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자산 매각으로 기업 경쟁력 훼손 우려
국가 기술 유출과 지역 경제 위축, 제도적 대응 필요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가 넉 달째 이어지는 가운데 사모펀드의 적대적 M&A가 국가 기간산업과 기업 경영권뿐만 아니라 노동시장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우려가 국회 토론회에서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 심사 강화, 노동자 보호, 공적 연기금의 역할 확대 등 제도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사모펀드의 적대적 M&A,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는 김태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려아연을 둘러싼 사모펀드의 적대적 M&A 시도는 지역 경제뿐 아니라 국가 경제 전반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사모펀드가 투자한 기업에서 최대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기술 유출은 물론 노동자의 생존권과 지역 경제의 안정성은 무시돼 왔다"고 덧붙였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는 이날 "고려아연은 국가 기간산업의 핵심을 이루는 기업"이라며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경영권 개입 시도는 기술 유출과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국가 안보 차원에서 철저한 사전 심사와 보호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혜진 법무법인 여는 변호사도 "사모펀드는 단기 수익 극대화를 위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노동시장 불안정을 초래한다"며 "고려아연과 같은 사례에서 노동자 고용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법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인수와 경영권 변동 과정에서 노동자의 정보 접근권과 의견 제시권을 강화하고 정리해고 요건을 갖춰 고용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준선 성균관대 로스쿨 명예교수는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 연기금이 경영권 방어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기업의 장기적 성장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연금법에 고용과 노동 조건을 투자 고려 요소로 추가해 연기금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등에서 운영 중인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와 같은 체계를 한국에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고려아연 사례가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기간산업과 경제 주권을 지키기 위한 정책적 변화의 필요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며 "법적·제도적 개선을 통해 기업과 국가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해 9월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을 대상으로 적대적 M&A를 시작하면서 정치권에서는 사모펀드의 투기적 행태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MBK파트너스가 투자한 기업에서 노동자 해고, 과도한 배당, 자산 매각 등의 약탈적 행태가 지적되며 논란이 가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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