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이환주 KB국민은행장이 취임 한 달을 맞았다. 이환주 행장은 취임 당시 '금융상품을 파는 은행'을 넘어 고객과 사회에 '신뢰를 파는 은행'이 될 것을 강조한 바 있다. 올해 그는 지난해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과 관련한 대규모 손실 사태와 금융사고 등으로 얼룩진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부담감을 안고 출발했다. 빼앗긴 리딩뱅크 자리 탈환, KB뱅크의 정상화 등 과제가 산적한 실정이다.
이환주 은행장은 비은행 계열사 대표(KB라이프생명)가 국민은행장에 오른 첫 사례로 업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그가 30년간 KB에 근무하면서 현장에서 쌓은 탁월한 성과를 입증한 셈이다.
KB금융은 이 행장을 차기 은행장으로 추천할 당시 "은행과 비은행간 시너지 극대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KB금융의 인사 철학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행장은 내부통제, 그룹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 내실 다지기 등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 행장은 취임식 직후 첫 행보로 여의도영업부를 방문해 고객과 만남의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KB국민은행과 첫 저축, 첫 월급부터 자녀·손주의 첫 통장을 만드는 순간까지 오랜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30년 이상 거래한 고객을 접견하고 감사의 인사와 새해 인사도 전했다.
그가 강조한 전략은 '재정의(Re-Define)'와 '재설계(Re-Design)'다. 국민은행 사업을 본질적으로 재조명하고 고객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가장 강조한 것은 '고객 신뢰'의 재정의, 재설계다.
이 행장은 신년사를 통해 "금융상품을 파는 은행이 아닌, 신뢰를 파는 은행으로 거듭나겠다"고 했다. 고객과의 신뢰를 기반으로 국민은행을 'KB 팬클럽'과 같은 관계로 재정립하겠다고도 덧붙였다.
◆ ELS 대규모 손실, 금융사고 등으로 얼룩진 신뢰…리딩뱅크 탈환 등 과제 산적
올해 이 행장이 신뢰를 강조하는 것은 지난해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과 관련한 대규모 손실 사태와 금융사고 등으로 얼룩진 고객 믿음을 회복해야하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의 홍콩 ELS 판매 금액은 7조8000억원으로 전체 은행권 판매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지난해 1분기 자율배상 비용으로만 8620억원을 충당부채로 반영했다.
KB국민은행은 최근 3년 금융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기도 했다. 경영공시에 따르면 2022년에는 1년 동안 발생한 금융사고가 6건으로 집계됐고 2023년에는 10건, 2024년 3분기까지 누적 건수는 19건이다.
100억원대 대형 금융사고도 겪었다. KB국민은행에서 100억원대 대형 금융사고는 2022년 1건이었으며 2023년에는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 1~3분기까지 파악된 100억원대 금융사고가 5건으로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가운데 가장 많았다.
'리딩뱅크 탈환' 역시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지주와 은행 주요 핵심 직무들을 다양하게 경험한 이 행장은 그룹과 계열사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KB라이프생명 초대 대표를 맡았을 당시 통합 1년 만에 전산통합 작업을 마무리해 물리적 통합을 완료하고 출범 첫 해인 2023년 순이익을 크게 증가시키면서 통합 효과를 실적으로 입증한 바 있다.
이에 이 행장이 빼앗긴 리딩뱅크 탈환에 성공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KB국민은행은 한때 리딩뱅크 자리를 차지했지만 최근 경쟁사들과의 경쟁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디지털 금융과 기업 금융에서의 입지가 경쟁사에 비해 약하다는 지적도 따랐다.
최근 실적에서도 KB국민은행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6719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8554억원) 대비 8.3% 감소했다. 경쟁사인 신한은행(3조1028억원)에 뒤처지는 수준이다.
여기에 핵심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도 지난해 2분기 1.84%에서 3분기 1.71%로 0.13%포인트 하락했다.
KB뱅크의 정상화 등 과제 역시 산적하다. 2018년 인수한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인 KB뱅크(옛 부코핀은행)는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약 278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KB국민은행은 지난달 11일 2025 경영전략 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이 행장은 올해 목표로 고객과 직원, 비즈니스로 이어지는 '2025 KB국민은행의 새로운 동행'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고객과의 동행 △직원과의 동행 △비즈니스의 재정의를 통한 동행의 가치 확장을 목표로 했다. 기업금융 중심으로 고객 기반을 강화하고, WM·CIB·자본시장 부문의 질적양적 성장을 추구해 고객 가치 중심 비이자 Biz를 확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최근 그룹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인공지능(AI) 강화 전략은 국민은행 경쟁력 제고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설명이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은행권 최초로 부수업무에 알뜰폰 서비스 '리브엠(Liiv M)'을 등록했으며 은행 모바일뱅킹 'KB스타뱅킹'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지난해 3분기 기준 은행권 최대 수준인 1262만명을 기록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KB국민은행은 올해 고객기반확대를 주요 전략으로 하고 있다"며 "빗썸, 삼성 모니모, 스타벅스 등 타업권과의 제휴를 확대하는 등 새로운 고객을 확대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올해 신뢰 회복을 위해 "준법감시인 산하에 상시감시, 책무관리 전담조직을 별도로 설치해 금융사고 예방과 내부통제 관리체계를 더욱 촘촘히 하는 동시에 경영진의 내부통제 관련 책임을 더욱 강화했다"며 "아울러 영업점 현장을 대표하는 지역그룹대표의 역할을 고객기반 확대와 정도영업 중심으로 전환하고, 인사평가항목에 내부통제지표를 신설해 정도영업형 리더의 역할을 강조하는 등 지속적인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