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오는 23일 지난해 4분기·연간 실적 발표
영업익 추정치 8조원대…연간으로 삼성 반도체 추월 전망
SK하이닉스가 오는 23일 오전 지난해 4분기 경영 실적을 발표한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SK하이닉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에 대한 업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또 한 번 분기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연간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실적을 뛰어넘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반도체 업황이 둔화했음에도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거둔 호실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14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오는 23일 오전 지난해 4분기 경영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삼성전자가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6조5000억원(잠정치)의 영업이익을 거뒀다고 발표하면서 경쟁사인 SK하이닉스의 성적표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에서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은 3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당초 SK하이닉스의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8조5000억원 수준이었다. 이후 차츰 하향 조정됐지만, 여전히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가 추정치 평균)가 8조원을 넘기고 있다. 이에 부합할 경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것이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분기에도 역대 최대 실적인 영업이익 7조300억원을 올린 바 있다. 업황 회복으로 5분기 만에 영업적자의 늪에서 탈출한 2023년 4분기 영업이익(3460억원)과는 비교할 수 없는 호실적이다.
삼성전자 전사 영업이익을 추월하는 수치이기도 하다. 이에 전체 상장사 4분기 영업이익 1위도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연간 실적을 따진다면, 삼성전자 DS 부문을 뛰어넘는다. 지난해 1~3분기 DS 누적 영업이익은 약 12조2200억원인데, 4분기를 더해도 15조원에 그친다. 반면 SK하이닉스는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15조3845억원을 달성했다. 4분기에 크게 미끄러지지만 않으면 된다.
연간 매출도 2023년(32조7657억원)과 비교해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은 3분기 17조5731억원을 뛰어넘어 20조원 정도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HBM을 앞세워 호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SK하이닉스 |
특히 SK하이닉스의 실적은 업황을 뚫고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범용 메모리가 SK하이닉스의 전체 매출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해 가격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 우려가 없지 않았으나,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통해 실적을 방어한 것으로 관측된다. 3분기 전체 D램 매출의 30%였던 HBM 매출 비중이 4분기에는 더욱 늘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HBM3E(5세대 제품) 출하 확대 효과로 D램에서 차지하는 HBM 매출 비중이 3분기 30%에서 4분기 40%를 웃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지난해 4분기 제품 가격 하락 지속에도 HBM 등 고부가 제품 중심의 믹스 제고에 따른 경기 방어력을 증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HBM 경쟁력을 통해 앞으로도 호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경쟁사의 진입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술 리더십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폐막한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5'에서 지난해 11월 개발을 공식화한 5세대 HBM(HBM3E) 16단 제품을 선보였다. 6세대 HBM4 제품은 올해 하반기 양산한다는 목표다.
'CES 2025'에 참석한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시장 우위와 관련한 긍정적인 메시지를 냈다. 그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만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SK하이닉스 개발 속도는 엔비디아 요구를 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도 글로벌 인공지능(AI) 메모리 시장을 주도하며 사업 안정성·수익성을 동시에 확보, 장기 성장을 도모한다는 계산이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신년사에서 "모든 면에서 지난해를 넘어서는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해야 할 때"라며 "재무적 성과만이 아니라 끊임없는 혁신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본연의 역량을 올려 일류 회사로 발돋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ock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