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정치 불확실성에 금리 동결…인하 사이클은 계속될 것"[일문일답]
  • 이선영 기자
  • 입력: 2025.01.16 15:27 / 수정: 2025.01.16 15:27
총재 제외 금통위원 전원 "향후 3개월 인하 여지 열어둬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선영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선영 기자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그동안 금리를 두 번 인하했고 (이날 동결했지만) 금리 인하 사이클은 계속 지속될 것"이라며 "대내외상황을 점검하면서 금통위원들과 조정 시기를 고려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16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환율이 정치적 변화에 영향을 받으면서 우리나라 기초체력(펀더멘탈)에 비해 높은 수준에 와 있다"며 "대내외 불확실성이 큰 만큼 상황을 면밀히 본 뒤 확실할 때 움직이는 게 낫다고 봤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은은 이날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연 3.0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금통위는 지난해 마지막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25%에서 3.0%로 인하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9년 이후 처음으로 2회 연속 인하를 단행했으나 이번에 동결로 돌아섰다.

이 총재는 동결 결정 배경에 대해 "경기만 보면 인하가 당연하지만 (국내 정치 불안 등에) 환율이 필요 이상으로 올랐다"며 "계엄 이후 내수 경기가 예상보다 많이 떨어졌고, 4분기 성장률이 0.2%를 밑돌 수도 있다. 국내 정치 갈등이 자리를 잡으면 미국 등과 좀 더 독립적으로 통화정책 결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금리 결정에 대해 신성환 위원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다만,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전원(6명)의 향후 3개월 금리 전망의 경우 '인하 여지를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 만장일치였다.

이 총재는 "금통위 모든 위원이 경기 상황만 보면 지금 금리를 내리는 게 당연한 상황이라고 했다"면서도 "이번에는 특히 환율을 중심으로 한 대외 균형이, 경제적인 이유가 아니라 국내 정치적인 이유로 인해 악화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신(新)정부 정책 기대에 따른 불확실성도 큰 상황"이라며 "정치적 불확실성이라든지 대외 불확실성이 큰 상태에서 상황을 좀 더 보고 확신을 갖고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16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기자간담회가 이어졌다. /이선영 기자
16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기자간담회가 이어졌다. /이선영 기자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경기 하강 국면에 재정 정책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한은이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낮춰 시장에 온기를 퍼뜨릴 거란 기대가 있었는데.

금리를 동결하게 된 이유는 제가 한 명만 소수의견 냈다고 했는데 내용적으로 보면 훨씬 더 다양한 의견이 많았다. 5대 1이란 숫자보다 훨씬 다양한 의견이 많았는데 최종 결론이 5대 1이었다. 모든 (금통위원) 분들이 경기 상황만 보면 지금 금리를 내리는 게 당연한 상황이라고 봤다. 다만 워낙 여러 변수가 있기 때문에 그 영향을 같이 봐야 했다. 이번에는 특히 국내의 정치적인 이유도 있지만 미국 신정부가 들어서서 어떤 정책을 할 것인지 등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또 우리 환율만 보면 정치적 변화가 크게 영향을 주고, 현재 환율 수준 저희가 볼 때 우리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이라든지 미국과의 금리 격차 등의 요인으로 설명하는 것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이다. 정치적 불확실성과 대외 불확실성이 큰 상태에서 균형을 좀 더 보고 확신을 갖고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두 차례 금리 인하의 효과를 좀 볼 겸 숨 고르기를 하면서 정세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 신중하고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환율의 특정 레벨을 타깃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이번 동결 결정은 높아진 환율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도 환율 수준 자체를 봤다기보단 올라간 이유를 보고 판단했다. 정치적인 이유로 많이 올라간 부분이 있고, 우리 펀더멘털과도 괴리가 있다. 또 여러 가지 정치적 불확실성이 많고 대외에서 우리나라를 보는 시각이 불안한 측면이 있다. 그때그때 환율이 올라간 이유를 보고 판단을 할 문제지 환율 수준에 따라 판단하는 것은 아니다.

-금통위 내부적으론 환율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졌나.

