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한림 기자] 금융 당국의 정정신고서 제출 요구와 일부 소액주주의 반발로 유상증자 계획에 차질을 빚은 현대차증권이 최근 밸류업 공시를 단행했다. 3년 내 업계 최고 수준인 배당성향 40%를 달성하고 자기자본이익률(ROE), 주가순자산비율(PBR) 상향 등을 골자로 계획대로만 이행된다면 회사와 주주들이 모두 바라는 주주 가치 제고 등이 예상된다.
23일 기업공시채널 KIND에 따르면 현대차증권은 지난 16일 공시를 통해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을 공개했다. 지난해 12월 24일 기업가치 계획 안내공시를 한 지 23일만이며, 지난해 5월 KB증권이 첫 공시를 이행한 후 153번째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 페이지에 이름을 올린 상장사 됐다.
현대차증권이 이날 공시한 밸류업 핵심 내용은 오는 2028년까지 4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힌 배당성향 제고다. 지난 5년간 현대차증권의 평균 배당성향이 13% 수준임을 고려하면 3배가량 높아지는 배당으로 주주들의 환영을 받을 만한 요소다. 또 올해부터 3년간 연결기준 배당성향을 30%~35% 수준으로 유지하고 하한도 30%로 설정했다. 실적이 저조하더라도 배당이 최소치를 내려가지 않게 된 셈이다.
상환전환우선주(RCPS) 잔량인 704만주에 대한 전량 상환 및 소각 계획도 눈길을 끈다. 현대자층권은 2019년 경영상 목저을 위해 대량의 RCPS를 발행했으나 여전히 775억원가량의 잔액이 남아 있어 오버행 이슈로 주주들에게 원성을 사기도 했다. 이에 취득한 RCPS를 올해 전량 소각하면서 잠재적 매도물량에서 비롯된 우려를 스스로 해소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2028년까지 ROE 10%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각오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현대차증권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ROE는 2.82%로 동일업종 내 최하 수준으로 미지근한 배당과 함께 저조한 ROE 또한 주주들의 불만을 샀던 요소 중 하나로 평가됐다. 이를 위해 현대차증권은 자금을 활용해 차세대 원장시스템과 인공지능(AI), 로보어드바이저(RA) 도입 등 신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차세대 원장 시스템은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홈트레이딩시스템(HTS), 퇴직연금시스템, 고객정보관리시스템 등 모든 플랫폼의 근간"이라며 "구축이 완료되면 수익성 개선과 신사업 확장 등으로 이어져 회사의 PBR, ROE 개선도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현대차증권의 밸류업 공시가 유상증자를 전제하고 있다는 것에 의문을 품는 시각도 나온다. 현대차증권이 밝힌 청사진이 추진 중인 유상증자를 완벽하게 이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ROE 확대를 위해 투입할 차세대 원장 시스템 역시 유상증자 금액 중 절반인 1000억원이 활용될 계획이다.
소액주주들의 시선이 여전히 곱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일부 소액주주들은 지난해 11월 현대차증권이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한 후 배 대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강한 반발도 있었다. 모든 밸류업 계획이 유상증자를 단행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주주들의 마음을 돌려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는 셈이다.
유상증자 발표 직후 하루 만에 13%가량 급락한 주가도 당면 과제로 풀이된다. 당시 주가는 7650원까지 떨어졌고 올해 1월 22일 기준 더 떨어진 6580원에 그치고 있다.
한편 현대차증권은 유상증자 발표 이후 금융감독원의 정정 요구에 따라 한 차례 신고서를 수정했고 이후 효력이 발생해 지난 13일 1차 발행가를 5590억원으로 결정했다. 이에 증자 규모는 기존 2000억원 대비 1683억원까지 줄었지만 유상증자를 계획대로 이행하는 것에 당국 제동은 걸리지 않은 상태다. 확정 발행가 발표는 내달 24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