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새해 첫 기준금리 결국 '동결' 택했다…연준 금리인하 지연·고환율 등 영향
  • 이선영 기자
  • 입력: 2025.01.16 11:00 / 수정: 2025.01.16 11:00
한은, 기준금리 연 3.00% '동결'
고환율과 물가 등 상황 고려한 듯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한국은행이 새해 첫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연 3.00%로 동결했다. 고환율과 물가, 가계부채 상황을 고려해 동결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경기 하방 우려를 감안해 다음 달에 다시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국은행은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에서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0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금통위는 지난해 마지막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25%에서 3.0%로 인하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9년 이후 처음으로 2회 연속 인하를 단행했으나 이번에 동결로 돌아섰다.

시장에서는 이번 금리 전망을 두고 동결과 인하 예측이 팽팽했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1월 3일부터 8일까지 채권보유 및 운용 관련 종사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55개 기관 100명 중 60%가 1월 금통위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는 직전(83%) 대비 낮아진 수치다.

반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도 40%(40명)가 나왔다. 이는 직전(17%) 대비 크게 높아진 수치다. 금투협은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응답자가 더 많았으나, 경기침체 우려로 내수부양을 위한 1월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예상이 직전 조사 대비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했다.

시장의 예상도 엇갈렸던 만큼 동결을 택하기까지 이창용 한은 총재의 고심이 깊었을 것으로 보인다. 고환율과 금융안정 리스크 등이 발목을 잡으면서 동결을 결정하게 된 것으로 해석된다. 강달러가 지속되면서 한국이 기준금리를 낮추면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가 떨어지며 원·달러 환율은 더 불안해진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1월 말 1394.7원에서 현재 1450원대로 50원 이상 급등했다. 이날 오전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6.2원 내린 1455.0원에 출발했다.

'트럼플레이션' 역시 금리 동결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의 보편관세가 현실화하면 수입 물가를 자극해 미국의 국내 물가도 다시 높아질 수 있어서다.

8일(현지시간) 공개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위원들은 신정부 출범 이후 물가 재상승을 우려하며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시점"이라고 일제히 지적했다.

미국이 당분간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은 뉴욕사무소는 '최근의 미국경제 상황과 평가' 보고서에서 글로벌 투자은행(IB) 10곳 중 2곳이 미 연준의 올해 금리인하 횟수를 '0회'로 전망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중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지난해 12월 연내 2회 인하를 예상했다가 올해 1월 들어 0회로 변경했다. 도이치뱅크는 지난해 12월에 이어 올해 1월에도 연내 동결 전망을 유지했다.

바클리는 연내 2회에서 1회로, 골드만삭스는 4회에서 2회로, 모건스탠리와 JP모건은 각 3회에서 2회로 변경하는 등 상당수 IB가 일제히 이달 들어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전망에 힘을 보탰다.

한은이 현재 연 3%인 기준금리를 낮춘다면 한미 금리 역전차가 커지면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가치는 더욱 하락할 수 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4.25~4.5%로, 이번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로 우리나라와의 격차는 최대 1.5%포인트로 유지됐다.

부진한 국내 경기를 위해 한국은행이 다음 달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있다. /더팩트 DB
부진한 국내 경기를 위해 한국은행이 다음 달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있다. /더팩트 DB

다만, 부진한 국내 경기를 위해 다음 달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있다. 비상계엄과 탄핵정국 등 정치적 불확실성의 영향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내수가 둔화될 가능성도 커졌다. 한은은 소비 부진과 수출 증가세 둔화 등을 근거로 올해 경제성장률을 1.9%, 내년은 1.8%로 내다봤다. 이는 우리 경제 기초체력인 잠재성장률(2.0%)을 밑도는 수준이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환율 부담으로 한은이 이번 달에는 기준금리를 동결했다"면서도 "경기둔화 우려를 고려해 2월 금통위에서는 금리를 다시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1분기, 2분기에 각 한 차례씩 인하해 연말 기준금리를 2.5%로 낮출 것으로 보인다"며 "두 번째 인하 시점은 추경 편성 이후나 집행 전후에 맞춰 구축효과를 완화하기 위한 정책 공조 차원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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