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경영권 확보를 위해 변호사 자격이 없음에도 법률 사무를 수행한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나무코프 회장)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신 전 부회장으로부터 약 200억원의 자문료를 받고도 추가로 돈을 더 받아내려 시도하다가 밝혀진 혐의다. 결과적으로 '롯데 흔들기(프로젝트L)'를 위해 손을 잡았던 신 전 부회장과 민 전 행장은 모두 몰락의 길을 걷게 됐다는 평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단독 정재용 판사는 16일 법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민 전 행장에게 징역 3년과 198억원 추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기소된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증거에 따라 모두 유죄로 인정한다"며 "이 사건은 법치 사회의 취지에 반하는 것으로,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 범행 기간이 2년이고 수수한 금품이 198억원인 점 등이 불리한 양형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민 전 행장의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법정 구속하진 않았다.
앞서 민 전 행장은 경영 능력을 인정받지 못해 밀려난 신 전 부회장을 신 전 부회장의 숙부 신선호 씨를 통해 소개받았다. 이후 자문 계약을 체결해 2015년부터 2017년 8월까지 각종 소송 업무 총괄, 증거 자료 수집, 의견서 제출, 대리인·참고인 진술 기획 등의 법률 사무를 맡았고, 자문료 198억원을 받았다. 변호사 자격 없이 금품을 대가로 다른 사람의 법률 사무를 맡은 것이다.
해당 문제는 민 전 행장이 신 전 부회장에게 일방적으로 자문 계약 해지됐다며 10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1심은 민 전 행장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과 대법원은 민 전 행장이 변호사법을 위반했다고 봤고, 자문 계약도 무효라고 판단했다. 돈을 더 받아내려다 법 위반 혐의가 드러났고, 기존에 받았던 자문료까지 모두 토해내게 됐다.
민 전 행정은 과욕을 부리다 롯데그룹 내 입지를 모두 잃어버린 신 전 부회장과 비슷한 길을 걷게 됐다. 신 전 부회장은 자문 계약 직후 민 전 행장과 공모해 '프로젝트L'을 실행했는데, 이는 '롯데 흔들기'가 목적이었다. 주요 내용은 롯데면세점 특허 취득 방해, 호텔롯데 상장 무산, 롯데그룹 수사 유도, 국적 논란 조장 등이다.
실제로 롯데그룹은 '프로젝트L'의 내용 그대로 고통을 겪었다. 2016년 6월 대대적인 검찰 수사가 시작됐고 그로 인해 목전에 뒀던 호텔롯데 상장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재판 과정에서 신 전 부회장 측이 검찰에 롯데그룹 회계장부를 제공하고 내사 단계에 직접 출석하며 협조했던 정황이 알려지기도 했다. 민 전 행장이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롯데그룹에 약점이 될 수 있는 정보를 취득하기 위해 롯데 전 직원과 접촉, 내부 정보를 캐내도록 사주한 사실도 뒤늦게 밝혀졌다.
이와 함께 2017년 7월 감사원 감사 결과, 2015년 11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취득했어야 할 특허권이 관세청 점수 조작에 의해 다른 기업에 넘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또 롯데그룹은 신 전 부회장의 일본어 인터뷰, 신격호 명예회장과의 일본어 대화 녹취 등이 외부로 공개되면서 국적 논란에 시달렸다.
재계 관계자는 "'프로젝트L'에 담긴 내용은 롯데그룹 입장에서 생사가 엇갈리는 위중한 리스크였다"며 "롯데그룹은 해당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자원 투입으로 인해 기업의 미래를 준비해야 할 소중한 시간을 소모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롯데그룹에 치명상을 입힌 신 전 부회장은 '경영 복귀'라는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오히려 재기의 기회가 사라진 상태다. 과거 신 전 부회장은 몰래카메라를 활용한 이른바 '풀리카'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외부업체를 통해 롯데 임직원 메일을 불법적으로 취득해 롯데 내부적으로 신뢰를 잃은 바 있다. 여기에 더해 '프로젝트L'을 주도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에는 임직원들이 완전히 등을 돌린 것으로 파악된다. 신 전 부회장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롯데홀딩스 주총을 앞두고 자신의 이사직 복귀안과 신 회장 해임안을 제출했으나, 표 대결에서 '10전 10패'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 신 전 부회장은 경영권 분쟁 관련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지속해서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 실적이 좋지 않아 현 경영진이 책임져야 한다는 내용이 대다수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오히려 책임을 돌리는 해괴한 논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롯데그룹은 신 전 부회장에게 '롯데 흔들기'를 멈춰달라고 지속해서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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