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지난해 8월 '새로운 임대주택 공급방안' 발표
기업 참여 유도 핵심…출자금 유동화 조건 마련 등 당근책 내놔야
정부는 지난해 8월 전세사기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새로운 장기민간임대주택 모델을 제시했다. /뉴시스 |
[더팩트|이중삼 기자] 정부가 전세사기 여파로 불신이 커진 전세시장에 안정화를 꾀하기 위해 새로운 유형의 장기민간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과도한 물량 목표에서 벗어나 성공 사업 모델부터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대책은 기업 참여가 저조하면 성공할 수 없어서다. 임대기간만 20년으로 묶여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수익을 올리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 특히 박근혜 정부 시절 추진한 기업형 장기임대주택 '뉴스테이'가 실패했던 사례가 있는 만큼, 참여를 꺼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참여를 이끌기 위해서는 다양한 출자금 유동화 조건을 모색해주는 한편, 세제 혜택도 더 부여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국토교통부(국토부)는 지난해 8월 '서민·중산층·미래세대 주거안정을 위한 새로운 임대주택 공급방안'을 발표했다. 임대차 시장 부작용을 줄이고, 기업의 임대시장 참여를 활성화하는 것이 골자다. 전세사기를 막기 위한 목적이 크다. 오는 2035년까지 10만가구 이상을 선보이겠다는 것이 목표다.
당시 국토부 관계자는 "민간임대시장의 영세화로 인해 장기간 안정적으로 거주가능한 양질의 임대주택 공급이 부족하다. 시장 상황에 따른 높은 재고 변동성은 전세가격 상승 등 임대차시장 불안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며 "임차인들이 원하는 곳에서 적정수준의 주거비용으로 장기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임대주택 공급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기업형 민간임대주택은 리츠 등 법인이 대규모(단지별 100가구 이상)로 장기간(20년 이상) 운영하는 새로운 민간임대주택 사업모델이다. 자율형·준자율형·지원형 총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유형별로 규제와 인센티브를 차등 적용한다.
자율형은 규제·지원을 최소화한다.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상 임대료 규제를 모두 폐지하고, 지원도 중과세 배제 등 최소한도로 적용한다. 준자율형은 계약갱신청구권과 5% 상한을 적용, 기금융자·지방세감면 등 혜택이 추가된다. 지원형은 초기임대료까지 제한(시세 95%)하는 대신 기금출자 등 공적지원을 확대한다.
전문가들은 기업형 장기민간임대주택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장기투자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출자금 융동화 조건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뉴시스 |
◆ 박근혜 정부 시절 도입된 '뉴스테이' 확장판 격
기업형 장기민간임대주택은 이번에 처음 나온 대책이 아니다.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도입된 뉴스테이의 확장판 격이다. 당시 정부는 임대료 관련 모든 규제를 풀어주는 대신 8년간 의무임대기간을 둔 뉴스테이를 선보였다. 그러나 높은 임대료 등 여러 문제로 실패로 돌아갔다.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는 뉴스테이의 명칭을 '공공지원 민간임대'로 변경했다. 의무임대기간도 10년으로 늘렸다. 초기임대료를 시세의 95%로 제한하고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해야 한다는 조건도 넣었다. 이 역시 집값 급등기가 오면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에 대한 기업의 관심이 식자 흐지부지됐다. 이번 정부는 임대기간을 아예 20년으로 늘린 다양한 유형의 임대주택 모델을 내놓았다.
대책이 나온 뒤 일부 시민단체는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참여연대는 '서민 주거 안정에 역행한 뉴스테이를 되풀이할 셈인가' 논평에서 "시장에서 의무임대기간 20년을 지킬 임대사업자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특히 준자율형은 초기임대료 제한이 없어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 원하는 대로 임대료를 받는 임대사업자에게 저리 기금융자와 지방세 감면 혜택을 제공할 이유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공공지원 민간임대보다 더 후퇴한 뉴스테이 정책을 다시 꺼내들고 나온 정부를 규탄한다"며 "임대주택 등록을 의무화하고, 지자체의 관리·감독도 강화하는 등 종합적인 제도 개선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제시한 기업형 장기민간임대주택 모델은 기업 참여가 저조하면 성공할 수 없는 모델이다. /더팩트 DB |
◆ 건산연, "시장에 맞는 모델로 다듬어 나가야"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도 해당 모델에 대해 쉽지 않은 사업 유형이라고 평가했다.
건산연은 지난달 발표한 '뉴스테이와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의 경험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지나친 물량 목표에서 벗어나 성공 사업 모델을 만들고 운영하기 위한 방식으로 목표를 전환해야 한다"며 "사업 안착 기간이 길어지는 단점은 있지만, 안착 이후에는 시장 확산이라는 파급력을 가질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대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내놓은 정책에 더해 추가적인 지원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보고서는 "장기투자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출자금 유동화 조건을 모색해야 한다"며 "사업지를 발굴하고 운영 방식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시장에 맞는 모델로 다듬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임대주택에 대한 취득세와 종합부동산세의 정상화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해 사업 활성화도 도모해야 한다"며 "취득세는 법인의 중과세율 정상화, 감면대상 가액(수도권 9억원) 상향 조정, 감면대상에 오피스텔 포함 등이 필요하다. 종합부동산세 배제의 경우 매입형(수도권 6억원)·건설형(수도권 9억원)을 동일하게 하고, 감면대상 가액 상향을 검토해야 한다"고 전했다.
덧붙여 "이와 함께 인허가부터 착공까지 통상 1년여의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이를 단축시킬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하다"며 "청산 시점에서 계약갱신청구권 처리와 관련한 사항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주거환경학회가 발행한 '기업형 임대주택사업의 활성화 방안에 관한 연구' 논문에서도 "기업형 임대주택사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정부가 각종 지원정책에 대한 보완에 나서야 한다"라며 "사업 여건에서 체감하는 위험성과 불안정성에 대한 여러 위험 요인들에 대해 보다 현실적으로 완충될 수 있는 정책적 지원과 민간 사업자들에게 수익성과 안정성을 제고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