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영업익 6.5조원
시장 기대 7조원대 밑돌아
올해 전망 엇갈려…"HBM 속도 내야"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매출 75조원, 영업이익 6조5000억원을 기록했다고 8일 공시했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2023년 4분기와 비교해 증가했으나, 시장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2개 분기 연속 실망감을 안긴 셈이다. 주력인 반도체에서 지난해 3분기에 이어 영업이익이 3조원대에 머무른 것으로 관측된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는 게 향후 실적 회복의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지난해 4분기 6조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8일 밝혔다. 이는 2023년 4분기 대비 130.5%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매출은 10.65% 오른 75조원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1년 전과 비교해 실적이 개선됐지만, 시장 기대치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7조원대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결과적으로 낮아진 시장 눈높이도 충족시키지 못한 것이다. 지난해 3분기 실적 발표 후 10조원 안팎까지 예상됐던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최근까지 지속해서 하향 조정됐다.
비슷한 평가를 받았던 지난해 3분기보다도 줄어든 수치다. 전분기 대비 매출은 5.18%, 영업이익은 29.19% 감소했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2개 분기 연속 주춤한 이유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실적이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앞서 메모리 가격 하락, 파운드리 사업 가동률 하락, HBM 공급 지연 등이 증권사 전망치 하향 조정의 주된 이유였다. 이날 사업부별 구체적인 실적이 공개되지 않았으나, DS부문이 지난해 3분기와 비슷한 3조원대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한다.
삼성전자는 4분기 잠정 실적에 대해 "메모리 사업은 PC·모바일 중심 컨벤셔널(일반) 제품 수요 약세 속 고용량 제품 판매 확대로 4분기 메모리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면서도 "미래 기술 리더십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비 증가 및 선단 공정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한 초기 램프업 비용 증가 영향으로 실적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은 지난해 4분기 3조원대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은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더팩트 DB |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가 포함된 비메모리 사업의 부진과 IT 수요 둔화 장기화도 지난해 4분기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는 "비메모리 사업은 주요 응용처 수요 부진 속에서 가동률 하락 및 연구개발비가 증가했다"며 "디바이스경험(DX)부문의 경우 모바일 신제품 출시 효과가 줄어들고, 업체 간 경쟁 심화로 실적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연간 실적은 매출 300조800억원, 영업이익 32조73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 대비 각각 15.9%, 398.2% 증가했다. 매출 기준으로는 역대 최고치였던 2022년 302조2300억원 이후 두 번째로 높다.
문제는 올해 전망도 그다지 밝지 않다는 점이다. 반도체와 관련해 출혈이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과 침체기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동시에 제기되는 가운데, "당분간 어렵다"는 공감대는 유지되고 있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재고 조정은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강력한 반등의 트리거가 아직은 보이지 않는 것은 사실이나 회사의 전략은 확실히 위기에 대응하는 자세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에도 전분기 대비 영업이익 감소가 예상된다"며 "이를 지나면 D램과 파운드리가 전사 실적 반등을 이끌어가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실적 회복을 위해 'HBM 전환'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고부가제품인 HBM의 매출 비중이 적어 범용 메모리 가격 하락에 더 취약하다. 일단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냈다. 그는 이날 'CES' 현장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삼성전자 HBM과 관련해 "현재 테스트 중이며, 성공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상반기 스마트폰 신제품의 성공도 절실하다. 삼성전자는 오는 22일 갤럭시 언팩을 열고 '갤럭시S25' 시리즈를 공개할 예정이다. 전날 삼성전자가 발송한 언팩 초대장을 살펴보면, 신제품은 기존 일반·플러스·울트라 모델에 '슬림' 모델이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rock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