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피알, 뷰티기기 잘 나갈수록 리스크도 부각…왜?
  • 문은혜 기자
  • 입력: 2025.01.23 00:00 / 수정: 2025.01.23 10:04
뷰티 디바이스 사업 의존도 갈수록 커져
매출 성장에도 주가 지지부진…향후 성장성 지켜봐야
에이피알의 뷰티 디바이스 사업 의존도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홍콩에서 열린 에이피알 팝업스토에서 현지인이 제품을 체험 중인 모습. /에이피알
에이피알의 뷰티 디바이스 사업 의존도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홍콩에서 열린 에이피알 팝업스토에서 현지인이 제품을 체험 중인 모습. /에이피알

[더팩트 | 문은혜 기자] 에이피알의 '황금알'인 홈 뷰티 디바이스(기기) 사업이 '양날의 검'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판매량이 급증하며 실적에 효자 역할을 하고 있지만 동시에 사업 포트폴리오 편중도 심화되고 있는 탓이다. 기술 장벽이 낮은 뷰티 디바이스 시장에서 에이피알이 점유율 우위를 빼앗길 경우 실적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에이피알의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인 '메디큐브 에이지알'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회사 전체 매출에서 해당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2022년 30.2%였던 디바이스 사업의 매출 비중은 지난해 3분기 43.8%까지 확대됐다. 디바이스와 함께 사용하는 화장품 판매량도 덩달아 증가해 에이피알 전체 사업에서 뷰티 부문(디바이스+화장품)이 차지하는 매출은 지난해 3분기 기준 90%를 넘겼다.

반면 지난 2022년까지만 해도 전체의 25%를 차지하던 의류 등 기타 사업 매출은 지난해 3분기 9.8%로 쪼그라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에이피알의 주력 사업이 뷰티 디바이스로 굳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21년 '부스터 힐러' 출시를 시작으로 뷰티 디바이스 시장에 진출한 에이피알은 20만~30만원대 합리적인 가격으로 시장에 빠르게 안착하며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국내 시장에서의 입소문을 바탕으로 해외에도 진출하면서 현재 미국과 일본, 홍콩과 대만을 비롯한 중화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에서도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첫 제품 출시 이후 지금까지 에이피알이 판매한 뷰티 디바이스는 300만대가 넘는다.

뷰티 디바이스 사업이 급성장하면서 에이피알 실적도 눈에 띄게 성장했다. 지난 2022년 3977억원을 기록한 매출액은 이듬해인 2023년 5289억원으로 뛰었고 지난해에는 75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다만 매출이 급성장 중임에도 주가는 지난해 2월 상장 당시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공모가 기준 1주당 25만원이었던 주가는 지난해 10월 단행된 액면분할로 1주당 5만원이 됐다. 에이피알은 자체적으로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액면분할에 이어 최근 600억원대의 자사주 소각에도 나섰지만 주가는 아직도 5만원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업은 급성장하고 있는 반면 주가는 지지부진하자 일각에서는 에이피알이 가진 한계에 대한 우려를 내놓고 있다. 뷰티 디바이스 시장은 기술 진입장벽이 높지 않은 탓에 경쟁 제품이 늘어날 경우 에이피알의 성장성도 꺾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관련 시장이 급성장하자 뷰티기업은 물론이고 IT, 제약, 헬스케어 등 분야를 막론하고 다양한 기업들이 관련 제품을 만들어 뛰어들고 있다. LG전자, 아모레퍼시픽과 같은 대기업은 물론이고 달바, 세라젬 등 중소·중견기업들도 시장에 대거 가세 중이다.

제품이 많아지면서 가격도 에이피알과 비슷한 수준으로 형성되는 추세다. 일부 기업들은 가격 부담을 낮추기 위해 뷰티 디바이스 렌털 서비스도 내놓고 있다.

이에 갈수록 심화되는 에이피알의 뷰티 디바이스 사업 의존도는 리스크로 지목된다.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뷰티 디바이스 시장에서 에이피알의 점유율이 흔들릴 경우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이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인지도가 있는 패션 브랜드 '널디'도 성장세가 꺾여 확장이 어려운 상황이다. 에이피알은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널디의 매출 확대를 꾀했지만 중국 소비시장이 침체되면서 부진을 겪고 있다. 에이피알은 중국 진출 당시 현지 매장을 100개까지 늘릴 계획을 잡았지만 매장은 현재 50개 수준에서 정체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에이피알이 집중하고 있는 뷰티 디바이스 시장이 성장 중이라고는 하지만 소비자들의 관심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며 "게다가 비슷한 기능을 가진 제품이 많아지면서 차별화 포인트를 잡기도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확실한 기술 격차가 없으면 경쟁력도 갈수록 약화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mooneh@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