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발목 잡는 종교시설? 반복되는 갈등 해법 없나
  • 공미나 기자
  • 입력: 2025.01.20 16:22 / 수정: 2025.01.20 16:22
북아현2구역·장위10구역 등 성당·교회와 갈등
"구체적인 종교시설 보상기준 마련돼야"
장위10구역 등 여러 정비사업들이 구역 내 자리한 종교시설과 갈등을 겪고 있다. /더팩트 DB
장위10구역 등 여러 정비사업들이 구역 내 자리한 종교시설과 갈등을 겪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 | 공미나 기자] 재개발 사업 과정에서 종교시설과 갈등을 겪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갈등이 사업 지연과 비용 증가 등 막대한 피해를 낳고 있어 명확한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2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2구역 재개발 사업 조합은 최근 구역 내 아현동성당과 일조권을 두고 소송전을 벌이다 패소하며 재개발 사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

북아현2구역 재개발은 북아현동 520 일대에 지하 3층~지상 29층, 28개동, 2320가구 규모 새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다. 2022년 사업시행변경계획인가를 받은 후 구역 내 아현동성당과 일조권 등 권리 침해를 두고 소송을 벌이다 2심에서 패소하며 그 내용이 취소될 위기에 처했다.

다행히도 조합과 성당 사이에는 화해 무드가 조성됐다. 성당은 조합에 2024년 기준 성당 신축비 187억원을 지불해달라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합의안을 보냈고 조합도 이를 받아들였다. 이후 조합은 23일 총회를 열어 아현동성당에 성당 신축 비용 187억원을 지급하는 안건을 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회가 "조합이 처음부터 잘못된 방향으로 진행해 일을 망쳤다"며 이틀 뒤인 25일 총회를 열고 조합장을 비롯한 집행부를 해임하겠다고 나서며 재개발 사업은 또 다른 변수와 마주하게 됐다.

서울 성북구 장위10구역 재개발 사업지 내 위치한 종교시설과 갈등의 대표적인 사례다. 2008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장위10구역은 2017년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2019년 주민 대부분이 이주를 완료하며 착공이 눈앞에 있었다. 그러나 구역 내 사랑제일교회가 보상금 명목으로 거액을 요구하고 버티면서 수년째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다.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사랑제일교회는 장위10구역 재개발조합이 제시한 금액의 2배에 가까운 563억원을 요구해 논란이 됐다. 교회는 조합이 제기한 명도소송에서 1·2·3심 모두 패소했으나 신자들을 동원해 강제집행을 수 차례 막으며 버티다 500억원에 이주를 합의했다. 그러나 사랑제일교회는 합의를 이행하지 않았다. 조합은 결국 교회를 제외하고 재개발 진행을 하기로 확정, 2023년 12월 재정비계획안이 수정 가결됐다.

이 과정에서 2020년 11월 사랑제일교회 신도들이 명도집행 시도에 저항하며 조합 용역업체 관계자를 향해 화염병을 던지고 쇠 파이프로 내려치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일부 신도들은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8월 23일 대법원에서 실형을 확정받았다.

장위10구역은 올해 착공을 앞두고 있으나 무사히 사업이 시행될 수 있을지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는 여전하다.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공사가 시작된 뒤에도 교회 측에서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까 여전히 걱정된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 홍제3구역 재건축 사업도 10년 넘게 재건축 부지 내 무악재성당의 이전 문제로 갈등을 빚어왔다. 무악재성당은 재건축 추진 초기부터 성당 존치를 유지했고 조합은 사업성 부족 등을 이유로 존치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후 2023년 6월 조합은 정비사업 계획상의 공원 부지와 종교 부지를 맞바꾸기로 성당과 합의했지만, 성당이 돌연 입장을 바꿔 협상에 응하지 않았다. 이에 조합은 지난해 7월 천주교 서울대교구를 상대로 점유이전금지 가처분 신청과 명도 소송을 제기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도 지난해 8월 조합을 상대로 맞소송을 내며 재건축 사업에 제동이 걸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는 데에는 재개발 사업에서 종교시설에 대한 명확한 보상체계가 없는 것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서울시는 2009년 종교시설 처리에 관한 지침을 마련했으나 법적 구속력이 없어 실효성이 크지 않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조합과 종교시설 간 갈등이 협상에 기댈 수밖에 없다"며 "조합원과 종교시설을 양측이 납득할 수 있는 명확한 보상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mnmn@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