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인도'·현대제철 '미국' 제철소 추진·검토
동국제강, 아주스틸 인수 완료…내실 다지기
포스코그룹과 JSW그룹 최고 경영진이 지난해 10월 MOU 체결 직후 인도 뭄바이에 소재한 JSW그룹 본사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포스코그룹 |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중국 저가 제품 공세로 국내 철강업계가 장기간 불황에 빠진 상황에서 '빅3(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이 올해 실적 개선을 위해 시동을 걸고 있다. 중국발 공급과잉 문제 해결, 투자 전략 등 업체별 대응 방식은 제각각이나, 불황 극복 의지는 같은 모양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오는 3월 현대제철이 지난해 7월 중국산 후판을 대상으로 신청한 반덤핑 조사 관련 예비조사 결과를 내놓을 전망이다. 현대제철 신청으로 산업부는 지난 10월부터 조사를 벌이고 있다.
현대제철은 후판에 이어 열연강판을 대상으로 하는 반덤핑 제소도 나섰다. 대상은 중국산뿐만 아니라 일본산도 포함돼 있다. 현재 중국과 일본산 제품이 국내산보다 최대 30%가량 저렴해 한국 업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 상황이다.
품질면에서 다른 국가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은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은 지난해 조선업계 호황으로 실적 개선을 기대했으나, 4분기 실적도 기대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끊임없는 중국 저가 제품 공세로 사실상 철강 시장에서 힘을 못 쓰는 상황이다.
중국 저가 제품 공세에 총대를 멘 것은 현대제철이다. 산업부 조사도 현대제철 신청으로 진행되고 있다. 국내를 대표하는 철강기업 포스코가 반덤핑 조사에 적극적이지 않은 배경은 중국 업체와의 관계 등이 꼽힌다. 포스코그룹 여러 계열사는 중국 업체와 손잡으며 합작사를 만든 상태다.
반면 현대제철이 포스코보다 적극적인 배경은 현대차그룹이라는 뒷배경이 있어서라는 의견도 있다. 현대차와 기아 등을 통해 안정적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현대제철이 자신감 있게 반덤핑 조사 요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다만 업계 전반적으로 현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은 철강업계뿐만 아니라 산업계 전반을 흔드는 외부 요인이다. 보호무역주의 확대 분위기 속에서 신사업 투자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 속 각 업체 대응 전략도 상이하다. '탈중국'이라는 공통 기조 속 투자 방향이 다른 모양새다.
현대제철은 미국에 대형 제철소를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실화하면 미국 현지에 최대 10조원 투자가 진행될 것이라는 계산이 있다. /더팩트 DB |
포스코는 중국 장가항포항불수강 제철소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장가항포항불수강은 1997년 설립됐다. 포스코그룹 지주사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차이나가 지분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공급 과잉으로 매각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포스코는 중국과 멀어지는 사이 인도와 가까워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인도 1위 철강사 JSW그룹과 철강, 이차전지소재, 에너지 분야 사업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포스코는 인도에 일관제철소를 합작 건설한다. 연산 500만톤 규모로 추진한다. 일관제철소는 고로에서 철광석·유연탄을 녹여 쇳물을 만들고 철강재를 생산하는 제선, 제강, 압연 공정을 할 수 있는 종합제철소다.
철강 분야뿐만 아니라 그룹 쌍두마차 사업인 이차전지소재 사업에도 협력한다는 입장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해 3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인도 JSW그룹과 이차전지 분야에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관련 협력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미국에 대형 제철소 건립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트럼프 대통령 재선 성공 이전부터 해외 사업장 설립을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2기 출범으로 무역장벽이 두터워지면서 현대차·기아가 북미 현지 생산에 집중하는 점도 검토 요인으로 꼽힌다.
현대제철이 미국에 제철소를 짓게 되면 최대 10조원의 투자가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다만 현대제철은 자금 조달 등 변수가 있는 만큼 신중하게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현대제철은 지난 8일 공시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했다.
동국제강그룹은 내실을 다지는데 집중하는 모양새다. 지난 2023년 동국홀딩스를 중심으로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동국제강그룹은 동국제강과 동국씨엠을 중심으로 내실을 다지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동국씨엠은 아주스틸 인수를 완료하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이와 별개로 업황 부진으로 주가가 하락한 상황을 동국홀딩스가 동국제강과 동국씨엠 지분을 확보하는 등 지배력 강화 기회로 삼은 모양새다. 주주가치 제고라는 명분 속 그룹 안정화를 노린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bell@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