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후 최대 악재
'캐시카우' 제주항공 타격, 불매운동으로 그룹 이미지도 추락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 등 경영진이 지난달 29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유가족들에게 사과하고 있다. /뉴시스 |
[더팩트 | 문은혜 기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애경그룹이 흔들리고 있다. 창립 이래 최대 위기라 불렸던 지난 2019년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후 또 한 번의 악재가 터진 것이다.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해온 제주항공은 이번 사태로 타격이 불가피해졌고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애경 불매운동 분위기까지 번지는 상황이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 최대주주인 애경그룹은 지난달 29일 발생한 여객기 참사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애경그룹은 사고 직후 약 11시간 만에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 명의의 공개 사과문을 내고 무한공항에 지원 인력을 급파하는 등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이번 사고가 탑승객 181명 중 179명이 사망한 대형급 참사인 만큼 수습은 쉽지 않은 분위기다.
특히 사고가 발생한 제주항공은 직접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참사 발생일인 지난달 29일부터 이튿날 오후 1시까지 제주상공에서 발생한 취소건은 무려 6만8000여건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항공권 취소로 대규모 환불이 진행되면 제주항공의 현금 유출 부담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제주항공의 유동성 문제도 제기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제주항공 측은 "항공권 취소가 예전보다 많은 건 사실이나 일부 신규 예약도 있어 안전 등에 대한 투자에도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그간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해온 제주항공이 이번 참사로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해지면서 이 위기가 애경그룹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지난 2019년 터진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후 그룹에 닥친 최대 악재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룹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며 "제주항공 참사가 애경그룹에 미칠 악영향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틀째를 맞은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애경그룹 본사 애경타워에서 관계자들이 이동을 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
실제로 이번 참사 이후 애경그룹 책임론이 커지면서 계열사 주가는 급락했고 일각에서는 애경 브랜드 불매운동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참사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 제주항공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무려 8.65% 급락했고 모회사인 AK홀딩스는 더 큰 폭인 12.12% 떨어졌다. 계열사 애경산업과 애경케미칼도 각각 4.76%, 3.80% 하락했다. 사고 발생 닷새 째인 지금까지도 애경 계열사들의 주가 약세는 이어지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애경 계열 브랜드와 제품 목록이 적힌 글이 급속히 퍼졌다. 제주항공 최대주주가 애경그룹인 만큼 애경 브랜드를 불매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어난 것이다. 한 소비자는 "애경 제품 불매까지 동참할 생각은 없지만 안타까운 참사가 일어난 만큼 애경그룹의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애경그룹은 참사 당일 공식 사과문을 발표한 이후 그룹 차원의 메시지는 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대신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과 고준 AK홀딩스 대표,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 등 경영진이 무안공항 현장에 직접 내려가 사태를 수습하고 있다. 또한 그간 유튜브로 대중과 소통해온 오너 3세 채문선 탈리다쿰 대표는 참사 발생 이후 채널을 닫았다. 채 대표는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손녀이자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의 장녀다.
애경그룹 관계자는 "신속하게 사고를 수습하고 필요한 조치가 이뤄지도록 그룹 차원에서 총력을 다하고 있다"며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상응하는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