이번 금통위 결정이 대내 균형보단 대외 신인도 등 대외 균형에 방점을 둔 것은 사실이다. 특히 환율은 레벨보다 왜 올라갔는지를 고민스럽게 보고 있다. 그것을 알아야 조정에 대해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환율이 1430원에서 1470원까지 갔다가 1450원으로 떨어졌다. 계엄 전 1400원에서 70원이 올랐다고 하면 그중 50원 정도는 세계 공통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기계적으로 보면 나머지 20원이 정치적 요인인데 그보단 크다고 본다. 국민연금 환 헤지 물량, 시장 안정화 조치 효과 등을 고려하면 정치적 이유로 환율이 30원 정도 올랐다. 특히 총리 탄핵이 있고 나서는 정치에 따른 환율 변수가 거의 50원, 60원까지도 올라갔다. 정치 프로세스, 헌재 프로세스가 지난 두 번의 탄핵 때와 같이 안정적으로 작동되면 정치적 리스크에 따른 (환율 인상분) 30원은 내려가지 않을까 한다.

-금통위원들의 향후 3개월 금리 전망은.

저를 제외한 금통위원 여섯 분 모두 3개월 내에는 현재의 기준금리 3.0%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과 대외 경제 여건의 변화를 확인한 이후에는 충분한 금리 하락 추세를 통해 경기에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전망은 모든 경제 상황에 대해 일단 조건부임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

-앞서 미 연준의 결정과 관계없이 국내 상황을 보고 통화 정책을 할 수 있다고 했는데,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한 상황에서 이런 판단이 여전히 유효한지.

지금은 금리 인하 사이클에 있기 때문에 인상 사이클에 비해선 미국 정책에 받는 영향이 많이 줄어들고, 국내 요인을 중심으로 통화 정책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다만, 정치적 불안이나 이에 따른 외환시장 불확실성의 영향을 안 받을 순 없다. 정치적 갈등이 어느 정도 자리 잡으면 미국의 통화 정책과는 좀 더 독립적으로 금리 인하기를 가져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다시 확대될 수 있다. 종전 최대 역전 폭이 2%포인트를 넘어서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나.

미국과의 금리 역전 폭이 200bp 이상 되면 위험하지 않냐고 한다면 숫자만 볼 게 아니라 어떤 이유에서 격차가 커졌는지를 봐야 한다. 이에 따라 자본 유출이 어떤 영향을 받고 그런 것들을 보면서 결정해야 한다. 특별한 숫자를 보는 것이 아니다.

-최근 정치적 상황이 경제에 미친 영향에 관해 설명해달라. 정치 상황이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 하향에도 영향을 미쳤나.

정치적 충격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아직은 판단하기가 참 어렵다. 특히 불확실성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에 따라 영향이 굉장히 바뀔 것이다. 다만 지난 11월 전망에 비해선 지금 경제 심리가 굉장히 떨어져 있다. 당시 저희가 지난 4분기 성장률을 0.5%로 얘기했는데, 실제 0.4% 정도 성장하면 지난해 연간 2.2% 정도 되지 않겠나 하고 말씀드렸다. 여기에 소비와 내수, 특히 건설경기가 예상보다 많이 떨어지는 중이다. 이번 금통위에선 4분기 성장률이 0.4%가 아니라 0.2%, 혹은 더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렇게 되면 지난해 성장률이 제가 얘기한 것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있고, 그 기저효과로 올해 성장률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다음 주나 2월 전에 지금까지의 데이터를 발표하려고 한다.

-정치 상황과 관련해 여러 메시지를 냈다. 경제가 정치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의견도 있는데.

제가 하는 메시지가 정치적인 메시지라고 자꾸 얘기하는데, 저는 굉장히 경제적인 메시지라고 생각해서 한 것이다. 총리께서 탄핵당하고 최 권한대행이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인데 또 탄핵되면 대외 신뢰도가 어떻게 될 것인지, 과연 한국경제를 이끌어갈 사령탑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생각했다. 외국 투자자나 신평사의 시각이 매우 나빠지고 있는 것을 아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를 안정화하려면 금리를 몇 %포인트 낮추는 것보다 근간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이런 취지에서 경제 안정을 위한 중요한 메시지였다고 생각한다.

-환율이 다시 내리면서 이르지만 '금리 인하 실기론'도 제기된다. 인하 시기로 1월보다 2월이 나을 것으로 판단한 결정적인 이유는.

자영업자가 어렵다는 이유로 실기론을 얘기하는데 제가 계속 드리는 말씀은 통화 정책은 물가와 경기만 보고 하는 게 아니란 것이다. 통화 정책은 여러 변수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에 균형 있게 봐야 한다. (그동안) 실기론을 말하는 분들께 1년 뒤에 평가하시라고 얘기했는데, 저는 실기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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