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30곳 부도, 대형사 7곳은 CEO 물갈이
원가율 오르고 자금줄 말라 '한파' 지속
고환율에 국내외 정세 불안 등 불확실성 ↑
31일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부도 건설사는 총 30곳이다. 이는 지난해 21곳보다 크게 증가한 수치다. /더팩트 DB |
[더팩트|황준익 기자] 올 한 해 국내 건설사들은 고금리와 공사비 급등, 건설 경기 악화 등으로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미분양 적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 따라 자금줄이 마르면서 부도난 건설사들도 늘었다. 또 환율 변동, 탄핵 정국 등 대내외 변수로 불안에 떨었다. 이는 대형 건설사들의 수장 교체 카드를 통한 인적 쇄신으로도 이어졌다. 그나마 도시정비사업은 회복세를 보였지만 원가 상승 요인으로 활짝 웃지는 못했다.
31일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부도 건설사는 총 30곳이다. 이는 지난해 21곳보다 크게 증가한 수치다.
부도 건설사 수는 2021년 12곳, 2022년 14곳, 지난해 21곳 등 4년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2020년 이후로 부도 건설사는 올해가 가장 많다. 특히 서울(1곳), 경기(4곳)를 제외하면 모두 지방에서 나왔다.
상대적으로 자금력과 경쟁력이 약한 지방 건설사부터 타격을 받는 것이다. 지난 3일 전북 익산에 본사를 둔 종합건설사 제일건설이 부도 처리됐다. 1988년 건설된 제일건설은 익산을 중심으로 전북지역에서 '제일아파트', '오투그란데'로 이름을 알렸다. 지난해 매출액이 1743억원, 2022년은 2156억원인 전북 시공능력평가 4위의 중견업체지만 미분양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지난달에는 올해 시공능력평가액 기준 105위, 부산 지역 7위인 신태양건설도 부도를 맞았다. 지난해 기준 매출액은 2404억원을 기록했다. 두 회사 모두 미분양이 늘고 공사 실적이 줄면서 PF 대출을 제때 갚지 못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시공사의 경우 PF 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지방에는 미분양, 공사 지연 및 중단 등의 문제로 이자만 늘어가고 있는 건설사들이 많다"고 말했다.
건설 경기 악화로 대형 건설사들도 실적 부진을 피하지 못했다. 올해 10대 건설사 중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한 곳이 7곳에 달할 정도로 쇄신 의지가 강했던 이유다. 삼성물산, 롯데건설, GS건설을 제외하고 7곳(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포스코이앤씨, DL이앤씨, SK에코플랜트, HDC현대산업개발, 대우건설)이 CEO를 교체했다.
대부분 '재무통'으로 꼽히는 대표를 앉혔다. 높아진 건설원가 탓에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자 기업의 살림꾼 역할을 하는 재무 전문가를 통해 수익성 확보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재무 전문가를 CEO로 선임한 건 부채비율 등 재무건전성 확보와 수익성 개선이 건설업계의 주요 화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10대 건설사(삼성물산 제외)의 평균 매출 원가율은 92.85%로 집계됐다.
원가율은 매출에서 원자재가, 인건비 등 공사비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업계에선 80%대를 적정 원가율로 보고 있다. 원가율이 오른 데는 인건비를 비롯한 공사비 급상승이 주원인을 꼽힌다.
2~3년 전에 수주했던 공사현장의 준공 시기가 도래했지만 그 사이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건설사는 공사비를 올리지 못하면 손해를 떠안게 된다. 실제 원가율이 95%에 달하는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의 3분기 영업이익률은 1%대에 불과하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악화된 실적을 개선하기 위해 예년보다 빠르게 인적 구조조정에 들어갔다"며 "재무통을 대표로 앉히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임원 감축 등 인적 쇄신이 이뤄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올해 11월까지 해외건설 누적 수주 실적은 300억달러를 돌파했다. 하지만 고환율, 탄핵 정국, 미국 대선 등 국제 정세 불안 등으로 남은 한달 동안 100억달러가 넘는 수주는 사실상 힘든 상황이다. 사진은 DL이앤씨 텍사스 석유화학 플랜트 현장에 핵심 기기인 '루프 리액터'를 설치하는 모습. /DL이앤씨 |
대형 건설사들이 올해 전반적인 실적 부진을 겪었지만 주요 먹을거리인 국내 주택사업, 특히 정비사업 분야는 지난해보다 개선됐다. 올해 10대 건설사의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은 총 27조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총수주액 20조원을 크게 넘어섰다. 10대 건설사 모두 '1조 클럽'에 가입했다. 올해 역시 현대건설이 6년 연속 수주액 1위를 기록했다. 올해 수주액이 지난해를 뛰어넘을 수 있었던 것은 조합들의 공사비 인상 수용 분위가 확산하면서 건설사들의 입찰참여를 유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2027년까지 많은 정비사업 물량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압구정 현대 등 강남권을 비롯해 여의도 일대의 우수한 단지들이 줄곧 예정돼있어 이에 적극적으로 입찰에 임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해외 수주 역시 선전했지만 목표 달성은 불투명하다. 올해 11월까지 해외건설 누적 수주 실적은 300억달러를 돌파했다. 하지만 고환율, 탄핵 정국, 미국 대선 등 국제 정세 불안 등으로 남은 한달 동안 100억달러가 넘는 수주는 사실상 힘든 상황이다.
김태준 건설정책연구원 신성장전략연구실장은 "현재 건설산업이 성숙기를 지나 쇠퇴기로 진입하면서 시장 규모가 작아지고 수익성이 하락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수익 중심 전략과 리스크 관리 모델의 고도화가 필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업체별 역할 모델에 대한 재구축과 변화관리 체계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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