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안전 대해부②] 대한항공·아시아나 안전관리 시스템 살펴보니
  • 허주열, 최의종, 황지향 기자
  • 입력: 2025.01.26 00:00 / 수정: 2025.01.26 10:02
대한항공,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FSC 8위 "안전 최우선"
아시아나, 항공안전 규정 이상의 적극적 안전관리
대한항공은 최근 세계 유일의 항공사 안전 및 제품 평가 전문 웹사이트인 에어라인레이팅스닷컴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대형 항공사 8위에 이름을 올렸다. /대한항공
대한항공은 최근 세계 유일의 항공사 안전 및 제품 평가 전문 웹사이트인 에어라인레이팅스닷컴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대형 항공사 8위에 이름을 올렸다. /대한항공

항공기는 현존하는 모든 교통수단 중 가장 안전한 이동수단으로 꼽힌다. 속도도 가장 빠르다. 안전하면서도 빠른 수단이기에 상대적으로 비싼 값을 지불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항공기를 이용한다. 항공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항공기를 이용한 여객은 1억2005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사고율이 '0'인 이동수단은 없다. 극히 낮은 확률이지만, 사고는 일어난다. 때로는 그 사고가 대형 인명사고가 되기도 한다. 최근 무안국제공항에서 또다시 안타까운 참사가 발생했다.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른 국내 항공업계의 안전 시스템과 글로벌 안전 트렌드를 다각도로 살펴봤다. 나아가 재발 방지를 위한 방안도 모색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허주열·최의종·황지향 기자] 최근 세계 유일의 항공사 안전 및 제품 평가 전문 웹사이트인 에어라인레이팅스닷컴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대형 항공사(FSC)와 저비용 항공사(LCC) 상위 25곳을 선정해 발표했다. 평가 기준은 지난 2년 동안 발생한 심각한 사건, 항공기 연령 및 규모, 사고율, 사망자, IOSA(국제항공안전평가) 인증, ICAO(국제민간항공기구) 국가 감사 패스, 조종사의 기술과 훈련, 사고 시 조종사·승무원 대응 등이다.

전 세계 385개 항공사를 대상으로 평가한 이 순위에 이름을 올린 국내 항공사는 FSC 부문 8위 대한항공이 유일하다. 대한항공은 전년(12위) 대비 4계단 순위가 상승해 글로벌 최상위 수준의 안전성을 갖춘 항공사로 인정받았다. 샤론 피터슨 에어라인레이팅스닷컴 CEO는 "작년 목록과 비교했을 때 가장 중요한 변화 중 일부는 이베리아항공(16위)과 베트남항공(22위)이 처음 목록에 포함됐고, 대한항공이 상위 10위에 진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보다 글로벌 항공안전 점수가 높은 항공사는 △에어뉴질랜드 △콴타스 △캐세이퍼시픽 △버진 오스트레일리아 △에티하드항공 △ANA △에바항공뿐이다.

◆대한항공, 21세기 들어 사망사고 '0'

대한항공은 20세기까지는 사망자가 발생한 대형 사고가 여러 차례 발생했다. 하지만 1997년 8월 인천에서 출발해 괌으로 향하던 보잉 747-300항공기가 괌 공항 착륙을 시도하던 중 공항 근처의 산과 충돌해 승객과 승무원 228명이 사망한 사고가 발생한 이후 안전 관리 시스템을 대폭 수정, 강화했다. 이후에는 사망사고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안전 관리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는 대한항공은 현재 전사적 안전 관리 시스템(Safety Management System, 이하 SMS)을 구축하고, 효율적·체계적인 안전 관리를 위해 CEO 직속의 항공안전전략실을 운영하고 있다. 항공안전전략실의 수장인 항공안전전략실장(베넷 앨런 월시 전무)은 대한항공의 총괄 안전 관리자로서, SMS 이행 및 유지의 중심이 되는 임원이다.

안전 관리 경력이 풍부하고 관련 교육 과정을 이수한 사람만 임명될 수 있으며, CEO에게 직접 안전 보고를 수행한다. 실제 지난해 7월 선임된 월시 전무는 조종사로 항공업계에 입문한 이후 세계 유수의 항공사, 국제비즈니스항공위원회 등에서 35년가량 경력을 쌓은 항공 안전 전문가다. 대한항공 입사 직전 3년가량은 하와이안항공에서 최고안전책임자(CSO)를 지냈다.

항공안전전략실은 △안전기획팀 △안전품질평가팀 △지상안전팀 △안전조사팀 △SMS팀 △Human Factor팀 총 6개 팀으로 구성되며, 운항관련 전 부문의 안전을 총괄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안전정책 및 목표는 안전운항을 위한 국내외 규정 및 환경 변화에 맞춰 최소 연 1회 개정한다.

지난해 5월 23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 위치한 객실훈련센터에서 교관이 항공기 탈출 시범을 보이고 있다. /김태환 기자
지난해 5월 23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 위치한 '객실훈련센터'에서 교관이 항공기 탈출 시범을 보이고 있다. /김태환 기자

항공안전전략실은 부문별 안전 담당 팀장급이 참석하는 '안전보안월례회의'를 매월 실시하고 있으며, 각 부문 부서장급이 참석하는 '안전운항 관리자 회의'와 본부장장급 이상이 참석하는 '중앙안전위원회'도 매 분기 실시하고 있다.

