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장의 경제학전] '돌봄이 헌법상 책임’이라던 尹 대통령은
  • 김원장 언론인
  • 입력: 2025.01.31 10:45 / 수정: 2025.02.02 13:38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2월 ‘돌봄은 대통령의 헌법상 책임’이라고 말했으나 실제로는 소시민의 가계를 오히려 어렵게 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민생토론회 장면./더팩트 DB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2월 ‘돌봄은 대통령의 헌법상 책임’이라고 말했으나 실제로는 소시민의 가계를 오히려 어렵게 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민생토론회 장면./더팩트 DB

[더팩트 | 김원장 칼럼니스트] 우리 가계의 금융부채는 2356조 원이다. 그런데 우리 국민의 예금이나 주식을 합친 금융자산은 5429조 원이나 된다(한국은행 자금순환 2024년 3/4분기). 예금만 봐도 가계의 예금이 가계 대출보다 더 많다. 이창용 총재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한번(0.25%p) 내리면, 가계의 이자 부담이 3조 원 가량 줄어든다고 했다. 그러니 금리를 내리면 반대로 예금을 가진 넉넉한 국민들의 이자 소득도 그만큼 줄어든다.

은행에서 몫돈을 빌린 가구주들은 대부분 중산층이다(서민들은 대출받기도 힘들다). 중산층은 이자 부담이 줄어들면 대부분 그만큼 소비를 늘린다. 반대로 예금을 많이 가진 국민들은 이자 수입이 줄어든다고 해서 그만큼 소비가 줄어들진 않는다. 여윳돈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자율이 내려가면 소비 진작에 분명한 효과가 있다.

정부는 지난 30개월 동안 법인세와 소득세, 종부세 등 대략 80조 원의 세금을 깎아줬다. 하지만 정부 지출은 줄지 않아서 같은 기간 최소 200조 원이 넘는 재정 적자가 장부에 남았다. 그사이 우리 세수에서 법인세나 종부세 비중은 낮아지고, 소득세 비중은 높아졌다. 정부는 넉넉한 기업이나 가구의 세금을 깎아주면서 두둑해진 주머니에서 투자와 소비가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투자와 소비는 기대에 훨씬 못 미쳤다. 100억 원을 가진 가구주의 세금을 깎아준다고 소비가 얼마나 늘어날까. 반면 월 2백만 원을 버는 사람에게 지원하던 20만 원을 줄이면 소비는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우리보다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높은 거의 모든 선진국들은 그런데도 왜 해마다 재정 지출을 늘리는걸까.

경기가 식는다. 소비자 심리와 기업 심리는 물론이고, 내수(소매판매)는 2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통계청). 한국은행은 불과 두 달 만에 올해 성장률 전망을 1.9%에서 1.6%로 다시 내려 잡았다. 그런데 송도의 고급 골프장회원권이나 롤렉스 시계의 한국 판매 가격은 계속 오른다.

샤넬은 한국에서 2조 원 매출을 앞두고 있다. 주요 항공권은 여전히 비즈니스 좌석이 먼저 매진된다. 시내 특급 호텔들의 결혼식 1인 식사비용은 이제 23만 원을 넘어간다. 신라호텔은 꽃값만 기본이 2750만 원이다. 그래도 6개월 안에는 예약이 힘들다. 경기가 어려운 것인가 격차가 벌어지는 것인가.

수많은 통계가 말해준다. 정부가 재정 지출을 줄여서 서민들이 힘든 것은 분명한데, 정부가 세금을 깎아줘서 기업이나 넉넉한 사람들이 투자나 소비를 더 늘렸다는 통계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데도 정부가 재정 확대를 주저하면 윗목에 있는 국민들의 온기는 더 식어갈 수밖에 없다. 오죽 답답했으면 한국은행 총재가 나서 20조 원의 추경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했을까.

경기가 식는다. 이 추운 겨울에 문을 열고 손님을 기다리는 자영업자들. 자녀들의 학원비 지출을 줄이거나 남편의 임플란트를 미루는 가계의 사정을 정부는 헤아려야 한다. 경기가 식고 찬바람이 불면 국가는 누구를 먼저 보살펴야 하는가.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2월 민생토론회에서 "돌봄은 우리 공동체 모두의 책임이고, 국가와 지방정부의 책임이고, 무엇보다 대통령의 헌법상 책임"이라고 말했다.

이어 설 연휴에는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거죠’라는 노래를 합창했다. "아니, 어떻게 노래 가사에 내가 국가 지도자로서 해야 할 일이 다 담겨 있느냐"며 이 곡을 선택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우리가 저마다 힘에 겨운 인생의 무게로 넘어질 때 그 순간이 바로 우리들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라는 부분을 합창했다.

그랬던 정부는 누구를 먼저 보살폈는가. 참고로 KB금융지주는 우리 국민의 0.9%인 46만 명이 전체 금융자산의 59%인 2826조원의 금융자산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2024 한국부자보고서). 이들의 금융 자산은 2023년보다 또 79조 원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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