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이중삼 기자] 한국은행(한은)이 현 3.00%인 기준금리를 일단 묶었다. 지난해 10·11월 두 차례 0.25%포인트(p)씩 내린 후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후반으로 변함없이 높은 상황에서 또 금리를 내린다면 원화 가치가 하락해 환율이 더 뛸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금리 동결이 시장에 미칠 영향은 미미하다면서도 관망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봤다. 탄핵정국·경기위축 여파로 이미 얼어붙은 시장심리가 단기간 내 녹기는 제한적이라는 이유에서다.
한은은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연 3.00%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리 동결 배경 관련 원·달러 환율 상승을 주된 요인으로 꼽았다. 이 총재는 "경기만 보면 금리를 내리는 것이 맞지만, 환율이 높아 동결했다"며 "우리나라 경제 펀더멘탈(기초체력)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두 차례 금리를 인하한 효과도 지켜볼 겸 숨 고르기를 하면서 정세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봤다"고 부연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시장에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이 대출을 옥죄고 있어 거래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어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0.37% 내렸다. 지난해 4월 0.03% 하락한 뒤 상승세를 보이다가 7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실거래가지수 하락은 당월 거래가가 이전 거래가보다 낮은 금액에 팔린 경우가 많음을 뜻한다.
부동산 매수 심리를 의미하는 매매수급지수도 감소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주택종합 매매수급지수는 지난해 8월 95.2를 기록한 후 매월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는 92.9까지 주저앉았다. 서울·수도권도 같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아파트로만 놓고 봐도 지수는 매월 감소 추세다. 매매수급지수는 아파트 매매시장의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것으로 기준선 100보다 수치가 낮을수록 시장에서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말한다.
◆ "매수시장 움직임 없이 우상향 쉽지 않아"
국토연구원의 부동산시장 소비자심리조사에서도 매매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12월 전국 주택 매매심리는 100.8로, 전월(104.0) 대비 3.2p 내렸다. 수도권은 102.4로 전월(106.4)보다 4.0p 내렸고, 비수도권(98.8)은 한 달 전(100.9)보다 2.1p 하락했다. 이 지수가 95 미만이면 하강국면, 95~115 미만이면 보합, 115 이상이면 상승국면으로 본다. 비수도권은 조만간 하강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금리 인하 결정으로 관망세가 더 짙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탄핵정국과 경기위축, 겨울 비수기 등이 겹치며 냉각된 주택시장을 녹이기는 제한적"이라며 "한번 움츠리기 시작한 거래시장·매매가는 매수심리 움직임 없이 우상향으로 방향 전환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적어도 봄 이사철이 돼야 부동산 거래 회전율이 개선될 것"이라며 "기준금리 동결 외에도 오는 7월부터 스트레스 DSR 제도가 한층 강화되고, 정국 불안으로 인한 증시·환율 변동 위험, 경기 회복 둔화 문제로 주택 매수심리는 여전히 불안하다"고 전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부동산시장 참여자들에게는 기준금리보다는 대출금리가 더 민감한 영향을 미친다"며 "이번 기준금리 동결이 시장에 주는 영향력은 제한적이다. 지금과 같은 관망세에 더 확신을 주는 정도의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다만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기준금리·대출금리가 함께 내려가면 관망하던 시장 참여자들이 거래에 뛰어들어 빠른 거래량·가격 변동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도 "1월 이후 추가 금리인하 여부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설 이후 기준금리 인하가 현실화될 경우 계절적 이사철과 공급 감소 영향이 겹쳐 수도권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거래량 증가·가격 회복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