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화재 인수 실사 막고 있는 노조 압박…노조도 효력정지 가처분 추진
인수 지연 장기화 전망…청산 우려 확산
지난해 12월 16일 서울 중구 다동에 위치한 예금보험공사 본사 앞에서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손해보험업종본부 MG손해보험지부가 '전 직원 결사 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메리츠화재 우선협상 대상자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김태환 기자 |
[더팩트 | 김태환 기자] 메리츠화재의 MG손해보험 인수 실사를 저지하고 있는 MG손보 노조에 대해 예금보험공사가 업무방해 가처분 신청을 고려하면서 법정 싸움이 전망된다. 노조 역시 우선협상대상자로 메리츠화재가 선정된 것과 관련해 밀실 협상 의혹을 제기하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추진하는 등 매각이 더욱 지연되고, MG손보의 청산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예금보험공사가 MG손해보험 매각과 관련해 실사를 막고 있는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손해보험업종본부 MG손해보험지부에 대해 업무방해 가처분 신청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보의 법적 대응 고려는 MG손보 인수와 관련해 메리츠화재의 실사를 노조가 막고 있는데 따른 조치다. 지난해 12월 9일 MG손보 매각과 관련해 메리츠화재가 우선협상대상자가 된 이후, 지금까지 노조가 고용승계 등의 이유로 실사에 협조를 하고 있지 않은 상태다.
예보의 본격적인 가처분 신청 검토와 준비는 2~3개월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예보 관계자는 "통상 우선협상대상자 협상기간 2~3개월 두고 있으며 좀 더 길어질수도 있다"면서 "지금 협상 시도하고 있는 상태라 법적 대응까지 검토하고 시행할 단계는 아니지만, 이후에도 문제가 지속되면 (가처분 등)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MG손보 노조도 예보를 상대로 메리츠화재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 관련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메리츠화재가 MG손보 인수하려는 이유가 일부 우량자산만 편취하고, 공적자금을 지원받기 위한 목적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와 더불어, 예보가 메리츠화재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것과 관련해서도 일부 대기업에 이익을 몰아주려는 뜻이 내포돼 있다고 주장 중이다.
예보와 MG손보가 서로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할 경우 인수는 더욱 지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적으로 가처분 신청의 인용 여부는 2~4주 정도 소요된다. 이미 협상기간인 2~3개월이 지난 이후 양측의 가처분 신청이 진행되면 또 다시 1~2개월 가량 시일이 지체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MG손보의 매각이 이번에도 무산될 경우 청산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데 있다.
금융당국은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매각이 또 불발되면 대안이 점점 좁아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모든 선택지는 다 열어놓고 있지만, 청산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수를 통해 원만히 해결되면 좋은데 제3자 인수가 불가능하면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청산은 소비자한테 피해가 불가피하고, 시장에 충격도 있어 다른 대안이 있다면 우선적으로 대안을 검토할 테지만, 다른 방법이 하나도 없으면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일 MG손보가 실제 청산 절차를 밟게 되면 소비자 피해로도 이어질 수 있으며, 공적 자금 추가 투입이 불가피해진다.
보험회사가 청산되면 보험계약자는 예금자보호법상 5000만원까지 해약환급금을 보장받지만, 저축성 보험 등의 경우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다. 기업보험의 경우는 예금 보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법인계약자는 보험금을 전부 잃게 된다.
실제, 지난 2003년 파산한 리젠트화재의 경우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보험계약을 삼성화재, 현대해상 등 5개 손해보험사가 각각 나눠 가져갔지만, 추가 공적자금 투입과 더불어 계약 조건이 변경되는 등 보험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약 2300억원 가량의 공적 자금이 투입됐지만, 파산처리 등에 추가로 약 38억원의 비용이 추가로 들어갔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MG손보 인수가 지연될수록 결국 피해를 입는건 MG손보 기존 보험 계약자들이 될 수 있다"면서 "청산은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하고, 최대한 다른 보험회사가 인수하는 것이 피해를 줄일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kimthi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