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황지향 기자]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내 배터리 업계가 대응 방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한중 합작법인에서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한국 기업이 실질적인 통제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 현지 투자와 공급망 경쟁력 강화를 위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관세 예외를 미국 정부와 적극적으로 교섭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트럼프 정부가 중국 견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한국 기업이 외국인 투자 심사와 기술안보 정책 변화에 대비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와 법무법인 율촌, 글로벌 로펌 커빙턴 앤 벌링은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율촌 렉처홀에서 '트럼프 2.0 배터리 정책 대응 세미나'를 공동 개최했다.
구자민 커빙턴 앤 벌링 변호사는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와 관련해 전면 폐지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그는 IRA 세부 규정 강화 가능성을 언급하며 신규 전기차 구매 시 제공되는 최대 7500달러 세액공제 혜택(30D)이 개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구 변호사는 "IRA의 주요 수혜 지역 대다수가 공화당 소속인 점에서 전면 폐지보다는 선별적 개정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 정부와 기업이 IRA의 경제적 효과를 강조하며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FEOC(우려대상기업) 기준 강화에 대해서는 "보조금 지급 대상을 줄이고 중국 견제를 강화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며 "첨단 제조생산 세액공제(45X)에도 해당 기준이 확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해당 기준은 중국, 러시아 등 특정 국가가 25% 이상 지분을 소유한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IRA 개정으로 인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중국 기업과의 계약에 '법률 변경 조항'을 포함할 것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트럼프 정부가 법을 개정할 경우, 기존 계약을 수정하거나 해지할 수 있는 예외를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구 변호사는 "한중 합작법인에서는 한국 기업이 실질적인 통제권을 확보해야 기술안보 정책 변화에 따른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정혜 변호사는 트럼프가 제안한 보편 관세와 상호 관세가 기존의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와 국제 협정을 무시하는 과도한 정책으로 실제 실현 가능성은 낮지만 협상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산 제품에 최대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공약은 상징적인 의미가 크며 현실적으로 피해가 적은 품목을 선별해 관세를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IRA를 두고는 전기차 구매 수요가 감소하고, 배터리 업계의 전방 수요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공화당 주에서 이미 대규모 배터리 공장이 설립되고 일자리 창출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공화당 내에서도 IRA 개정 반대 여론이 클 것이라는 관측도 덧붙였다.
안 변호사는 트럼프의 중국 견제 강화 정책에 대해 "중국산 배터리를 글로벌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노력이 한국 기업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기업이 미국 시장에서 배제될 경우, 한국 기업이 그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대응 방안으로는 공급망 다변화와 현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국 및 다른 국가에 생산 공장을 확대해 관세 리스크를 줄이고 지역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로비와 협상을 통해 미국 내에서 한국 기업의 입지를 확대하고 정부와 협력해 통상 리스크를 최소화할 필요성을 역설했다. 특히 기술 혁신과 품질 경쟁력을 통해 시장에서의 우위를 지속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변호사는 "트럼프 2기 정책은 배터리 업계에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제공한다"며 "한국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대응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부회장은 "배터리 산업은 전기차 수요 둔화, 중국의 저가 공세, 트럼프 2기 출범이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며 "내실을 다지고 핵심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 현지 생산 체제가 구축 중인 만큼, 트럼프 정부와의 협력 기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며 "IRA와 대중국 규제를 기회로 삼아 공급망 다변화와 기술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배터리 공급망 기업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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