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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참사' 블랙박스 분석…LCC 1위 위상 추락 불가피
입력: 2024.12.31 10:30 / 수정: 2024.12.31 10:30

국토부 항철위, 사고 원인 조사 중
조종사노조연맹 "미확인 정보 유포 자제해달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틀째인 30일 오전 서울 김포공항 국내선 공항 위로 제주항공 여객기가 날아오르고 있다. /임영무 기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틀째인 30일 오전 서울 김포공항 국내선 공항 위로 제주항공 여객기가 날아오르고 있다. /임영무 기자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가 제주항공 참사 원인을 조사 중인 가운데 일각에선 '인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확한 원인은 진행 중인 조사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지만, 저비용 항공사(LCC) 1위 업체였던 제주항공의 위상 추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전날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와 비행자료기록장치(FDR) 등 블랙박스를 김포공항 시험분석센터로 보냈다. 국토부 항철위는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와 항공기 제조사 보잉 관계자와 함께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0일 참사가 발생한 무안공항에서 유가족을 만나 인재 여부와 관련해 "충분히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음에도 이런 일이 생긴 것은 인재"라고 말했다.

현재까지는 사고 원인으로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로 인한 엔진 파손에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은 점 등이 언급된다. 그러나 랜딩기어는 수동으로 내릴 수 있고, 비상시 압력을 공급하는 축압기를 쓸 수도 있었다는 의견도 있어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는데 블랙박스 분석이 필수다.

사고 항공기 기종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면서 국토부는 특별점검에 나선 상황이다. 국토부는 참사 항공기 기종인 보잉 737-800에 대해 국내 항공사를 대상으로 전수 특별점검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보잉 737-800은 현재 국내 항공사 6곳이 총 101대를 운용하고 있다.

참사 원인뿐만 아니라 피해가 커진 이유를 찾는 움직임도 있다. 전남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끝에서 250m 떨어진 곳에 설치된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과 이를 지지하기 위해 돌출된 콘크리트 구조물(둔덕)에 항공기가 충돌하면서 피해를 키웠다는 의견도 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발생 이틀째인 30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 사고 현장을 방문한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장윤석 기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발생 이틀째인 30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 사고 현장을 방문한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장윤석 기자

국토부는 해당 로컬라이저가 항공장애물 관리 세부지침에 적용받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종단안전구역 밖에 설치돼있다는 설명이다.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에도 로컬라이저가 있다. 다만 해당 로컬라이저는 지면에 돌출돼 있지 않다.

제주항공 항공기 가동률(특정 기종이 하루 동안 비행에 투입된 시간을 따지는 지표)이 다른 업체에 비해 높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1~11월 제주항공 B737-800 일평균 가동률은 14.1%로 1위다. 진에어와 티웨이는 각각 11.4%, 10.9%다.

이런 상황에서 섣불리 참사 원인을 규정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대한민국조종사노동조합연맹은 "사고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 말씀을 전한다"며 "사고조사위원회 원인 규명이 있기 전까지 확인되지 않은 정보 유포를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제주항공에 대한 소비자 불신은 확산하는 모양새다. 참사 이후 제주항공 항공권 예약 취소가 무더기로 발생하고 있다. 송경훈 제주항공 경영지원본부장은 지난 30일 브리핑에서 "취소량이 평소보다 많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피해자 유가족 지원에 집중한다는 입장이다. 송 본부장은 "유가족 지원이 급선무"라고 밝힌 바 있다. 제주항공은 기체보험과 약 10억달러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한 상태다. 제주항공은 보험사와 보험금 지급 관련 논의를 시작했다.

항공업계에서는 LCC 1위를 차지하던 제주항공 입지 변동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다른 산업에 비해 안전의 중요성이 특히 강조되는 사업이고,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 결합에 따른 업계 재편도 진행되는 상황에서 제주항공이 선두 자리를 지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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