항공안전전략실은 모든 임직원이 안전 관련 규정·절차 준수 및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안전장려금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운영 현황을 매월 임직원들에게 공지하고 있으며, 1년 동안 회사가 정한 안전 목표를 달성할 경우 모든 임직원들에게 안전장려금을 지급한다.

또한 항공 안전 위해 요인 보고를 통해 안전에 크게 기여한 직원에게 포상을 하는 'SMS 엑설런스'도 연 2회 실시하며, 안전정보 공유를 위한 사내 안전지 'SkySafety21'을 연 2회 발행하고 있다. 2023년 10월부터는 해당 월 마지막 주 금요일을 '세이프티 데이'로 지정해 '세이프티 투게더, 함께 만드는 안전한 대한항공'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모든 임직원을 대상으로 안전 캠페인 실시하고 있다.

아울러 항공안전 및 산업안전에 대한 체계적인 위험도 관리 및 안전 데이터 분석을 위해 지난해 6월부터 SMS IT System 'SafeNet' 업그레이드를 수행해 지난 15일부터 현업에 적용 중이다.

대한항공은 전사 임직원 대상 SMS 이해도 강화를 위한 정기교육도 매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연 1회(2024년 5월 실시) 전사적 항공기사고대응 체계 점검, 사고대응 능력 향상을 위해 가상 사고 발생 상황을 가정한 모의 훈련도 실시한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2023 항공안전백서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정비사는 2952명으로, 항공기 1대 당 정비인력은 18.5명으로 국내 항공업계 최고 수준이다.

항공안전투자공시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해 △경년항공기(기령 20년 초과 노후 항공기) 교체 2조7141억원 △항공기 정비·수리·개조 1조9491억원 △항공종사자·직원의 교육훈련에 337억원 투자 등 5조4640억원을 항공안전 투자비로 계획했다. 올해에는 항공안전 투자비 규모를 6조3149억원으로 16%가량 늘릴 예정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앞으로도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안전운항 체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도 올초 사내 인트라넷에 올린 신년사에서 "안전은 고객과의 기본적인 약속"이라며 "작은 부주의에도 위기에 놓일 수 있는 만큼 조그만 빈틈도 있어선 안 된다"고 안전을 강조했다.

아시아나항공은 국내외 항공안전 규정을 준수하는 한편 아시아나 통합안전정보 시스템을 자체 개발해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안전 관리를 하고 있다. /더팩트 DB
아시아나항공은 국내외 항공안전 규정을 준수하는 한편 아시아나 통합안전정보 시스템을 자체 개발해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안전 관리를 하고 있다. /더팩트 DB

◆아시아나, AASIS로 적극·체계적 안전 관리

지난해 12월 대한항공 자회사로 편입된 FSC 아시아나항공은 2013년 인천발 미국 샌프란시스코행 여객기가 공항에 착륙하던 중 활주로 앞 방파제에 충돌해 승객 3명이 숨진 사고가 마지막 사망사고다. 이후 아시아나는 국내외 항공안전 규정을 준수하는 한편 AASIS(아시아나 통합안전정보 시스템)를 자체 개발해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안전 관리를 하고 있다.

안전 관련 실무자를 비롯해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대면 및 온라인 방식을 통해 SMS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정기교육 외에도 항공기 사고 사례를 기반으로 제작된 안전동영상이 상영되는 '안전교육관'을 마련해 수시로 안전에 대한 중요성을 상기시키고 있다. 안전교육관에선 신입사원 및 운항·캐빈 훈련생들의 안전교육도 이뤄지고 있다.

또한 항공기 사고 및 준사고 발생 시 전사적인 대처를 목적으로 제정된 내부 '사고절차교범'이 있다. 이는 위기 상황 발생 시, 정책 결정부터 개별 담당자의 세부 행동지침에 이르는 포괄적인 위기대응규정으로 상황에 따른 필요 조치들이 효과적으로 수행 가능하도록 구성된 매뉴얼이다.

아울러 위기대응 역량 강화 및 숙달을 목적으로 최신 발생 이벤트와 발생 가능 상황에 대한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하는 '전사적 위기대응 모의훈련'을 종합통제부문 중심으로 연 1회 진행 중이다. 그 결과 지난해 사고 0건, 준사고 0건으로 국가안전성과지표(SPI)보다 강화된 자체 목표를 상회했다.

지난해에는 난기류 현상 증가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 WST TTA(Weather Service International Total Turbulence automated Alerting)를 도입하기도 했다. 이 시스템은 항공기의 운항경로상 난기류 위치·고도·강도·이동방향 등을 고려해 난기류 조우 가능성 경고하는 것으로 난기류 조우 30분 전 경고가 내려진다.

2023 항공안전백서에 따르면 아시아나의 정비사 수는 1296명으로, 항공기 1대 당 정비인력은 16명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예비용 항공기의 구입 또는 임차 1조8301억원 △항공기 정비·수리·개조 1조92억원 △항공종사자·직원의 교육훈련에 109억원 투자 등 3조1456억원을 항공안전 투자비로 계획했다. 올해는 이 비용을 2조6168억원으로 17%가량 줄일 계획이다. 안전 투자비가 대폭 줄어든 것은 예비용 항공기 구입·임차비(1조1923억원)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는 앞으로 2년간 대한항공과의 화학적 통합 과정을 거쳐, 2년 뒤에는 대한항공에 통합된다. 이 과정에서 양사의 SMS도 통합될 예정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통합 과정에서 양사의 장점을 살린 SMS 시스템이 구축될 것"이라며 "보다 나은 시스템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③편에서 계속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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