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우지수 기자] 씰리침대가 안전이 검증되지 않은 제품을 소비자에게 판매해 논란이 일고 있다. 씰리침대가 지난달 말 출시한 모션베드(전동침대)가 완제품 전자파 적합성평가 인증을 아직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23년 한국표준협회의 발암물질 '라돈' 안전인증을 받지 못한 매트리스에 협회 인증마크를 무단으로 달고 판매해 비판받은 지 2년여만에 또 다시 구설에 올랐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씰리침대가 지난해 11월 27일 출시한 모션베드 '모션플렉스'의 전자파 인증이 미완료 상태다. 안전 검증을 받지 못했는데도 소비자 판매부터 단행한 것이다. 이에 더해 예정됐던 배송일까지 지연되면서 해당 제품 구매자들의 불편이 지속되고 있다.
씰리침대에 따르면 모션플렉스는 다음 달 중순 전자파 인증을 받을 예정이다. 출시일보다 3개월가량 늦은 시점에 안전성 검사가 이루어지는 셈이다.
전자파 인증은 소비자 안전과 직결돼 전기·전자제품 출고 전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다. 적합성평가 인증 기준을 위반할 경우 최대 300만원 과태료 혹은 생산·수입·판매 또는 사용을 중지하는 시정명령을 받을 수 있다. 씰리침대의 모션베드는 침대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모터가 탑재돼 '전자파 장해(EMI)를 주거나 전자파로부터 영향을 받는 기기'에 속한다.
한 침대업계 관계자는 "안전 인증을 받지 않은 채로 판매를 시작한 것은 소비자 안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자파 인증 관련 정책을 담당하는 국립전파연구원 전파시험인증센터 관계자는 "전자파 인증은 전기·전자기기 제품에서 방출되는 전자파가 사람의 건강을 해치거나 주변 기계들의 작동에 영향을 줄 정도로 강하지 않은지 검증하는 과정"이라며 "인증받지 않은 제품은 위험성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씰리침대 청담점 매장에는 전자파 인증이 끝나지 않은 모션플렉스 제품이 진열돼 있고 고객이 직접 누워 체험도 해볼 수 있는 상태다.
업계에서는 씰리침대가 모션플렉스 전자파 인증을 받지 못해 배송 예정일을 연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씰리침대는 지난해 말 판매한 모션플렉스의 배송일을 오는 2월 28일로 연기했지만 일부 소비자에게는 이에 대한 안내가 미흡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씰리침대 측이 밝힌 전자파 인증 예정일이 오는 2월 중순인 만큼 출고 시기를 인증 이후로 미뤘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이에 관해 씰리침대 관계자는 "전자파 인증업체와 2월 중순에 모션플렉스 완제품에 대한 전자파 인증을 받을 수 있다고 확인했다"며 "이 일정에 맞춰 출시부터 배송까지 2개월을 상정했지만 제품 하단을 수입해 오는 중국의 구정 연휴(1월 28일~2월 4일)로 인해 생산 일정이 지연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립전파연구원 관계자는 "전자파 인증이 특정 시점에 완료될 것이라는 예측은 어긋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즉 씰리침대의 예상과 다르게 전자파 인증을 받지 못하면 제품 공급은 더욱 늦어질 수 있다.
씰리침대의 안전 인증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3년 발암물질 '라돈' 인증에 대한 허위 정보로 제품을 판매한 사실이 알려졌다. 당시 씰리침대는 모바일 라이브 방송에서 한국표준협회 라돈안전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에 협회 인증 마크를 무단으로 사용해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질타를 받았다. 또 지난 2019년에는 씰리침대 제품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라돈이 검출돼 수거 명령 등 행정조치를 받기도 했다. 씰리침대 측은 "올해부터 라돈 인증 범위를 모든 제품으로 확대했다"며 "매년 전 제품 인증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지난 2018년 침대업계에서 라돈 검출 이슈가 불거진 후 소비자들의 침대 안전 민감도는 더 올라갔다"며 "생활과 밀접한 제품인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안전을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씰리침대는 지난 1881년 미국 텍사스에서 설립된 침대 브랜드다. 현재 미국 템퍼-씰리인터내셔널그룹에 소속돼 있다. 국내 시장에는 지난 2008년 씰리코리아컴퍼니 법인으로 진출했고 2012년부터 윤종호 대표이사가 이끌고 있다. 매출액 규모는 지난 2022년 612억원, 2023년 676억원으로 국내 침대 업계 중위권에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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