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석유 시대'로의 회귀를 선언한 미국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했지만 태양광 산업에는 훈풍이 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태양광은 멋진 산업'이라며 우호적인 입장을 보인 데다가 태양광이 경제성을 갖춘 재생에너지라는 점이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으로 재생에너지 성장이 주춤할 수는 있겠지만 태양광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3일(현지시간) "말도 안 되고 엄청나게 낭비적인 그린 뉴딜을 중단했다"며 전임 정부인 조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산업정책 '그린 뉴딜'의 종료를 선언했다.
태양광은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태양광은 멋진 산업", "확대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하며 상대적으로 우호적 입장을 보였다. 특히 트럼프 경제팀의 핵심 인사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태양광 패널 사업을 하고 있어 정책적 불확실성이 낮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업계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나온다. 예룬 반 호프 PwC글로벌 에너지 유틸리티 앤 리소스(EU&R) 리더(파트너)는 '트럼프 2.0, 글로벌 환경 변화에 따른 한국 에너지 시장 전망과 기업들의 대응 전략' 세미나에서 트럼프 2기 이후 재생에너지 성장이 주춤할 것이라는 예상에 대해 "지역별, 전원별로 단기적 영향을 받을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며, 특히 태양광처럼 이미 경제성을 갖춘 재생에너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미국 발전원별 균등화발전비용(LCOE) 추이'에 따르면 태양광 설치 비용은 2022년 기준 킬로와트당 0.89달러로 2010년 대비 6분의 1 수준으로 낮아졌다. 태양광 발전원별 균등화발전비용은 석탄과 복합화력 발전보다도 저렴하다.
최근 상승 중인 천연가스(LNG) 가격도 태양광의 수요를 끌어올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러-우 전쟁 이후 유럽은 주로 미국에서 LNG를 수입해왔는데 조 바이든 정권은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수출 물량을 제한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LNG 수출 허가 동결 조치를 해제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LNG가 필요한 유럽에 비싸게 팔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셈이다. 미국 내 천연가스 재고가 감소하면 전기 요금이 상승하면서 태양광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특히 미국의 중국 견제 기조가 국내 태양광 기업에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트럼프 재집권기의 에너지시장 영향과 대응방향' 보고서에서 "트럼프 2기에서는 태양광 부문에서 세액공제 축소 및 폐지, 무역관세 강화 등을 언급함에 따라, 태양광 보급 속도가 둔화할 수 있다"면서도 "미국에 진출한 우리나라 태양광 부품 제조 기업은 수혜를 입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제품에 대한 고관세 부과로 미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다음달 1일부터 중국산 모든 제품에 대해 10%의 일괄 관세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10% 추가 관세는 자신의 첫 임기 동안 3000억 달러 이상의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한 관세에 추가로 부과되는 것이다. 트럼프 1기 때의 이 관세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에 의해 유지됐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중국산 전기차, 태양광 전지, 반도체 및 첨단 배터리에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미국의 태양광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는 반면 중국 기업들의 공급이 제한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기회 요인이 되는 셈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용량은 210기가와트(GW)다. 미국 태양광 발전 용량은 5년간 연평균 4%씩 확대돼 2029년에는 현재의 두 배 수준인 440GW에 달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OCI홀딩스와 한화큐셀은 미국 안에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있어 기대감이 크다. OCI홀딩스의 태양광 모듈 생산 자회사인 미션솔라에너지(MSE)는 샌안토니오 모듈 공장의 생산 능력을 연 500㎿(메가와트)에서 1GW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한화큐셀 역시 올해 하반기 조지아주 카터즈빌에서 3.3GW 규모의 태양광 통합 공장을 완공하고 상업 생산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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