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 통해 내년도 경영 방향성 공유
리스크 대응 방안으로 '변화·혁신' 제시
최근 재계 리더들이 신년사를 통해 리스크 대응 차원의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재계 리더들이 내년도 기업 활동의 핵심 키워드로 '비약적 변화'를 제시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속 탄핵 정국과 트럼프 2기 출범 등 국내외 변수가 더해지며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클 것으로 예상되면서 예년보다 더 강도 높게 변화 당부 목소리를 내고 있다.
31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경영 방향성을 미리 공유, 새해를 차분히 준비한다는 의미로 연말에 신년사를 전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최근 신년사를 담은 디지털 영상을 통해 내년도 경영 방향성을 구체화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도전적 목표 수립과 끊임없는 변화를 강조한 것이다. 업황 부진에도 견조한 실적을 기록하며 '한 해 농사를 잘 지었다'라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기존 방식에서 벗어난 임직원들의 새로운 마음가짐을 당부한 셈이다. 구광모 회장은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전에 없던 가치를 만든 많은 순간이 쌓여 지금의 LG가 되었듯 우리가 앞으로 가야 할 길도 분명하다"며 "도전과 변화의 DNA로 기대를 뛰어넘는 가치를 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의 회장도 지난 29일 과감한 변화 노력을 주문했다. 그는 "푸른뱀의 해인 2025년은 뱀이 허물을 벗고 새롭게 태어나듯 한국 경제가 다시 태어나야 하는 한 해"라며 "옛것을 뜯어고치고 새로운 것으로 바꾸는 혁고정신(革故鼎新)의 결단이 요구된다. 과감한 혁신을 통해 미래 성장을 위한 토대를 다져야 할 때"라고 밝혔다.
뒤이어 신년사를 내놓은 다른 경제단체장들도 입을 모아 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류진 한경협 회장은 "기업가 정신을 성장 동력으로 삼고자 한다. 기업가 정신의 요체는 불굴의 도전과 과감한 혁신"이라고 말했고, 윤진식 무협 회장은 "2025년은 지혜와 변화를 상징하는 푸른뱀의 해다. 묵은 허물을 벗고 새롭게 태어나는 뱀처럼, 우리 모두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으로 슬기롭게 성장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기업 환경의 변화가 절실하다며 구체적인 방안으로 경제 전반의 낡은 법·제도 개선, 근로시간제·임금체계 개편 등을 요청했다.
1월 3일 열리는 경제계 신년인사회 참석자들은 변화와 성장 의지를 다질 예정이다. 사진은 올해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의 회장. /뉴시스 |
이처럼 재계 리더들이 일제히 비약적 변화 노력을 강조하는 것은 대내외 불안 요인들로 인해 내년도 경영 환경이 더욱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서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트럼프 정부 2기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은 상수로 자리 잡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배터리 등 주요 산업 분야에서의 글로벌 경쟁 또한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여기에 탄핵 정국으로 불거진 정치적 혼란은 기업들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리스크를 최소화할 방법으로 '선제적 변화'를 제시하는 것이다. 아직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은 총수들도 추후 위기에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하는 자세를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이달 초 한종희·전영현 부회장 공동명의 창립기념사를 통해 이미 변화와 쇄신에 초점을 맞췄다. 한종희·전영현 부회장은 "변화 없이는 아무런 혁신도, 성장도 만들 수 없다. 고객에게 더 나은 경험과 편리한 삶을 제공할 수 있도록 세상에 없는 기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미래 차별화 경쟁력의 원천으로 만들자"고 주문했다. 이와 함께 올해 신년사에서 '변화'라는 단어를 11차례나 언급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내년도 신년사에서도 '끊임없는 변화를 통한 꾸준한 발전'을 당부할 가능성이 크다. 또 최근 위기설에 휩싸이며 비상 경영을 선언한 롯데그룹의 신동빈 회장도 앞선 사장단 회의 때와 마찬가지로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1월 3일 주요 기업인이 한자리에 모이는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도 냉정한 경제 전망과 함께 변화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형성될 것으로 관측된다. 당초 경제계 신년인사회는 새해 덕담을 나누는 성격이 강했으나, 이번에는 변화와 성장 의지를 다지는 엄중한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경제 불확실성을 함께 헤쳐나가는 의미로 재계 리더들이 다른 해보다 더 큰 참석 의지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경제계 신년인사회는 애도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다. 제주항공 참사로 인한 국가 애도 기간(1월 4일까지)이 정해짐에 따라 별도 애도 시간을 갖는 등 예정보다 더 차분하게 행사가 치러질 예정이다.
rock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