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황지향 기자]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 BYD가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토 3'를 3150만원에 선보이며 한국 승용차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BYD는 독자적인 배터리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으로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하고 있지만 서비스 네트워크, 배터리 성능, 가격 정책, 중고차 시장 경쟁력 등에서 과제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BYD는 국내에 총 12곳의 서비스센터를 순차적으로 오픈할 계획이다. 하지만 예고한 서비스센터를 추후 모두 오픈한다고 해도 전국적인 서비스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량 유지보수와 수리의 편리성을 중시하는 한국 소비자들에게 서비스센터 부족은 구매 결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 같은 국내 브랜드는 물론 테슬라와 같은 글로벌 브랜드도 서비스 네트워크를 확장하며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있는 상황과 비교하면 BYD의 서비스 인프라는 상대적으로 뒤처진다는 평가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12개의 서비스센터는 부족하다"며 "BMW나 아우디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는 수리에 몇 달이 걸려도 감수하지만, BYD는 가성비 브랜드로서 서비스센터 부족이 품질 문제나 운행 중단을 초래할 경우 판매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BYD의 아토 3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기반으로 한 독자적인 블레이드 배터리를 장착한 모델이다. LFP 배터리는 코발트와 니켈 같은 희귀 금속을 사용하지 않아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고 화재 위험이 낮으며 수명이 긴 것이 장점이다. BYD는 블레이드 배터리를 통해 기존 LFP 배터리의 단점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셀을 길고 평평하게 설계하고, 중간 모듈 없이 배터리 팩에 직접 장착하는 CTP(Cell to Pack) 기술을 적용해 구조를 단순화했지만, LFP 배터리의 근본적인 한계는 여전히 남아있다.
아토 3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최대 321km로 현대차의 코나 일렉트릭(417km)이나 기아 EV3(463km)와 비교했을 때 짧다. 주행거리를 중시하는 한국 소비자들에게 중요한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LFP 배터리는 재사용이 어렵고, 비용 대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환경친화적인 소비가 강조되는 한국 시장에서 BYD가 이런 단점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성공의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편의 사양에서도 부족함이 드러난다. 아토 3는 경쟁 모델로 꼽히는 코나 일렉트릭과 EV3에 비해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고속도로 주행 보조(HDA2)와 같은 주요 편의 기능이 빠졌다. 특히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는 차량의 소프트웨어를 원격으로 최신 상태로 유지할 수 있어 최근 소비자들이 중시하는 기능 중 하나다.
또한 코나 일렉트릭과 EV3는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인카페이먼트 기능을 제공하지만, 아토 3는 이 같은 고급 편의 사양을 갖추지 못했다.
중고차 시장에서의 경쟁력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이 교수는 "아토 3는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 데이터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지금 당장 300만원 싸게 산 것이 중고차 가격 하락으로 더 큰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중고차 시장에서의 가치 하락 리스크를 소비자들이 감수하고 구매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B2C(일반 소비자 시장)보다 B2B(기업 간 거래) 공략이 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친환경 자동차를 업무용으로 다수 구매하려는 중소기업들에게는 가격적인 메리트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이 경우에도 품질 이슈와 장기적인 신뢰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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