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혼란 속 얼어붙은 내수…"경기 활성화 동참" 팔 걷은 경제계
  • 이성락 기자
  • 입력: 2025.01.19 00:00 / 수정: 2025.01.19 00:00
경제단체, 회원사에 내수 활성화 동참 요청
기업들, 온라인 장터 열고 납품대금 조기 지급
류진 한경협 회장이 지난 7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우리시장에 있는 족발집을 찾아 상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류진 회장은 최근 회원사에 내수를 살리는 데 동참해달라고 요청했다. /한경협
류진 한경협 회장이 지난 7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우리시장에 있는 족발집을 찾아 상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류진 회장은 최근 회원사에 내수를 살리는 데 동참해달라고 요청했다. /한경협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국정 혼란으로 소비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내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설 명절을 앞둔 경제계가 내수 경기 살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19일 경제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경제단체들이 잇달아 내수 활성화 캠페인에 시동을 걸고 있다.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선 경제계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가뜩이나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국면 등 시국이 혼란스러워지면서 시민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 통계청의 실시간 소비지표인 나우캐스트에 따르면 12월 넷째 주(21~27일) 신용카드 사용액은 전년보다 1.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21년 이후 12월 넷째 주 신용카드 사용액이 감소한 것은 처음이다.

문제는 소비 위축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에다 국내 정치의 불확실성까지 고조되면서 경제 활동의 큰 축인 소비 시장과 소비자 심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경제단체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전국 73개 상공회의소와 서울 소재 25개 구상공회에 긴급 공문을 보내 침체된 내수 시장 활력 제고를 위한 공동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지역 특산물 구매 장려, 온누리상품권 구매·지급 등의 방식이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앞서 "내수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만큼, 대한상의의 내수 살리기 움직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도 지난 13일 회원사에 협조 공문을 보내 내수 활성화와 소상공인 지원 캠페인에 대한 참여를 요청했다. 설 명절 선물 시 우리 농축수산물 구매, 설 연휴 전후 임직원 연차 휴가 사용 독려, 설 연휴 기간 중 국내 여행 권장, 온누리상품권 사용 촉진 등의 내용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역시 누적된 고물가·고금리 등으로 부진한 내수를 활성화해 경제 전반에 활력을 더하고,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해소해야 한다는 내용의 권고문을 회원사에 송부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직원들이 온라인 장터에서 상품을 구입하고 있다. 삼성은 설 직전까지 온라인 장터를 운영, 농축수산물과 자매마을 상품 구입에 나서며 국내 경기 활성화에 앞장선다. /삼성
삼성디스플레이 직원들이 온라인 장터에서 상품을 구입하고 있다. 삼성은 설 직전까지 온라인 장터를 운영, 농축수산물과 자매마을 상품 구입에 나서며 국내 경기 활성화에 앞장선다. /삼성

개별 기업들도 힘을 보태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이 설 명절을 앞두고 온라인 장터를 운영, 농축수산물과 자매마을 상품 구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온라인 장터를 운영하는 삼성 관계사는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생명을 포함한 15개 상장사 전체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총 17개 회사다.

지난해 설과 추석에 삼성 임직원들이 온라인 장터를 통해 구입한 상품 총액은 28억원 수준으로, 회사는 매년 농어촌과 중소기업의 판로 확대와 수익 증대에 기여하고 있다. 삼성은 설 연휴 직전까지 사내 게시판, 지자체 쇼핑몰, 소상공인 직거래몰 등에서 온라인 장터를 지속 운영할 계획이다.

협력사 납품대금을 조기 지급하는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 협력사의 원활한 자금 운용을 돕고, 내수 경기 활성화에 기여하는 차원이다.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SDS,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물산, 삼성E&A, 삼성중공업, 제일기획, 웰스토리 등 11개 삼성 관계사는 물품대금 5600억원을 최대 3주 앞당겨 지급한다.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건설,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 현대트랜시스, 현대위아, 현대오토에버 등은 부품과 원자재, 소모품 등을 납품하는 6000여개 협력사를 대상으로 대금 2조446억원을 최대 19일 앞당겨 지급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LG CNS, D&O 등 9개 LG 계열사가 설 명절에 앞서 협력사·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위해 납품대금(1조5000억원)을 최대 22일 앞당겨 지급한다. 롯데(6863억원) 등 유통 기업과 SK하이닉스(1330억원) 등 주요 제조사, KT(1194억원) 등 통신사도 대금을 조기 지급할 예정이다.

기업들은 임직원에게 온누리상품권을 나눠주며 전통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거나, 장터에서 생활용품과 식료품 등을 대거 구매해 취약계층에 전달하는 등의 나눔 활동을 통해서도 내수 경기 활성화에 동참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내수 시장 침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돼 걱정"이라며 "앞으로도 얼어붙은 시장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노력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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