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송파구=이성락 기자] 신동빈 회장과 롯데그룹 경영진들이 고(故) 신격호 창업주 5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미래 먹거리 발굴에 나선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부사장)은 미국 출장 일정을 소화하고 있어 추모 자리에 함께하지 못했다.
신 회장과 경영진들은 17일 오전 9시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 1층에 있는 신 창업주 흉상 앞에 자리했다. 오는 19일 신 창업주의 5주기에 앞서 추모 헌화식을 가진 것이다. 헌화식은 창업주를 기리는 묵념을 시작으로, 경영진이 차례로 나와 헌화를 한 뒤 짧게 목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가장 먼저 신 회장이 창업주 흉상 앞에 섰다. 이동우 지주 대표와 김상현 유통군 총괄대표, 박현철 건설 대표, 이영구 식품군 총괄대표, 이영준 화학군 총괄대표가 뒤를 이었다. 이 외 경영진들도 10여분 동안 차례로 나와 흉상을 향해 헌화했다. 이들은 신 창업주의 도전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의미를 담아 재차 묵념한 뒤 자리를 떴다.
이날 신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부사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간 추모 헌화식에 빠지지 않고 참석했으나, 올해는 미국 출장 중이다.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있는 신 부사장은 연초부터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지난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5' 현장을 찾아 첨단 기술 트렌드를 점검한 뒤 급거 귀국해 9일 상반기 사장단 회의인 밸류크리에이션미팅(VCM)에 참석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도 겸하고 있는 그는 재차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2025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참석했다.
JP모건 콘퍼런스에 첫 참석한 신 부사장은 로슈, 존슨앤존슨, BMS 등 발표 세션에 참여해 제약·바이오 트렌드를 살폈다. 또 제임스 박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와 함께 글로벌 제약사, 잠재 고객사와 비즈니스 및 파트너십 미팅에 나섰다.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 기업인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이번 행사에서 자체 개발한 항체·약물접합체 플랫폼 '솔루플렉스 링크'를 처음 공개했다.
신 부사장의 경영 시계는 지속해서 빨라질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신 부사장은 올해 그 어느 때보다 바쁜 한 해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편, '유통 거인'으로 불린 신격호 창업주는 일제의 탄압과 억압 속에서 언양소학교, 울산농업실수학교를 졸업한 뒤 목양 지도기술원으로 일했다. 이후 보다 큰 세상에서 꿈을 펼치겠다는 의지에 따라 1941년 부관연락선을 타고 일본으로 건너갔고, 우유배달원과 화장품 사업 등을 펼쳤다. 껌이라는 단일 품목을 앞세워 1948년 롯데를 설립한 그는 초콜릿, 캔디 등으로 분야를 확대하며 회사를 불과 20여년 만에 일본 굴지의 종합제과업체로 성장시켰다. 조국 발전에 보탬이 되겠다며 1967년 한국에 롯데제과를 설립했고, 과감한 투자를 통해 호텔·백화점 등 유통은 물론, 석유화학·건설로 사업을 확장, 지금의 글로벌 기업 롯데그룹을 일궜다.
신 창업주는 2017년 4월 세계 최고층 빌딩을 지어 새로운 한국의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꿈을 이룬 뒤 2020년 1월 19일 향년 99세로 별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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