멕시코 등 최대 교역국에 이어 우방인 유럽연합(EU) 제품에도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으름장을 놓은 상황이다. 전기차 시대를 보고 달리는 현대차그룹이 가장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중국이라는 지적도 있다.

2016년 9월 멕시코 누에보 레온주 페스케리아시에 건설된 기아 멕시코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당시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내빈들이 기념식수를 하는 모습. /뉴시스
2016년 9월 멕시코 누에보 레온주 페스케리아시에 건설된 기아 멕시코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당시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내빈들이 기념식수를 하는 모습. /뉴시스

◆미국 견제받는 중국, 한국·일본으로 돌린 '시선'

중국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시절부터 미국의 견제를 받았다. 지난해 말 EU에 이어 이번 트럼프 대통령 행보 등 생존을 위해 동남아시아 등 새로운 시장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새로운 시장에는 한국과 일본도 포함돼 있다.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중국은 한국과 일본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BYD(비야디)는 지난달 16일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토 3를 내세우며 국내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일본에서는 올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를 출시할 예정이다.

중국 상황도 달라졌다. 한국 업체는 코로나19를 거치며 현지에서 철수했다. 하지만 최근 현대차가 중국 베이징자동차와의 합작법인 베이징현대에 1조6000억원을 투자하는 등 분위기가 바뀌었다. 일각에서는 한국 업체가 들어와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라는 의견도 있다.

현대차그룹으로서는 관세전쟁으로 주력 시장인 북미 시장 밸류체인에 위기가 고조되고, 내수 시장까지 흔들리는 셈이다.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 EU에 이어 조만간 한국에도 관세를 부과할 경우 더 큰 위기를 마주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완성차보다 더 큰 위기 배터리…뼈아픈 국내 정치 상황

더 큰 위기는 배터리 업계라는 평가도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스텔란티스와 캐나다에 합작공장을 세우고 배터리 모듈을 양산한다. 배터리 소재 업체인 포스코퓨처엠은 제너럴모터스(GM)와 캐나다에 배터리 양극재 합작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위기, 관세전쟁 등으로 배터리 업체가 출구를 마련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동명 LG엔솔 대표이사 사장은 이날 "위기일 때 진정한 실력이 드러난다. 우직하고 묵묵히 실행해 나갈 시점"이라는 입장을 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이번 조치로 당장 기아가 영향을 받는다. 캐나다와 멕시코 등에 이어 한국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국내서 만든 제네시스 등이 미국으로 가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큰 문제는 배터리 업계다. 중국 업체가 장악력을 키우고 전기차 수요는 줄어든 상황에서 대안을 세워야 한다. 국내 상황으로 트럼프를 상대할 정부가 부재한 것은 올해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을 보여준다"며 "완성차·배터리 업체는 각자도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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