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30곳 중 17곳 신용등급 하향 조정…NPL 설립 등 부실 자산 정리 확대
국내 3대 신평사(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들이 저축은행에 대한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조정하고 있다. /뉴시스 |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신용평가사들이 저축은행의 신용등급 전망을 줄줄이 하향 조정하고 있다. 부동산 침체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상품 포트폴리오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비중이 높아 리스크가 커지고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부실채권(NPL) 회사를 설립해 부실채권을 처리하는 등 건전성 강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1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등 국내 3대 신용평가사들이 지난해 신용등급을 내리거나 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한 곳은 총 30곳 중 17곳으로 집계됐다.
나이스신평의 경우 KB·키움·대신·고려·예가람·애큐온저축은행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하향 조정했다. KB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은 A, 키움·대신·고려저축은행은 A-, 예가람저축은행은 BBB+, 애큐온저축은행은 BBB 등이다. 이 중 OSB저축은행은 BBB 부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등급을 내렸다.
한국기업평가는 7곳의 등급·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모아저축은행을 BBB+안정적에서 BBB 안정적으로 내렸고, OK·웰컴·키움예스·바로저축은행은 BBB+부정적에서 BBB 안정적으로 조정했다. 실제 등급을 하향 조정한 저축은행은 JT저축은행과 NH저축은행이다. JT저축은행은 BBB-안정적에서 BBB-부정적으로 내렸으며 NH저축은행은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신용평가는 JT친애저축은행의 전망을 BBB안정적에서 BBB부정적으로 내렸고, KB·BNK저축은행도 신용등급 전망을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내렸다.
신평사들의 저축은행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은 부동산PF에 대한 부담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2025년 전망 보고서에서 "타 업권(은행, 보험) 대비 저축은행 업권의 PF사업장 내 '유의 및 부실우려' 비중이 높아, 매각 과정에서 매각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며 "저축은행 PF사업장의 열위한 질적 특성을 고려할 때, 기존 '양호 및 보통'으로 평가됐던 대출 중 일부가 '유의' 혹은 '부실우려'로 재평가되면서 매각 대상 사업장이 더욱 증가하고, 대손비용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최근 신동아건설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는 등 올해도 부동산 경기가 침체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직·간접적인 부담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제2금융권의 신동아건설 관련 익스포저(노출액)는 총 1202억원으로 증권 53억원, 캐피탈 573억원, 저축은행 43억원, 부동산신탁 533억원으로 구성돼 저축은행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건설 업황이 추가로 나빠지고 금융권 실적을 압박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금융업권별 건설·부동산업 기업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비은행권 건설·부동산업 대출 연체율은 각 8.94%, 6.85%로,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연체 기간이 3개월 이상인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의 경우도 건설·부동산 업종이 각 24.0%, 20.38%에 육박했다.
저축은행업계는 재정건전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올해 상반기 내로 부실채권(NPL) 회사 설립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자본금은 향후 1000억원까지 늘려 총 1조원 규모의 NPL을 매각하겠다는 방침이다. 자본금은 대행 저축은행들이 출자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 회장은 신년사에서 NPL설립과 더불어 경공매와 공동매각을 지원하는 등 부동산 PF와 가계대출의 안정적인 관리를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NPL사 설립은 결국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투자사 설립까지 시일이 걸릴만큼, 개별 저축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부실채권을 정리하는 노력이 수반돼야 할 것"이라며 "저축은행 업계가 지난 2022년 하반기 부동산시장 침체 이후 부동산 PF 신규취급을 중단하면서 (부동산 PF) 비중이 점진적으로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kimthi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