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주저하는 건설사…역대급 '분양 쇼크' 오나
  • 황준익 기자
  • 입력: 2025.01.23 10:41 / 수정: 2025.01.23 10:41
상반기 전국 분양 물량 반토막, 공급 한파 예고
이달 수도권 청약 진행 건설사 '전무'
미분양 쌓이고 분양 지연에 재무부담 가중
올해 상반기 전국 아파트 분양 물량(임대 제외)은 4만3181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1.9% 줄어든 수치다. 관련 조사가 시작된 2000년 이후 두 번째로 작은 규모다. /더팩트 DB
올해 상반기 전국 아파트 분양 물량(임대 제외)은 4만3181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1.9% 줄어든 수치다. 관련 조사가 시작된 2000년 이후 두 번째로 작은 규모다. /더팩트 DB

[더팩트|황준익 기자] 올해 아파트 분양 물량이 역대 최소치로 떨어질 전망이다. 건설사들이 부동산 시장 침체와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다. 여기에 미분양이 쌓이면서 정부의 규제 완화를 기다리며 공급 일정을 미루는 분위기다. 신규 분양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향후 입주난 등 주택 시장 불안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3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아파트 분양 물량(임대 제외)은 4만3181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1.9% 줄어든 수치다. 관련 조사가 시작된 2000년 이후 두 번째로 작은 규모다.

분양 물량이 급감한 것은 탄핵 정국으로 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분양 일정을 확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또 공사비 인상 등으로 건설사들이 분양 일정을 미루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달 수도권에서 청약을 진행하는 건설사는 전무한 상황이다. 업계 1위 삼성물산의 경우 다음달 공급하는 '래미안 원페를라'가 올해 처음이자 마지막 분양 물량이다.

래미안 원페를라는 방배6구역 주택재건축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하는 단지다. 지하 4층~지상 최고 22층, 16개 동, 총 1097가구 규모다. 이 가운데 전용 59~120㎡ 482가구를 일반분양한다. 다음달 3일부터 청약을 받는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분양 계획을 세우면서 1만가구 이상으로 늘리려고 했지만 탄핵 이슈로 이마저도 미정"이라고 말했다.

공사비 급등으로 분양가 역시 올라가면서 서울 알짜 지역 아파트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가 공급하는 서울 중랑구 '더샵 퍼스트월드'의 경우 중대형 일부 타입이 1순위 미달됐다. 1순위 청약에서 596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5570명이 청약을 받으며 평균 9.3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1순위 청약 마감에 실패했다. 강북권 '대어'로 꼽혔던 '서울원 아이파크' 역시 전용 105㎡ 이상 대형 평수에서 미달이 발생했다. 업계에선 고분양가와 대출 규제로 투자 심리가 줄어든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수도권 입주물량은 7250세대로 전월(1만3980세대)의 절반 수준이며 물량 자체로는 지난해 7월(2318세대) 이후 가장 적다. /더팩트 DB
수도권 입주물량은 7250세대로 전월(1만3980세대)의 절반 수준이며 물량 자체로는 지난해 7월(2318세대) 이후 가장 적다. /더팩트 DB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일각에선 공급 불안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직방에 따르면 다음달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총 2만1404세대로 전월 대비 37% 적은 물량이 공급된다. 수도권 물량 감소폭이 크다. 수도권 입주물량은 7250세대로 전월(1만3980세대)의 절반 수준이며 물량 자체로는 지난해 7월(2318세대) 이후 가장 적다. 대출 규제가 이어지고 매수심리 위축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지며 입주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특히 인기지역인 수도권 입주율이 전달보다 소폭 하락했다.

직방 관계자는 "대출 규제가 지속하고 기존 아파트 거래 부진으로 입주가 차질을 빚으며 입주율이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건설사 부실위험이 대두되며 시장 불안이 더욱 높아지는 가운데 당분간 새 아파트 거래 시장도 위축된 분위기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분양 지연으로 건설사의 재무적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특히 금융사들이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거부하면서 고금리의 브릿지론 이자를 내며 분양을 계속 미룰 수도 없는 처지다.

김정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 시장 침체로 미분양이 다량 발생할 경우 시행사 부도와 더불어 건설사가 채무 인수 등을 통해 채무 상환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게 되고 이는 결과적으로 유동성 부족 문제에 직면한 건설사들의 연쇄 부도를 초래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은 사업 지연으로 금융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상반기 분양이 연기된 단지가 하반기에 쏟아지면 단기간에 미분양이 급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plusi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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