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준·박상규·김유신·이유진 불참
높은 비용 대비 실익 저조
'경제 올림픽'이라 불리는 스위스 다보스 포럼(세계경제포럼·WEF)에 정유·석화업계에서는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을 제외한 대다수의 수장들이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학철 한국화학산업협회 회장이 8일 오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장혜승 기자 |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경제 올림픽'이라 불리는 스위스 다보스 포럼(세계경제포럼·WEF)에 정유·석화업계에서는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을 제외한 대다수의 수장들이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비용 대비 저조한 편익이 원인으로 제시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신 부회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정유·석화업계 수장들이 이달 20~24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다보스포럼에 불참한다.
신 부회장은 지난해 6월 한국 기업인 최초로 하계 다보스포럼을 이끄는 공동의장에 선정됐다. 2023년부터 다보스포럼 산하 화학·첨단소재 산업 협의체 의장직을 맡아왔다. 매년 다보스포럼에도 얼굴을 비춘 바 있다.
반면 올해 다보스포럼은 정유·석화업계 수장들이 대거 불참한다.
송명준 HD현대오일뱅크 사장과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 김유신 OCI 사장, 이유진 여천NCC 사장 등 국내 주요 정유·석화기업 경영인들이 올해 포럼에 참석하지 않는다.
이처럼 참석률이 저조한 데에는 비용 대비 효과가 저조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다보스포럼 참가에는 높은 비용이 들지만 실질적인 성과를 얻기 어렵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어서다.
기업인들의 참가 비용은 연회비로 7만달러(약 8675만원)가 넘는다. 숙박료와 교통비는 별도다. 스키 휴양지인 다보스는 다보스포럼 기간이 되면 호텔 방 1개의 1박 비용이 수천유로(수백만원)에 달할 정도로 고물가로 악명이 높다. 이런저런 비용을 합치면 억 단위의 비용이 들어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올해 비용은 더 올랐다. 포럼 공식참가자인 기업 총수의 수행원들에게 주어지는 2등급 배지의 발급 비용이 100스위스프랑(약 15만8000원)에서 1000스위스프랑(약 158만원)으로 10배 가량 올랐다. '부자들의 잔치'라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2024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한 한덕수 국무총리가 2024년 1월 16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 'AI: 위대한 이퀄라이저' 세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총리실 |
실제로 이유진 여천NCC 사장은 8일 오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화학산업협회 신년인사회에서 다보스포럼 참석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안 간다. 1억원씩 주고 어떻게 가느냐"고 답하기도 했다.
정제마진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아 험난한 새해를 맞은 정유업계와 중국발 공급과잉이 불러온 실적 부진에 시달려온 석유화학업계 입장에서는 이같은 비용이 더욱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처럼 거액을 들여서 가는 데 비해 얻는 실익은 적다. 다보스 포럼은 민간 행사이고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 포럼도 아니지만 미국, 중국 등 세계 주요국 정상들과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 경제 석학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왔다. 정부에게는 다자·양자 외교 무대이고, 기업에게는 세일즈 현장이라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점차 미국, 중국 등 주요국 정상들의 참석률이 낮아지고 있다. 당장 2023년만 해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은 불참을 선언했다. 지난해 다보스포럼에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기업인들 입장에서는 고위급 네트워킹의 기회가 줄어든다는 뜻이다.
위상 변화도 한몫했다. 글로벌 정세 불안과 함께 보호무역주의가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보스포럼의 명성이 후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다보스포럼이 추구해온 '세계화'라는 의제가 점차 약화하면서 공개적으로 보이콧을 선언하는 이들도 늘어났다.
한편 올해로 55회째를 맞는 이번 다보스포럼은 이달 20~24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다. 이번 연차총회의 주제는 '지능시대를 위한 협력'이다.
zzang@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