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독감 치료제 확보했지만, 수급에 일시적 문제 발생"
13일 오전 10시 서울 강서구의 한 내과 대기실에 마스크를 착용한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김해인 기자 |
[더팩트 | 김해인 기자] 최근 독감 환자가 급증하면서 서울 시내 곳곳의 병원과 약국이 치료제 수급난을 겪고 있다. '독감약 품절대란'에 이어 '수액 웨이팅'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13일 오전 10시쯤 <더팩트> 취재진이 찾은 서울 강서구의 한 내과는 마스크를 쓰고 있는 환자들로 대기석이 가득 차있었다. 병원 측은 작은 스툴 의자 서너개를 새로 꺼내뒀다.
데스크에 대기 시간을 묻자 내과 관계자는 "지금 보시는 것처럼 대기 인원이 많다"며 "수액을 맞으려면 30~40분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안내했다. 다른 환자에게는 "한참 기다리셔야 하니까 다른 볼 일 먼저 보고 오셔도 된다"고 말했다.
근처의 다른 이비인후과도 상황은 비슷했다. 전광판에는 대기자 명단이 빼곡히 차있었다. 엄마 손을 잡고 대기 중인 어린이도 있었다. 콜록거리는 기침소리가 잇달아 들려왔다.
이비인후과 관계자는 "옆에 앉아 계신 분들이 다 수액 대기줄이다"며 "진료 먼저 받아야 수액을 맞을 수 있으니 일단 기다려보셔야 한다"고 설명했다.
같은 건물의 약국도 약을 받으러 온 환자들로 가득했다. 앉을 자리가 없어 서서 기다리는 이들도 있었다. 약사에게 '독감약을 받을 수 있냐'고 묻자 "의사 처방을 받아오면 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13일 오전 서울 강서구의 한 이비인후과에서 환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김해인 기자 |
서울 곳곳의 병원과 약국도 이처럼 독감 환자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독감으로 지난주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병원을 찾았다는 A(28) 씨는 "당시 (대기 중인) 사람이 20명 이상 있어서 자리가 거의 꽉 차 있을 정도였다"며 "수액 맞으려면 좀 기다려야 돼서 병원에서 약 먼저 받아오라고 추천했다"고 회상했다.
일부 약국에서는 치료제 품귀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대체제로 한미플루, 유한엔플루, 타미비어 등 치료제 판매도 급증하고 있다. 서울 강동구의 한 약국에서 실습 중인 약대생 B(25) 씨는 "독감 환자들이 엄청 많이 온다. 타미플루는 품절대란"이라며 "대신 타미비어를 쓰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제약사들도 독감 치료제 공급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타미플루의 국내 유통을 담당하는 HK이노엔 관계자는 "물량은 충분히 확보가 돼 있긴 한데 독감 유행으로 갑자기 수요가 급증하면서 약국에 수급되는데 일시적으로 문제가 있었다"며 "근데 제품 자체가 품절된 건 아니어서 빠른 시일 내에 원활하게 수급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제약회사 관계자도 "많은 제약사들도 독감 의약품 수요가 많아져서 대응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한다"며 "저희 회사도 종합감기약 등의 판매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도 "독감 치료제 매출이 확연하게 상승하고 있다"며 "독감이 유행한 게 한달 남짓이라 집계는 안 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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