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숙취해소제 광고 시 인체적용시험 실증자료 갖춰야
컨디션, 지난해 매출 부진…경쟁사들 다양한 제형으로 시장 공략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서 고객이 숙취해소제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
[더팩트 | 김해인 기자] 올해부터 숙취해소제를 광고할 때 '술 깨는', '술 먹은 다음날' 등 표현을 사용하려면 사용 성분에 대한 기능 검증을 받아야 한다. 관련 규제가 강화되면서 숙취해소제 시장의 진입장벽은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규제로 HK이노엔이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는 숙취해소제 점유율 구도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하고 있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부터 강화된 규제에 따라 숙취해소제의 숙취해소 기능성을 표시 또는 광고하기 위해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 등의 표시 또는 광고 실증에 관한 규정'에 따라 인체적용시험 실증자료를 갖춰야 한다.
만약 인체적용시험 실증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표시·광고를 계속하거나 심의를 받지 않는 경우 영업정지 및 품목제조정지 등 행정처분을 받는다. 제도 시행 전부터 유통하던 제품은 실증자료를 갖춘 경우 자율심의 결과를 반영할 수 있도록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오는 6월 30일까지 계도 기간을 운영하기로 했다.
제약업계에서는 신제품을 출시하기 전 사용 성분에 대한 인체적용시험을 실시하는 것은 물론이고 검증된 성분을 사용하는 제품의 경우 라인업을 확대하는 등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숙취해소제가 진열돼 있다. /뉴시스 |
이번 규제로 숙취해소제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상되는 가운데 '컨디션'으로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는 HK이노엔도 발빠르게 대응 중이다. '컨디션 헛개'의 경우 이미 지난 2021년도에 실시한 인체적용시험 자료를 바탕으로 심의를 마쳤다.
최근에는 신규 소재를 사용한 컨디션 라인 제품에 대해서도 인체적용시험을 실시했다는 것이 HK이노엔의 설명이다. 해당 제품에 대해서는 현재 심의가 진행 중이다. HK이노엔 관계자는 "포장재와 디자인 패키지, 광고, SNS 콘텐츠 등 동시다발적으로 심의를 넣었다"며 "계도기간 안에 심의를 완료해 교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HK이노엔은 국내 숙취해소제 시장에서 점유율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이다. 이에 매년 상승곡선을 그리던 '컨디션' 매출도 지난해 꺾였다. HK이노엔에 따르면 컨디션 매출은 지난 2021년 390억원, 2022년 607억원, 2023년 620억원 등으로 꾸준히 성장했다. 그러나 지난해 3분기까지 기록한 컨디션의 누적 매출액은 43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 감소했다.
제약사들은 더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는 제형으로 숙취해소제 제품을 다양화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동국제약은 얇은 필름을 입 안에 넣어 녹여 먹는 구강용해 필름 제형 숙취해소제 '이지스마트 필름'을 내놨다. 이지스마트 필름의 구미형 '이지스마트 구미 츄'는 가볍게 씹어먹을 수 있어 MZ세대에게 인기다.
액상과 환·알약을 함께 섭취해 숙취 해소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이중제형 제품도 있다. 종근당은 비타민·밀크씨슬 등 2개 정제로 구성된 '깨노니 땡큐샷'을 통해 피로회복과 간 기능 개선을 함께 챙길 수 있도록 했다. 이들 제품 모두 인체적용시험 및 심의를 마쳤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숙취해소 제품을 오랫동안 판매하던 회사는 (검증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숙취해소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는 객관적 자료를 기준으로 판매한다는 점에서 시장의 긍정적인 반응이 나타날 수 있을 것 같다"고 예측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 같은 가격이면 입증된 제품을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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