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해인 기자] 비상계엄과 탄핵정국 여파로 대통령 직속 '국가바이오위원회'가 한달 가량 늦게 출범했다. 위원회는 1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고 5년 안에 신규 일자리 1만개를 창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다만 위원회가 바이오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만큼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제대로 가동될 수 있느냔 우려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산업화에 방점을 두고 정책 아젠다를 설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31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3일 서울 동대문구 서울바이오허브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국가바이오위원회를 출범했다. 당초 지난해 12월 출범할 예정이었지만 비상계엄 여파로 연기됐다.
이상엽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를 포함한 전문가 24명이 민간위원으로 선임됐다. 위원회는 출범식에 이어 1차 회의를 인프라·연구개발(R&D)·산업 등 3개 축의 '대한민국 바이오 대전환 전략'을 공개했다.
한국형 바이오클러스터를 구축해 다양한 분야별로 연계·융합을 촉진하고 R&D부터 사업화까지 전주기를 아우르는 생태계를 조성한다. 기존 첨단의료복합단지·연구개발특구 등을 활용해 오는 2030년까지 일자리를 1만개 이상 만든다는 목표다.
아울러 인공지능(AI) 기술과 공공바이오파운드리를 통해 신약개발 기간·비용을 현재 13.7년, 2조원에서 절반으로 줄이고, 위탁개발생산(CDMO) 역량을 오는 2032년까지 현재의 2.4배로 키울 방침이다. 또 'K-바이오·백신 펀드' 등 1조원 규모 이상의 메가 펀드를 조성하는 등 금융 지원을 추진한다.
위원회의 향후 일정은 따로 잡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정부의 바이오산업 육성 의지가 강력한 것으로 보고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5~10년 이후 한국이 바이오산업으로 뭘 먹고 살지 세팅하고 발전시키려는 로드맵을 만들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많은 위원회가 그랬듯 결과물 없이 보고서만 내고 끝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만 위원회 출범이 탄핵정국과 맞물리며 제 역할을 다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크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탄핵 정국에 위원회에 신경 쓸 여력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반면 위원회에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인 만큼 산업계의 역량이 관건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어떤 결과를 도출할지가 중요하다고 본다. 그 결과물은 위원장이 내는 건 아닌 만큼 지원기관을 통해 아젠다를 발굴하고 자문위원을 통해 로드맵이 설정될 것"이라며 "산업계 의지의 문제다. (권한대행 체제) 영향이 없다고 할 순 없겠지만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운영 과정에서 목적성 없이 너무 많은 걸 메뉴에 올려놓고 모두 개선해서 경쟁력을 높이자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글로벌 경쟁력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산업화에 방점을 두고 기초 아젠다를 설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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