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문은혜 기자] 갈수록 불안정해지는 대내외 정세 속에서 올해 사업을 이끌어야 하는 유통업계 수장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대거 참석한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주요 인사들과 직접 교류를 통해 글로벌 사업의 청사진을 그리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는 가운데 국내 유통업계에서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김범석 쿠팡Inc 의장, 허영인 SPC그룹 회장, 최준호 패션그룹형지 부회장 등이 정식으로 초정받았다.
국내 재계 인사 중에서 가장 활발하게 트럼프 정부와 소통하고 있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취임식 뿐 아니라 소수의 VIP들만 모이는 무도회에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7일(현지시간) 일찌감치 방미길에 오른 정 회장은 뉴욕 JFK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주니어가 (주요 인사들을) 많이 소개해줄 걸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쿠팡 창업자이자 현재 쿠팡Inc 의장을 맡고 있는 김범석 의장은 취임식에 앞서 지난 1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개최한 비공개 리셉션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트럼프 2기 주요 관료 50여 명을 비롯해 200명의 인사들이 참석했다.
한국 기업인으로는 유일하게 이 리셉션에 참석한 김 의장은 트럼프 정부의 주요 장관 지명자들과 1대 1로 만나 쿠팡의 투자 현황, 물류 인프라, 일자리 등과 관련해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장은 이날 열리는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식, 만찬, 무도회에도 참석한다.
그간 한·미 경제 협력 활동을 활발하게 펼쳐온 것으로 평가받는 허영인 SPC그룹 회장도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 받았다. SPC 관계자는 "허 회장은 취임식에 참석 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한국 경제에 관심이 있는 미국 상·하원 의원들과 만나 네트워크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준호 패션그룹형지 총괄부회장은 국내 패션업계 인사 중에서는 유일하게 취임식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최 부회장은 '까스텔바작'이라는 브랜드로 미국 패션 시장을 공략 중이다. 회사 측은 "까스텔바작 대표이사 자격으로 참석하게 됐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대내외적으로 불안정한 경영 환경 속에서 유통업계 수장들이 가장 큰 시장인 미국을 잡기 위해 직접 '경제 외교'에 나선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실제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이번 방미길에 "기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미국이라는 큰 시장에 다양한 창구가 만들어지는 것은 중요하다"며 "미국 사업이든 한국 사업이든 열심히 할 것이며 트럼프 주니어와 둘이 같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볼 것"이라고 언급했다.
현재 미국에서 약 200개의 파리바게뜨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SPC그룹도 현지에 제빵공장을 세울 예정이다. 이를 위해 SPC는 미국 텍사스주 벌리슨시(City of Burleson)에 1억6000만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계열사들의 K-푸드 수출과 미국 브랜드 수입도 활발하다. SPC삼립은 호빵, 크림빵, 약과 등을 수출 중이고 배스킨라빈스, 던킨, 쉐이크쉑 등 미국의 유명 외식 브랜드는 현재 국내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SPC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 2기를 맞이해 SPC그룹은 미국에서 다양한 투자 활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패션그룹형지도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준호 총괄부회장은 트럼프 취임식 참석 이후 뉴욕으로 이동해 글로벌 섬유패션 전시회인 '텍스월드 USA 2025'를 참관할 예정이다. 최 부회장은 전시회에서 각국의 경쟁력 있는 섬유 업체의 현황을 살피고 한국섬유산업연합회가 중소기업중앙회 수출컨소시엄사업의 일환으로 구성한 한국관도 둘러보기로 했다.
패션그룹형지 관계자는 "이번 취임식 참석을 계기로 국내 경제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미국과의 소통 창구를 확보해 더욱 긴밀히 교류하면서 글로벌 진출의 보폭을 넓혀갈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